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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헝가리의 일자리 마법

영국신사77 2017. 5. 9. 21:33

[기자의 시각] 헝가리의 일자리 마법

입력 : 2017.05.05 03:13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원래 좌파였다. 집권 여당 피데스는 오르반이 30년 전 창설할 당시만 하더라도 강성 진보 단체였다. 하지만 오르반과 피데스는 오른쪽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요즘 오르반은 일자리 늘리기에 전력을 다한다. 하지만 세금을 써서 일자리를 짜내지는 않는다. 세금 환급을 당근 삼아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르반은 19%였던 법인세를 올해부터 9%로 획기적으로 낮췄다. 단숨에 아일랜드(12.5%)를 제치고 유럽에서 기업 세금 부담이 가장 가벼운 나라가 됐다. 원래부터 저임금으로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낸 헝가리의 인기가 '세금 할인'으로 더욱 치솟게 됐다.

헝가리는 자체 자동차 회사를 갖지 못한 나라다. 하지만 경제 규모(GDP) 대비 자동차산업의 비율이 10%에 달한다. 폴크스바겐, 벤츠, 오펠, 스즈키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거 찾아와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2000년 13만대 수준이던 자동차 생산량이 작년 47만대로 늘었다. 인구 980만명인 나라치고는 적지 않은 규모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뉴시스
자동차 공장이 몰려 있다 보니 시너지도 상당하다.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을 개척할 유럽의 전진기지로 헝가리를 낙점했다. 4000억원을 들여 기존 PDP 생산 공장을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타이어 역시 유럽 거점 공장을 헝가리에 두고 있다. 각국 큰손들이 몰려드니 당연히 일자리가 부쩍 늘었다. 2013년 10.2%이던 헝가리 실업률이 작년에는 3년 만에 절반 이하인 4.9%로 뚝 떨어졌다. 거의 마법이다. 좌파 정부 시절인 2008년 IMF에서 빌린 구제금융도 오르반 집권기인 2013년 조기 상환했다.

헝가리 사례는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OECD 평균 법인세율이 2000년 30%에서 올해 22%로 떨어진 것도 의미는 명확하다. 나라별로 기업을 뺏고 빼앗기는 경쟁이 날로 치열해진 결과다. 외국에 공장을 짓는 국내 기업보다 우리 땅에 들어와 일자리를 늘리는 해외 기업이 효자 노릇을 한다. 트럼프가 괜히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 강조하겠는가.

이런 세계적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자는 목소리가 크게 나온다. 재벌들이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는 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을 마냥 어항 속 물고기로 여겨 서는 안 된다. 삼성SDI가 헝가리에서 만들 예정인 자동차용 배터리는 연 5만대분으로 울산 공장에서 생산할 6만대분에 필적한다.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거듭해서 늘리면 나라 안 솥단지 크기가 줄고 고용도 쪼그라드니 결국 국민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 국내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이 땅에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길을 걸어야 하는 시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04/20170504026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