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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 책 5장씩 찢어서 주는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

영국신사77 2018. 1. 7. 21:49

직원에 책 5장씩 찢어서 주는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

[중앙일보] 입력 2010.01.12 09:00 / 수정 2010.01.12 09:27
‘독서광’으로 소문난 준오헤어 강윤선(48)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말 서울 청담동에 있는 ‘에비뉴준오’를 찾았다. 사옥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이 있는 5층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기자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햇빛을 쬘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나무와 벤치로 꾸며져 있고 하늘을 올려다 볼 수도 있도록 만든 작은 공원이었다. 이 정도면 ‘와우(wow). 그러나 곧이어 ‘올레(olleh)!!’ 5층 전체가 복층으로 꾸며진 도서관이었다. 이곳에 꽃혀있는 책만 2000여권. 주로 자기계발, 경제ㆍ경영, 성공스토리, 자서전, 디자인, 헤어트랜드에 관한 서적이었다. 한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 중 ‘책벌레’는 많다. 하지만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도서관으로 꾸미고 직원들에게 강제로(?) 책을 읽히는 대표는 많지 않다. 역시 소문대로였다.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 

미용학원을 수료한 뒤 1981년 서울 성신여대 앞에 미용실 ‘준오헤어’ 1호점을 열었다. 20년 후인 2001년, 전국에 24개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헤어디자이너를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2010년 1월 기준 62개 직영 매장, 19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연매출은 노코멘트. 현재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 뷰티예술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준오헤어’는 2005년 세계 미용업체 ‘웰라’가 선정한 ‘세계 10대 헤어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책 5장씩 찢어서 직원들 읽혔다.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준오헤어’ 직원들은 오전 7시까지 출근한다. 1900여명의 직원이 62개 매장에서 동시에 토론회를 갖는다. 월 초 강 대표가 지정해준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점을 2시간 동안 이야기해야 한다. 꾀를 부려 토론회를 하지 않는다면? 강 대표의 불심검문에 걸리면 ‘끝장’이다. ‘책읽기 운동’는 15년째 계속되고 있다. 강 대표는 지금껏 180여권을 책을 직원들에게 강제로 읽혔다. 2009년 12월과 2010년 1월 필독서는 각각 ‘스물일곱 이건희처럼(다난출판사)’ ‘청춘경영(명진출판)’이었다. 강 대표는 책 읽기를 권장했지만 절대 책을 사주지는 않는다.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말고 꼭 서점에 나가서 책을 사보라고 했다. 책 제목만 훑어보는 것도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미용하는 애들 대부분이 두꺼운 책을 보면 기절해요. 그동안 얇은 책들만 좋아해 읽었을 테니까요. 예전에 직원들에게 두꺼운 자서전을 읽게 했는데 안읽었으면서 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거예요. 그래서 책을 5장씩 찢어서 하루에 읽어야 할 할당량을 줬죠. 습관을 들이게요.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니 한 달에 한 권 읽는건 어렵지 않다고 해요.” 

왜 강 대표는 이렇게 독서에 매달릴까. 강 대표는 ‘책=배움’이라고 여겼다. 배우는 건 오랫동안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I love you’의 뜻을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백번 말해봐요. 어디 알아듣나. 하지만 뜻을 배운다면 이 말 한마디에 날아갈 듯 행복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는 또 ‘책=성공’이라고 했다. 성공과 실패는 배우는 자와 안배우는 자의 차이란다. ‘책=재미’도 있었다. “간디 오빠는 어떻게 살다 갔을까요. 2만원도 채 안되는 돈으로 간디의 일생에 대한 궁금증을 푼다는게 설레지 않나요. 전 남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알아가는게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축구 선수가 제일 좋아요.” 

지난해 12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개최한 ‘2009 K-리그’ 수상자들은 모두 준오헤어에서 헤어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무료로 받은 후 시상식장에 들어갔다. 또 차범근 감독(삼성 블루윙즈) ‘2003 K-리그 올스타전’ 선발선수 37명 등이 준오헤어 평생 무료 회원권을 전달받았다. 

