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청색기술로 일본 신칸센을 들 수 있다. 고속 운행에 따른 소음 해결을 위해 물총새의 길쭉하고 날렵한 부리와 머리를 본떠 열차 앞 부분을 디자인했다. 짐바브웨의 자연 냉방 건물은 흰개미의 둥지를 모방한 설계로 한여름에도 22도 안팎을 유지한다. 섬유 분야에서는 잎사귀가 물에 젖지 않고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연잎 섬유, 접착제 분야에서는 도마뱀의 발바닥을 이용한 나노 접착제, 벼룩·잠자리의 탄력성을 모방한 탄성이 좋은 신물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색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R&D가 활발해지고 있다. 자연모사 관련 정부 R&D 과제는 2010년 14건에서 2015년 56건으로 증가 추세다. 자연 모방 삼각(시각·촉각·후각) 센서 기술은 대표적인 청색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파리·딱정벌레를 모사한 초비전(Super vision) 시스템, 거미의 촉각을 모방한 고감도 분산형 진동 센서, 개의 코를 모방한 초고감도 가스 센서가 이미 개발됐다. 나비의 날개 구조를 모방한 광결정 소재·소자도 만들어냈다. 고해상도 프린트용 입자를 대량 제조할 수 있고, 에너지 절감형 창호를 생산할 수 있다.
DA 300
청색기술은 경제성·환경성·사회성을 모두 갖춘 최적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공학적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임에도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개념이 생소한 탓에 많은 연구자와 관련 산업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편이다. 이 때문에 미래 유망 분야 선정을 위해 세부 분야별로 어디를 미리 지원해야 하는지 우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의 첫 총리 내정자인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이끄는 전라남도가 청색기술과 관련해 발 빠르게 움직인 지방자치단체로 꼽히고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청색기술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학계·산업계·연구소 등 각계 전문가 23명이 참여하는 ‘전라남도 청색기술 산업화 추진단’을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해 청색기술 자원을 적극 발굴하고, 국가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우기종 전라남도 정무부지사는 “청색기술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 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