산에서 돈을 캐다 :동아林場함번웅 대표
임업 30년… 3000만원 투자해 1000억으로
나무 수십종 섞어 심는 ‘복합 경영’이 비결
경산 시내에서 자동차로 30여분. 용성면 송림마을에서 산자락을 따라 10여리를 가면 ‘후롱골’ 계곡이 나온다. 골을 따라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지는 지형으로 유명한 곳이다. 저수지를 끼고 산중턱까지 이어지는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더 올라가니 비닐로 천장을 씌운 허름한 산채가 있다. 인기척에 등산객 차림의 중년 남자가 나와 손님을 맞는다. “밥은 묵었소?” 투박한 말투나 소박한 차림이 영락없이 산을 닮았다. 이곳에서 30년째 임업(林業) 외길을 걸어 온 함번웅(咸繁雄·64) 동아임장(東亞林場) 대표다.
항상 나무들 사이에 묻혀 사는 함 대표도 일년 중 단 하루는 사람들 숲에 둘러싸여 산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산의 날’(10월18일)이 그날이다. 이날이면 ‘한국 최고의 임업 경영인’ ‘산중 재벌(山中財閥)’이라며 함 대표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다. 이 때문에 함 대표는 요즘 1주일 후 찾아올 손님맞이 준비에 바쁘다. 각종 산나물을 채취해 만든 산채 음식이 그가 손님들에게 내놓는 특별메뉴이다.
▲ 함번웅 동아임장 대표가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경북 경산의 숲에서 20년생 느티나무를 어루만지고 있다. /정철환기자 | |
1977년 후롱골 주변 30만평을 1평당 100원씩에 매입해 세운 동아임장의 자산 가치는 30년이 지난 지금 최소 1000억원이 넘는다. 초기 투자액(3000만원)의 3300배로 불어난 셈이다. 이것도 임장 내에 심어져 있는 10만 그루의 나무 값만 얼추 따져서다. 평당 100원이던 땅값도 수십 배 이상 올랐다. 땅값까지 따지면 자산가치는 또 얼마나 불어날지 자신도 정확히 계산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본래 건설업을 했다는 그는 “폭등하는 목재값 때문에 임업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 본업이 됐다”며 “계속 건설업을 했다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결이 뭘까. 함 대표는 산을 경영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이른바 ‘산림복합경영’이다. 주로 한두 가지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는 여느 독림가(篤林家)와 달리, 그는 총 130여 가지의 다양한 나무를 심고 있다. 그는 “나도 처음에는 잣나무를 주로 심었는데, 이게 최소 20년은 지나야 돈이 되겠더라”면서, “하루빨리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산수유, 오가피, 참죽 등 2~5년이면 수익을 내는 나무도 함께 심었다”고 말했다.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으면서도 구역별로 따로 심지 않았다. 키가 큰 나무와 작은 나무를 섞어서 심는다. 같은 공간에 더 촘촘하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동시에, 서로 다른 나무들이 생태학적 조화를 이뤄 더 잘 자라도록 하는 지혜였다. 나무 밑에는 쇠비름, 질경이, 고사리 등 80여종의 특용 작물을 골고루 심었다. 다양한 소출을 거두면서 남들은 10~20년씩 돈을 묻어둬야 한다는 임장 사업의 손익분기점이 혁신적으로 앞당겨졌다.
요즘 동아임장에서는 갖가지 ‘기능성 나무’의 약효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개오동 나무는 간암이나 신부전증에 좋고,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 수액은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키며, 딱총나무는 뼈를 붙게 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함 대표는 “세계적인 의학연구소와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러한 생약 성분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누가 더 많은 신물질 특허를 갖느냐에 따라 기업은 물론 나라의 흥망도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마다 “산을 산으로 보지 말고, 돈으로 보라”고 당부한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는 산이야 말로 미래의 가장 유망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함 대표는 “10년만 산에 꾸준히 투자를 하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여윳돈이 있으면 주택이나 주식에 묻어두지 말고 산에 투자를 하라”고 조언했다.