“다른 운동선수도 후원해 봤는데 축구선수가 제일 의리가 있어요. 순수하고 거짓이 없죠. 감사하는 마음을 참 크게 이야기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해요.”

 


#1000원 명찰 시도는 웃기기 위해서였다. 

몇 해 전, 헤어디자이너 명찰에 1000원짜리 지폐가 끼워져 있던 적이 있었다. ‘미소 짓지 않으면 1000원을 돌려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도 함께. ‘준오헤어’에서 실시한 정책이었다.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지도 있었지만 직원을 웃기겠다는 뜻이 먼저였다. 직원이 웃어야 고객도 웃는다는 것. ‘1000원 명찰’은 장난을 칠 수 있는 장치였다. 정색하고 1000원을 빼가는 고객은 없었다. 장난으로 고객이 1000원을 빼가면 대부분 웃었다. 뺏은 사람도, 빼앗은 사람도, 이를 지켜본 사람도 모두. 

강 대표의 어렸을 적 환경은 불우했다. 14살 때부터 남의 집살이를 했다. 힘든 삶이었을텐데 정작 본인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대신 ‘긍정적인 마인드로 항상 웃자’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했다. 

“물론 힘든 적이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아요. 그때마다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주문을 걸었거든요. 우리에겐 망각이라는 축복이 있잖아요. 그리고 또 하나, 웃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한 직원이 너무 안웃어서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매일 밤마다 연습하라고 일렀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부턴가 고객이 끌린다고 했어요. ‘웃는 연습’의 힘이였죠.” 

강 대표의 좌우명은 ‘즐겁게 살다 가치있게 죽자’다. 이왕 일하는건데 즐겁게 일하면 좋지 않나. 그러다 때가 되면 가치있게 죽는 것이고. 그래서 시무식 때마다 직원들 앞에서 그가 먼저 망가진다고 했다. 2009년엔 “김기사 운전해~”를 했다. 2010년엔 KBS 개그콘서트 ‘분장실 강선생’을 패러디했다. “니들이 언제 미용실 바닥 청소를 해봤겠니~.” 

미용실을 차리게 된 이유 

“왜 하필 미용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어느날 동네 미용실을 갔는데 한 고객이 원장에게 짐을 잠깐만 맡아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야박하게 거절하는거예요. ‘나라면 안그랬을텐데’ 생각을 했고 그 길로 미용 학원을 등록했어요. 아무리 시대가 지나도 머리카락은 항상 자랄 것이기 때문에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처음 미용 다이 두 개로 시작한 미용실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직영매장 고집 이유는… 

‘머리 만지는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항상 같은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강 대표는 프랜차이즈 경영을 하지 않는다. 준오헤어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들만 매장을 낼 수 있다. 그래야 강 대표의 철학과 비전, 가치를 그대로 공유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학생들은 30개월간 총 110학점을 이수해야 정식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6학점을 이수해야 커트, 20학점을 마쳐야 퍼머가 가능하다. 강 대표는 이들에게 가위질만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리더십과 심리학 등의 커리큘럼을 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했다. 졸업 땐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에게 해외 연수를 보내준다. 

“내 방식으로 따라와주는 이들에겐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열심히 하는 직원에겐 억대 연봉을 약속하죠. 또 가르치는 것에 소질이 있는 직원은 교수를 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싶어요. 지금은 15명 정도가 겸임교수로 활동 중인데 더 많은 인재를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요. ‘청출어람’이라고나 할까요.” 

‘행동하는 준오맨’이 되자는게 2010년 목표다. 이론적으로만 잘 알고 행동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는 생각보다 말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다. 일단 말부터 뱉어놓으면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올해 ‘재능 기부’를 하겠다는 것도 일단 말부터 나왔다. 세부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미용 기부를 하는데 올해는 회사 차원에서 봉사를 하려고 해요. 돈도 좋지만 우리에겐 기술이 있잖아요. 말을 해놨으니 꼭 지킬겁니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