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어느 세대나 두 가지 영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명에 놓여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 안에서 취해야 하는 정체성의 과제다. 교회와 성직자, 성도가 각각 교회다움과 성직자다움, 성도다움을 추구해야 하는 내적 과제인 셈이다.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이를 내적 성화의 과제로 봤다.
다른 하나는 세상과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상관성의 과제다. 교회가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외적 과제로 볼 수 있다. 웨슬리는 이를 외적 성화나 사회 성화로 봤다.
교회는 이 두 과제를 잘 수행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데 존귀하게 쓰임 받게 된다.
그러나 교회들이 두 가지 영적 과제를 건강하게 수행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교회를 붕괴시키려는 사탄의 달콤한 미혹과 위협적인 공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균형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교회가 정체성의 과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상관성 위기에 빠진다. 반대로 상관성의 과제에 초점을 맞추면 정체성 위기에 봉착한다. 그래서 오늘날 지상교회는 영적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체성 위기나 상관성 위기와 마주하게 된다.
이런 위기 속에서 사이비 이단의 영적 공격과 세속화의 달콤한 유혹을 방어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짝퉁 교회로 전락한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답은 성경에 있다. 지상교회가 직면한 영적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요한계시록 2장과 3장에 나온다.
소아시아 일곱 교회의 일곱 메시지가 대안이다. 이것은 현대 교회를 향해 주님이 주시는 사랑의 호소이자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생명의 메시지이다. 일곱 교회를 향한 주님의 메시지를 통해 어떤 교회가 진품이고 짝퉁인지 살펴보자.
주님이 칭찬하시는 진품 교회는 아가페의 사랑이 살아있는 교회 공동체다. 왜 주님이 에베소교회를 향해 촛대를 옮기시겠다고 책망하셨을까. 바로 처음 사랑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계 2:4~5)
처음 사랑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처음 행위도 잃었다. 사랑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주님은 공생애 기간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마 22:37~40)이라고 하셨다.
인간 교주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다. 그 사랑 안에서 이웃을 우리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 다음 계명이다. 이 사랑의 비밀을 알았던 사도바울은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 13:10)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아무리 천사의 말을 하고 뛰어난 능력과 지식과 믿음을 가지고 남을 구제하고 자신의 몸을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선포했다.(고전13:1~3)
사랑으로 행하지 않는 모든 것이 죄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 진품과 짝퉁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영적 기준이다.
또한, 진품 교회는 믿음이 살아있는 교회 공동체다. 버가모 교회를 향한 주님의 칭찬을 보자. 복음을 전하다 사탄이 사는 곳에서 죽임을 당한 안디바의 순교에도 불구하고, 버가모 교회는 낙담하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붙잡고 주님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계 2:13) 그래서 주님은 “사탄이 사는 곳에서 죽임을 당할 때도 나를 믿는 믿음을 저버리지 아니하였도다”(계 2:13)라고 칭찬하셨다.
서머나 교회 역시 사방의 박해와 핍박으로 인한 극심한 환난과 궁핍 가운데에서 주님에 대한 믿음을 지켰다. 주님은 그들을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라고 칭찬하셨다.(계 2:9)
이것은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한 책망과 대조를 이룬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물질적으로 부유해 부족함 없는 교회처럼 보였지만, 영적으로는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교회였다. 짝퉁 교회는 보이는 것에만 집착한다. 진품 교회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한다. 주님이 보시기에 부하지만 가난한 교회가 있고 가난하지만 부한 교회가 있다. 차이를 결정하는 건 믿음이다.
교주나 사람에 대한 믿음이나 세상 문명과 문화에 대한 믿음이 아니다. 자신의 꿈과 욕망에 대한 믿음도 아니다. 바로 우리 소망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그 믿음이 살아있는 교회가 진품 교회다.
김영복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