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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돋보기] 공공 지출 안 무서워한 罪

영국신사77 2017. 6. 7. 14:17

[트렌드 돋보기] 공공 지출 안 무서워한 罪


입력 : 2017.06.07 03:12

오윤희 국제부 기자
오윤희 국제부 기자

유럽발(發)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금융 위기의 진원지'라고 불리던 그리스 출장을 갔다. 당시 만났던 한 그리스 직장인은 근무시간에 카페에서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는 경찰관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소곤거렸다. "그리스에서 공무원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골든 보이(Golden Boy)예요, 골든 보이."

그리스에서 공무원이 '골든 보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일반 직장인들보다 훨씬 많은 월급과 임금의 95% 수준에 달하는 연금 그리고 느슨한 업무 강도에 있었다. 8년차 초등학교 교사의 근무시간은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5시간에 불과했다. 잡무 외 실제로 학생을 가르치는 시간은 3시간뿐이었다.

5년 뒤인 2015년 그리스는 국가 부도 위기 직전까지 내몰렸다. 가게는 줄줄이 문을 닫았고, 돈을 인출하기 위해 매일 아침부터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선 연금 수급자들은 은행 현금 부족으로 번번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과다한 공공 분야 지출과 방만한 재정 운영이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한지 오래였지만, 지도자들이 빨간불을 애써 외면했던 탓이다.

한때 남미의 촉망받는 신흥 경제성장국 브라질이 쇠락한 이유도 그리스와 비슷하다. 2009년 11월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상징인 거대 예수상이 로켓처럼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표지 사진을 실으며 브라질의 성장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공공 분야 과다 지출이 브라질의 발목을 잡았다.

2015년 7월13일(현지 시각) 그리스 아테네 중심가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이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은행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날 국제 채권단과 그리스 사이에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AP 뉴시스
한때 브라질 경제를 솟구치는 로켓으로 묘사했던 이코노미스트는 그로부터 4년 뒤인 2013년 브라질을 '해가 지는 나라'라고 부르면서 브라질 연금제도의 문제점을 다뤘다. 연금 수령자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절반 정도의 연금을 수령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브라질에선 배우자가 아무런 조건 없이 연금을 거의 전액 받을 수 있다.

연금이 매년 물가상승률도 반영하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나면 매달 받는 연금액이 배우자가 일할 때 받던 월급보다 많아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배우자와 사별하면 한창 일할 나이에 조기 은퇴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브라질이 유족에게 지급하는 연금액은 GDP 대비 3%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GDP 대비 1%)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한국 정부도 청년 취업난 타계 등을 위해 향후 5년간 공무원 수를 17만여명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공약이 지켜질 경우 현재 매년 1% 수준인 공무원 증가율은 연간 4%로 증가하고 201 3년 이미 100만명을 돌파한 공무원은 2022년엔 120만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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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청년 실업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기술 개발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대신 손쉽게 공공 분야만 무리하게 늘려 놓을 경우 그 부작용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그리스와 브라질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곰곰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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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6/20170606021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