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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신앙] “하나님·세상 사이 ‘양다리’ 삶에… 하드 트레이닝 받았죠” / ‘노래하는 치과의사’ 이지영 닥터이지치과 원장

영국신사77 2019. 10. 10. 18:54

[일과 신앙] “하나님·세상 사이 ‘양다리’ 삶에..하드 트레이닝 받았죠”

‘노래하는 치과의사’ 이지영 닥터이지치과 원장

입력 : 2019-10-09 00:05
이지영 닥터이지치과 원장이 의사 가운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이 원장은 서울 빛과사랑교회에서 10년째 피아노 반주 봉사를 하고 있다. 닥터이지치과 제공

서울 ‘닥터이지치과’ 이지영 원장은 노래하는 치과의사다. 2003년, 2006년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내고 ‘이지(EG)’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노래가 아니라 독특한 이력으로 주목받는 데 그쳤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났다. 최근 서울 논현로 병원에서 만난 이 원장은 “그동안 하나님으로부터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 하나님 곁을 지키는 훈련”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본래 음악보다 공부를 잘했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32세 때 박사 학위를 땄다. 이어 서울대병원 치주과 전임의, 을지의과대학병원 치과 과장을 역임했고 병원을 개원했다. 닥터이지치과는 임플란트, 라미네이트 등 심미 치료 전문이다. 

그러다 가수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2001년 일 때문에 알게 된 음반업계 관계자가 이 원장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듣고 이같이 권했다. 대학 동아리 뒤풀이 때 노래를 불렀는데 합석했던 음반 회사 관계자가 음반을 만들자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는 학업을 마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제안을 받았을 땐 공부도 마치고 병원도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 원장은 가수에 도전하기로 하고 진료 후 저녁마다 노래 연습을 했다. 곡을 사고 프로듀서를 섭외해 음반을 만들었다.

첫 음반 ‘STORM’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노래보다 ‘노래하는 치과의사’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의사가 낸 음반이라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도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음반 ‘My Favorites’는 이전 것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책도 냈다. 에세이 ‘나는 날마다 발칙한 상상을 한다’를 출간했다. 의사를 보는 사회적인 선입견을 깨고 가수에 도전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지영 닥터이지치과 원장이 가수 EG로 활동할 때 만든 앨범 ‘STORM’(왼쪽)과 2집 앨범 ‘My Favorites’. 닥터이지치과 제공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어정쩡한 삶이었다고 고백했다. 가수로서 의사로서 방송인으로서 저자로서 바쁠 뿐 실속도 보람도 없었다고 했다. 신앙생활은 더 어정쩡했다. 이 원장은 3대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앨범을 내니까 사람들이 알아주고 찾아주고 그게 좋았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술도 좀 마시고 ‘이중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시련이 닥쳤다. 늦은 나이인 43세에 결혼하고 바로 임신했는데 유산했다. “처음 임신했을 땐 ‘내가 참 건강하구나’라고 우쭐했어요. 그런데 7주 만에 아기 심장이 안 뛰었어요. 결혼만 하면 쉽게 애를 낳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두 달 후 또 임신했다. 이번엔 10주 만에 유산했다. 그는 성경의 한나처럼 하나님께 통곡하며 기도하고 2015년 9월 시험관 시술을 했다. 7주 후 또 태아의 심장이 멈췄다. 그러면서 지난 삶을 깊이 되돌아보게 됐다. 모태신앙인으로 주일 성수는 기본이고 성령 체험도 여러 번 했지만 당시 그는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이후 이 원장은 기도원에도 가고 영성 프로그램도 참여하며 하나님께로 다가가려 애썼다. 하지만 이어진 시험관 시술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그렇게 잘 어울리던 세상 사람들이 싫어졌다. 술을 조금만 먹어도 술병이 났다. 사람들의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 토할 것 같았다. 2017년 1월 시험관 시술로 임신했다. 그 아이가 3.3㎏으로 분만한 지금 3세의 ‘에스라’다. 

“고난이 감사라는 말, 너무 흔해서 이전에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 감사가 진짜네요. 어렵게 아이를 갖지 않았다면 한 생명이 귀한 줄 몰랐을 거예요. 아직도 하나님과 세상, 두 주인을 섬기고 있을 거예요.”

이 원장은 요즘 난임 불임으로 마음고생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면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 있을 거라고 위로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희망을 품으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현재 서울 빛과사랑교회(김명자 목사)라는 작은 교회를 섬긴다. 10년째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다음 앨범 이야기도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3집을 낼 것이라고 했다. 음반을 내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았냐고 했더니 “내 자리를 지키면 괜찮다. 그래도 히트곡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라며 웃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