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울림이 또 있다.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업체인 넷마블게임즈의 창업자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다. 68년 서울 가리봉동에서 태어난 소년은 가난했다. 벌집촌과 쪽방촌이 즐비한 동네였다. 소년은 초등생 때 학원에 다니고 싶어 신문 배달을 했다.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고2 때 자퇴를 했다.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중졸자가 할 일은 뻔했다. 사업도 해봤지만 실패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꿈을 꿔야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창업이었다.
신산(辛酸)한 시절을 보낸 그가 2000년 32세에 자본금 1억원 으로 창업한 넷마블이 잭팟을 터뜨렸다.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의 시가총액은 13조7260억원으로 전체 21위, 방 의장 보유 주식은 3조3588억원으로 개인 6위에 올랐다. 가리봉동 소년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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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방 의장을 주목했다. 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도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하지만 ‘고졸’ 꼬리표는 없다. 그런데 포브스는 이례적으로 방 의장 기사에 ‘고교 중퇴(high school drop out)’라는 제목을 달았다. 냉혹한 정글의 세계에서 억만장자가 된 그가 독특했던 게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 의장이 2006년 회사를 떠난 후 회사는 온라인게임 사업 실패로 난파 직전이었다. 2011년 복귀한 그는 3개월 장고 끝에 ‘모바일게임’과 ‘2016년 매출 1조원’이란 카드를 던졌다. 스마트폰 시대를 겨냥한 파괴적 혁신으로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회사를 최강자로 만들었다.
방 의장은 책과 온라인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학력을 보지 않는 능력 중심 인사와 진솔한 소통을 내세운다. 신입사원이 “금수저냐”고 묻자 “나는 진품 흙수저다. 성인이 될 때까지 내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다”며 꿈과 의지를 강조했다. 그의 성공은 행운도, 신화도 아니다. 집념·추진력·도전·땀의 결실이다. 제2, 제3의 가리봉동 소년이 나와야 한다. 학력·학벌보다 실력과 노력이 통하는 곳, 그게 정의로운 나라다.
양영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