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ding/결혼(wedding)이야기

600년만의 ‘婚테크 프로젝트’: ‘쌍춘년 결혼 → 황금돼지해 출산

영국신사77 2006. 9. 30. 16:07
                     600년만의 ‘婚테크 프로젝트’
                                                                                         [문화일보 2006-09-30 13:11]

  (::처녀·총각들 ‘쌍춘년 결혼 → 황금돼지해 출산’::) “쌍춘년에 결혼해서 황금돼지해에 아이를 낳는다.” 올해는 음력으로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들어가는 쌍춘년(雙春年) 이다. 또 내년은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로 알려 져 있다. 속설에 따르면, 쌍춘년에 결혼한 부부는 백년해로하고, 황금돼지띠 아이는 재물복을 타고 난다.

 

  올해 결혼해서 내년에 아이를 낳는다면 본인은 물론 자식까지 행 복해질 수 있는 셈이다. 속설 때문인지 최근 결혼을 서두르는 노 처녀·노총각이 늘고 있다. 부모님들의 성화도 예전 같지 않다.

여기에 결혼을 발표하는 연예인도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쌍춘 년과 황금돼지해에 관한 속설은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일까.

  ◆혼인신고 올들어 증가세 = 증권회사에 다니는 박모(여·30)씨 는 당초 내년으로 계획했던 결혼식 올 연말로 앞당겼다. 박씨 부 모는 물론 예비 시댁에서도 ‘쌍춘년’인 올해를 넘기지 말라고 강하게 당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날짜를 잡고 예식장을 예약하려던 박씨는 대부분 예식장이 이미 예약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박씨의 경우처럼 올해 결혼을 서두르는 예비부부는 실제로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1∼8월 대법원에 신고된 혼인신고는 2 1만29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3232건에 비해 9764건(4.8% ) 증가했다.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2001년 이후 감소 추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반등이다. 혼인신고는 2001년 35만196 7건에서 2002년 33만1662건, 2003년 32만3698건, 2004년 31만452 9건으로 매년 1만건씩 줄어들다가 지난해 32만893건으로 소폭 늘 었다.

  올해 결혼에 성공한 부부들은 신혼을 즐길 틈도 없이 아기 갖기 에 바쁘다. 지난 2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주말부부가 된 김진용(3 0)씨는 요즘은 평일에도 신부가 있는 대전으로 내려간다. 김씨가 신혼집을 자주 찾는 이유는 연상인 아내의 나이를 생각해 올해 안에 꼭 2세를 갖기로 해서다. 그는 “기왕이면 황금돼지해라는 내년에 아이를 낳아서 재물복을 왕창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내달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이희선(28)씨는 당초 결혼 후 1년이 지나서 아이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곧바로 아이를 가지라는 부모 님의 성화 때문에 고민이다. 이씨는 “아이의 재물복도 좋지만 속설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계획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 다.

  ◆쌍춘년과 황금돼지해의 진실 = 쌍춘년에 관한 논란은 주기에 관한 것이다. 200년 만에 한번씩이란 말도 있고 3년마다 돌아온 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새해의 시작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음력을 기준으로 새해의 첫날은 정월 초하루, 즉 설날이지만 역술에서 새해는 입춘부터 시작된다. 단순히 달력만 놓고 설과 입춘 날짜를 따지면 2~3년에 쌍춘년이 돌아오지만 역 술가들의 얘기는 다르다.

  금도암(55) 명리학협회장은 “보통 음력 1월1일에 새해가 시작되 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명리학에선 입춘을 기준으로 해가 바뀐다 ”며 “역술로 따지면 지난 2000년동안 쌍춘년은 12번밖에 없었 다”고 밝혔다.

  금 회장은 황금돼지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설명했다. 일반적 인 음력에서 정해년(丁亥年)은 내년 2월18일(설날) 시작되지만 명리학에서 새해 첫날은 2월4일(입춘)이다. 정확히 따지면 내년 2월4일 오후 2시17분부터 2008년 2월4일 오후 8시까지가 황금돼 지해라는 것이 금 회장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돼지해는 십이간지에 따라 12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온 다. 하지만 ‘붉은돼지해’를 뜻하는 ‘정해년(丁亥年)’은 60년 만에 돌아온다. 정해년을 붉은돼지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행에 서 정(丁)은 불을 뜻하기 대문이다. 붉은돼지는 가장 맏형이기 때문에 다른 돼지해에 비해 복이 많다는 것이 속설이다.

  황금돼지해는 붉은돼지해 중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황금돼지해는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에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더해 따지기 때문에 600년 만에 한번꼴로 나타난다는 것이 역술가들의 주장이 다. 금 회장은 “황금돼지는 옥상토(屋上土)를 의미하는데 이는 생각 밖의 또 다른 일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며 “광명의 길운 을 타고 나기 때문에 황금돼지띠 아이는 매우 편안하게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인가 미신인가 = 쌍춘년과 황금돼지띠에 대한 불신도 없 지 않다. 결혼업계에서 만든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소문도 있고,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참여정부의 술책이 깔려 있다는 주장 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굳이 나쁘게만 바라볼 필요은 없 다는 입장이다.

  문중양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미신에 매몰돼 억지로 따르려 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겠지만 과학이라는 잣대로 조상들의 삶의 방식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며 “쌍춘년 결혼이 실생활에서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전통으로 이해하고 즐기면 그만”이라 고 말했다. 이문규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도 “대보름에 강강술래 하듯 문화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며 “다만 전통과 속설 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음성원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