입력 : 2006.10.10 23:54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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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5.08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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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땀흘리면 10년에 몇십억 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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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05.07.17 18: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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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연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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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 사장에서 수백억원대 산림을 가꾸고 있는 함번웅씨. 함씨 뒤로 보이는 나무는 여성의 몸에 특히 효험이 좋은 젓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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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연기 | 그 산에 가면 금을 캐는 사나이를 만날 수 있다. 그는 한 때 잘 나가던 건설사 사장이었다. 70년대 개발붐이 한창일 때 대구·경북 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었더랬다. 그랬던 그가 아파트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왔다. 우리 몸에 좋은 수백가지 수십만그루의 나무들을 가꾸면서 금맥을 일구고 있다.
경북 경산역에서 자동차로 30분 남짓 달리면 용성면 송림리 후롱골이란 계곡에 닿는다. 계곡에 이르면 이 곳을 사이로 양쪽으로 30만평에 이르는 야트막한 야산이 펼쳐진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산이지만 이곳에는 모두 120종의 나무 110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단일 사유림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이 안에 파묻혀 벌써 28년째 산과 나무에서 금을 캐는 사나이가 바로 함번웅(64)씨다.
산줄기들이 마치 갈빗대처럼 퍼져있어 '겹산' 지대라고 불리는 곳. 여기가 바로 함씨 소유의 '동아임장'이다. 이 곳을 찾은 7월 12일, 장마구름이 살짝 비켜간 사이 내리쬐는 햇살에 녹음은 더욱 짙었다.
30년 전 3000만원에 사들인 산, 수백억대 노다지로 함씨는 지난 1977년 산지 30만평을 평당 100원씩 모두 3000만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28년이 지난 지금 이를 수백억원대 이상의 가치를 지닌 '노다지'로 일궈냈다."산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나 되나요?" 함씨와 함께 '노다지' 길을 걸으면서 불쑥 돈 얘기부터 꺼냈다.
"이 안에만 10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비싼 거야 한 그루당 50만원을 넘는 것도 있지만 평균 10만원으로만 잡아도 얼추 짐작이 가시죠? 어디 이것 뿐인가요. 나무들 사이로 수십 가지 약초들이 자라지요. 나무를 뽑지 않고도 수액과 열매, 가지를 팔아 해마다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답니다." 수액은 주로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에서 채취한다. 보통 10년생 자작나무의 경우 곡우(청명과 입하의 중간인 4월 20일경)를 전후로 한 달간 그루당 하루 2리터 가량의 수액을 받을 수 있다. 1리터당 2000원씩 치더라도 한 그루가 10만원 이상의 수입을 안겨주는 셈이다. 대게 심은지 6~7년 이상부터 수액 채취가 가능하며 동아임장에는 이 같은 나무가 수천 그루 넘게 자라고 있다.
그러면서 또 이렇게 생각해 보란다.
"산은 정직합니다. 뿌린만큼 고스란히 거둘 수 있는 곳이지요. 산을 가꾸면 몸이 튼튼해지고 정신은 맑아지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만한 투자처가 어디 있나요. 산과 나무에 투자하세요." "여윳돈 3000만원 생기면 꼭 산에 투자하세요" 함씨는 지금도 전국적으로 1평에 1000원도 안되는 산이 수두룩하다며 여윳돈 3000만원이 있다면 산을 사라고 권한다. 직장이 있어도 상관없다. 매주 토요일 소풍가는 셈 치고 도시락 챙겨들고 놀러와서 가꾸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무턱대고 산을 사들일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 2001년 함씨의 영농법을 배우러 왔다가 지금은 아예 동아임장의 기술부장으로 눌러앉은 박재완씨는 성공적인 산 투자를 위해 꼭 지켜야 사항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단 어떤 나무를 심을지 수종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나무를 심는 적지적수가 중요하죠. 이 둘이 뒷받침 되면 관리와 판매는 저절로 이뤄집니다." 예컨대 동쪽 산에는 느티나무·자작나무·물박달나무를, 서쪽에는 가시오가피를, 북쪽에는 산벚을, 남쪽에는 두릅나무 오가피를 심는 식이다.
