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손이 떨리고 어깨도 떨렸다. 두 눈동자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떤 기도를 드렸는지도 모른다. 두려운 영광과 감격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난달 23일 7년 동안 분쟁을 겪어온 서울 사랑의교회 양측 인사와 함께 첫 화해의 기도를 드리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생태계를 우려하며 공적 사역을 많이 해 왔다. 그래서 대형교회의 문제를 새에덴교회의 문제처럼 아파하며 기도하고 염려해 왔다. 그래서 고향 선배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K변호사에게 화해 제안을 했다. 오 목사 반대 측에 있던 그는 2004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K변호사를 설득하는 것만도 2년 반, 3년이 걸린 것 같다. 고향 선배이지만, 도대체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K변호사를 통해 김근수 안수집사를 알게 됐다. 김 집사에게도 허리를 굽혀 간청했다. “교회분쟁은 다툼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어떻게든지 품고 화해하는 게 주님이 기뻐하실 일입니다.”
드디어 2018년 11월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새에덴교회 30주년 기념예배 때 K변호사가 김 집사와 함께 기념예배를 드리러 온 게 아닌가. 그래서 그 바쁜 시간 손님을 다 물리치고 두 사람을 방에 불러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부턴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반대 측 대표자인 김두종 장로님과 권영준 장로님을 꼭 만나게 해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사실 그 일도 쉽지 않았다.
두 장로는 나를 만날 이유가 뭐가 있느냐면서 간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아이고, 그렇게 하지 마시고요. 그래도 한 번만 뵙고 싶습니다. 부탁을 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6월 두 장로를 만났다. 처음에 만났을 때 권 장로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고 휴대전화만 쳐다봤다. 그래도 계속 구애를 했다. 한국교회 제도권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사과하고 일어나서 절을 했다.
그때 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부총회장 단독후보 신분이었다. 총회 내 정치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이런 일을 추진한 것 아니냐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이미 그때 부총회장 단독후보가 돼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개인적인 욕심은 하나 있었다. 총회장이 됐을 때 사랑의교회 문제로 더 신경쓰지 않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나는 예장개혁 출신으로 예장합동 내에선 비주류다. 하지만 총회 경선 역사상 37년 만에 단독후보가 될 만큼 총회 안에서 여러 목사님과 장로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목사부총회장에 출마할 생각이 없을 때도 사랑의교회를 마음에 끌어안고 기도는 계속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두 장로와 만나게 됐고 진정성을 보이려 노력했다. 어느 정도 소통이 된다고 확신했을 때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님과 만났다. 오 목사님을 뵀을 때, 그분도 정말 통 큰 마음과 배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반대 측에 대한, 진정성 있는 미안함과 송구함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래서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비서실에도 공개하지 않고 은밀하게 중재 사역을 진행한 것이다. 나는 공적인 일정을 교회 앞에 모두 공개한다. 식사 약속이나 만남은 비서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혹시라도 양측에 누가 될까 봐 비서실에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일정을 수첩 다이어리에도 적어놓지 않았다. 그냥 그 주간의 일정을 메모해서 은밀하게 만날 정도로 극도의 비밀을 유지했다.
두 장로의 핵심 요구 조건은 딱 하나였다. 하나님을 향한 회개와 진정성 있는 공개사과였다. 그래서 이렇게 설득했다. “오 목사님께서 회개할 내용이 있으면 하나님께 하실 것입니다. 그분은 사람 앞에도 충분히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시고도 남을 분입니다.”
그러나 일이 다 돼가다 무산되고 말 상황이 발생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아버지뻘인 김 장로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사정했다. “아무리 제가 전라도 촌놈 출신이라 하더라도 저도 대형교회 목사입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제발 재고해 주십시오.”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사랑의교회 문제가 우리 교회 문제고 한국교회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다. 합의서에 사인한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정신이다. 앞으로도 모쪼록 이 일이 잘 매듭지어지도록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 그동안 쌓여온 아픔과 상처의 얼룩을 닦아내는 화해의 걸레가 되겠다.’
이번 일을 통해 중재 사역에선 양쪽을 모두 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한쪽 편을 들면 일은 틀어지게 돼 있다. 그리고 철저하게 입을 무겁게 하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오 목사님께도 더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도록 엎드려서라도 고언할 것이다. 반대 측 두 장로를 끝까지 배려하고 아버지, 형님처럼 모시며 그들의 아픔과 상처도 보듬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사랑의교회 강남성전에 가서 말씀도 전하고 싶다. 그래서 양측이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형제 됨과 하나 됨을 이루도록, 한국교회 화해 사역과 꽃씨 목회의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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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받는 한국교회… 최고의 방어는 교회 생명력
사탄은 최고의 무기인 선악과로 한국교회를 공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