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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신자들이라면 난해한 구절에 어리둥절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천사 악마 삼위일체는 말할 것도 없고 창세기 초반부터 등장하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을 아내로 삼았다는 이야기나 네피림의 존재, 예언서 일부가 말하는 하늘 세계의 입체적 묘사 등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기이한 이야기들은 제껴놓거나 대강 짐작으로 넘겨버린다.
책의 저자 마이클 하이저는 고대 근동을 연구한 기독교 복음주의 학자이자 히브리어 전문가다. 성경의 난해한 구절들이 쓸모없고 이상한 구절이 아니라 성경 전체를 보여주는 모자이크의 조각들이라고 말한다. ‘성경의 초자연적 세계관 회복하기’란 부제를 가진 책은 천사나 악마, 삼위일체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더 광범위한 세계를 다룬다. 그 세계는 특정 선입견과 기독교 신학 전통으로 익숙해진 렌즈를 벗고 성경 저자들과 첫 독자들의 머릿 속으로 들어갈 때 만난다.
저자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시편 82편 1절과 조우하면서다. “하나님(엘로힘)은 신들의 모임 가운데서 서시며 하나님은 그들(엘로힘) 가운데에서 재판하시느니라.” 이 한 절에 하나님을 뜻하는 히브리어 ‘엘로힘’이 두 번 나오는 것을 보고 구약의 하나님이 신들의 모임, 즉 만신전의 일원이었다는 진실과 마주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일단의 우상들(gods)일 수는 없다. 그러면 ‘그들’이라고 번역된 엘로힘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저자는 욥기 38장 4~7절에서 하나님의 아들들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다는 구절을 보고 그 단서를 찾는다. 하나님의 아들들은 단순히 천사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한다. 그리곤 시편 82편 6절을 언급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은 신적 존재인 엘로힘이라고 밝힌다. 이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갖고 창조된 신적 존재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이 책의 중심 개념인 ‘천상 회의’가 도출된다. 천상 회의란 하나님과 하나님의 아들들로 이루어진 신적 가족 또는 권속을 말한다. 지상이 아니라 하늘의 모임이다. 예를 들어 창세기 1장 26절은 천상 회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이 구절에서 복수형 ‘우리’는 흔히 삼위일체로 해석된다.
하지만 저자는 히브리 문법 전문가들의 연구를 인용해 ‘우리’를 삼위일체로 해석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신, 다음에 오는 27절의 단수형 ‘하나님’이 친히 인간을 창조한다는 말씀에 근거해 26절은 하나님이 천상 회의에 둘러앉은 신적 존재(엘로힘들)에게 ‘내가 사람을 창조하겠다’고 발표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한다.
천상 회의는 이후 바벨탑 사건에도 등장한다. 앞서 하나님은 대홍수로부터 노아와 그 가족만 남겼고 그들에게 아담과 하와의 명령을 다시 주셨다. 그러나 인류는 이를 저버리고 바벨로 결집해 하나님을 자신들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했다.
천상 회의는 이에 대해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자”(창 11:7)는 결정을 내린다. 신명기 32장 8~9절은 이후 세계 전개를 설명해준다. “지극히 높으신 자가 민족들에게 기업을 주실 때에, 인류를 나누실 때에 ‘하나님의 아들들(엘로힘)의 수효대로’ 백성들의 경계를 정하셨도다….”(70인역) 저자는 하나님이 인간들을 전 세계로 흩으시고 하등한 엘로힘들의 지배 아래 두신 것이라 설명한다.
책은 천상 회의와 신명기 32장의 세계관을, 창조와 타락 사건을 비롯해 이후 펼쳐지는 성경 역사 전체를 조망하는 키워드로 설정한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탄생과 역할, 메시아 도래와 장차 완성될 하나님 나라 등 성경의 모든 국면을 각각 심도있게 다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초자연적 세계관으로 다시 읽는 성경 스토리’이다.
이런 류의 책에선 은사주의를 바탕으로 한 특별한 체험이나 소위 직통계시가 언급되곤 한다. 영적 전쟁을 다룬 책 정도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철저히 성경(히브리어, 헬라어, 70인역, 다수 영어성경 등)을 근거로 삼았고, 15년 연구 과정에서 수천 권의 관련 서적과 학술 논문을 수집해 대부분 완독했거나 책에 발췌했다고 밝힌다. 책의 매 페이지마다 엄청난 분량의 각주를 인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