유망 산지를 고르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함씨는 "첫째 교통망이 좋아야 하고, 둘째 대도시에 인접해 있어야 하며, 셋째 누구든 부담 없이 찾아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가장 유망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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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북도 경산에 위치한 함번웅씨 소유의 동아임장에는 수백가지가 넘는 토종 식물이 자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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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연기 |
| 소·흑염소 등 가축도 방목 복합산림경영 실천 함씨의 산림경영은 단위 면적당 효율성을 가장 극대화했다. 10년 이상 자라야 수익을 내는 장기수종과 5~6년이면 수익을 내는 중기수종을 함께 심었다. 여기에 2~3년 단기간에 소득이 가능한 수종도 가꾼다. 큰 나무들 사이에 중간 크기 나무와 작은 식물을 함께 심는 이른바 혼식이다.
"느티나무, 물푸레 등은 수십년이 지나야 수익을 낼 수 있죠. 이같은 장기수종 사이에 산수유, 살구, 오가피, 오미자, 참중 등 2~5년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무를 함께 심으면 그만큼 손익분기점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나무 밑에는 고사리, 질경이, 쇠비름 등 각종 식물을 심었다. 함씨는 이를 복층식재라고 말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소, 염소 등 가축을 방목한다. 이는 임간방목이라고 불렀다.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 배어내는 풀은 고스란히 가축 사료로 쓰인다. 한 마디로 산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셈이다.
건축학 전공 건설사 사장서 산 주인으로 함씨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설회사를 운영했다. 그러나 해마다 뛰어 오르는 원자재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직접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산을 사들였다. 이 때가 1977년 무렵이다. 그랬던 게 산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곧 운영하던 건설사를 접고 산과 나무에만 매달렸다.
처음 산을 매입하고 4~5년 간은 정부의 요구대로 낙엽송, 잣나무만을 심었다. 하지만 이들 나무가 자라 수익원이 되려면 족히 30년은 걸려야 했다. 결국 손익분기점을 당기기 위해 다른 나무에도 눈을 돌렸다.
목재만 보지 않고 약재로 쓰이는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사라져가는 토종나무가 약재로 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때부터 자작나무·물박달나무·흑개나무·접골목·개오동나무·젓나무 등을 심기 시작했다.
함씨가 자랑하는 나무의 약재효과에 대해 들어보자.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 수액은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데 그만이죠. 여기에 체세포 재생력이 뛰어나요. 또 자일리톨껌 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일명 딱총나무라 불리는 접골목은 골다공증에 특히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임산부에게는 치명적이죠. 뱃속의 태아가 산모의 몸에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이죠. 간암, 백혈병, 심부전증에 좋은 개오동나무도 대표적인 약재나무입니다." 해마다 함씨의 산림 경영을 배우기 위해 수백명이 동아임장을 찾는다. 함씨는 장기적으로 동아임장을 학생들을 위한 무료 산림체험학습장으로 만드는 것이 소망이다. 함씨는 21세기 가장 행복한 투자는 산을 사서 나무를 가꾸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산을 사서 1~2년 안에 몇억원을 버는 건 어렵지만 10년에 몇십억 버는 건 쉬운 일입니다. 어디 이 뿐인가요. 자연은 울창해져서 좋고, 산을 가꾸는 사람은 건강해져서 좋고, 결국 모두를 위한 투자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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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씨는 특히 몸에 좋은 나무에 관심이 많다. 사진은 각종 약재로 쓰이고 있는 오가피로 동아임장에는 50만주가 자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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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연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