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중국 대륙에서는 공산당이 이긴 것 아니고 국민당 스스로 무너진 것
2020년 대한민국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한 것보다 미래통합당이 무너진 것!
# 로이드 이스트먼(Lloyd Eastman)의 저서 '蔣介石은 왜 敗하였는가'(지식산업사)를 다시 꺼내 읽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민두기 전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역자 머리말에서 "공산당이 국민당 정권을 멸망시킨 것이 아니고 국민당 정권 스스로 무너진 것"이라고 이 책의 결론을 압축 지어 말했다. 그렇다! 70여 년 전 중국 대륙에서 장개석(장제스)의 국민당은 모택동(마오쩌둥)의 공산당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졌다. 이것이 로이드 이스트먼이 진단한 장개석 패인의 핵심이다. 이 핵심 결론은 놀랍게도 2020년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선거에서 참패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 이스트먼의 저서 '장개석은 왜 패하였는가'의 원제목은 '파멸의 씨앗(Seeds of Destruction)'이다. 이스트먼은 특히 9장 '누가 중국을 상실하였는가?'에서 장개석의 육성을 통해 파멸에 이른 씨앗들을 낱낱이 들춰냈다. 들어 보라. "솔직히 말해 오늘날의 우리처럼 노후하고 퇴폐한 정당이란 있어 본 일이 없다. 얼이 빠져 있고 기율이 없으며 더 나아가 오늘의 우리처럼 옳고 그른 기준이 없는 정당도 있어 본 적이 없다. 이따위 당은 오래전에 부서져 쓸어 버려야 했다." 1948년 1월 장개석이 자신의 국민당을 향해 한 말이다. 하지만 마치 작금의 미래통합당을 겨냥해 한 말처럼 들리지 않는가!
# 전략적인 우세가 모택동의 공산군 쪽으로 기울며 연전연패하자 장개석은 분통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면을 놓고 보더라도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물자 면에서 우리는 좋은 장비와 우수한 무기를 갖고 있다. 군대의 장비는 물론 전투 기술, 경험이라는 점에서 봐도 공산군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다. 식량, 탄약 등의 군사적 공급과 보충이라는 점에서도 우리는 공산군보다 열 배나 더 풍부하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왜 계속 패배하는가?" 이 물음은 곧 2020년 한국 보수의 물음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의 참혹한 경제 실정과 조국을 등장시킨 결정적 헛발질의 후속 국면으로 국민적 분노가 분기탱천했던 정국임에도 불구하고 왜 보수는 패했는가? 코로나 때문에? 돈 살포 때문에? 그것만은 아니다!
# '장개석 군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마디로 '개판'이란 뜻이다. 장개석의 비판을 더 들어 보자. "우리 군대 안에 도사린 타락과 부패가 실로 기가 막힌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군대는 전투 정신도 기율도 없는 얼빠진 것이었고 무능하고 비협조적인 지휘관으로 병들었다. 이런 군대는 패배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장개석의 개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휘관 개개인을 향한 장개석의 비판은 더 신랄해진다. "오늘날 군사령관이나 사단장 노릇을 하고 있는 너희가 만약 다른 나라 같았으면 연대장 노릇도 못 할 것들이다. 인재가 없기 때문에 너희는 쥐꼬리만 한 능력을 갖추고도 그런 큰 책임을 맡고 있는 것뿐이었다." 장개석은 휘하 장교들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교들은 병사들에게 식량, 피복, 의료 혜택 등을 적절하게 공여하지 않고 부하에게 배당된 보급품을 착복하기까지 한다. 장교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는 병사와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것을 입고 병사들의 병영에서 함께 기거하는 일이다. 공산군의 장교들은 이미 이 일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다. 그들의 경우 장교와 병사 간에는 생활 처우의 차이가 없이 단지 기능의 차이밖에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부군(국민당 정부의 군대)의 경우 병사들에 대한 대우로 봐서는 반란을 일으키거나 도망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일 정도다."
# 통합당을 바라보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같은 눈높이, 같은 처지라는 생각이 도저히 안 들게 하지 않는가! 70여 년 전 장개석의 피눈물 나는 자책을 더 이상은 흘려듣지 말라! 작금의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중심이 아니다. 보수 역시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다. 지금이 비대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