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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왜 지금 재벌개혁인가’ 펴낸 박상인 서울대 교수 “정경유착 폐해 최고조… 지금 칼 뽑을 때”

영국신사77 2017. 4. 6. 09:18

[인터뷰] ‘왜 지금 재벌개혁인가’ 펴낸 박상인 서울대 교수 “정경유착 폐해 최고조… 지금 칼 뽑을 때”

입력 : 2017-04-04 20:31

[인터뷰] ‘왜 지금 재벌개혁인가’ 펴낸 박상인 서울대 교수 “정경유착 폐해 최고조… 지금 칼 뽑을 때” 기사의 사진
재벌개혁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교수. 그는 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 이스라엘의 재벌개혁을 주도한 세력은 우파였다”면서 “재벌개혁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가치를 믿는 모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윤성호 기자

“정부가 스티브 잡스를 발굴해 육성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누군지 모를 잡스가 탄생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장미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러 대선 주자들에게 경제 정책을 제안한 바 있는 박상인(52) 서울대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박 교수는 최근 ‘왜 지금 재벌개혁인가’(도서출판 미래를소유한사람들)를 냈다.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한국이 혁신형 경제로 나아가야 하는데, 재벌로 상징되는 경제력 집중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과거에는 모방형 경제였어요. 따라하면 되니까 뭘 하면 좋을지 알 수 있었지요.
얼마나 많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집중하느냐가 중요했지요. 정부 주도 재벌 체제가 효과적이었어요. 
 지금은 미래가 불확실해요. 누가, 무엇이 성공할지 아무도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잡스가 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박 교수는 재벌 체제는 일감 몰아주기, 중소기업 기술 탈취, 세습에 의한 진입장벽이 있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잡스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벌 개혁론자는 많다. 그런데 박 교수는 그 해법으로 ‘한국경제를 위한 뉴딜’을 제시하는 게 눈길을 끈다. 미국의 대공황 이후 1930년대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추진된 뉴딜 정책은 33년부터 38년까지 1, 2차에 걸쳐 진행됐다. 흔히 대규모 인프라 건설 공사 같은 응급 대책인 1차 뉴딜만 회자된다.

박 교수는 그러나 35년부터 추진한 2차 뉴딜 정책을 통해
미국은 노사관계법 사회보장법 등을 통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복지국가로 전환하는 수술을 성공시켰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이제는 수명이 다한 박정희 개발체제에서 사회통합형 시장경제로 탈바꿈해야 하며
이를 위해 약자의 재산권 보호, 공정한 경쟁, 사회 안전망 등을 갖춰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를 언급하기도 했다.
독점과 문어발 확장이 어려운 미국의 토양에서 빌 게이츠는
전도유망한 혁신형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함께 대박을 터뜨리는 식의 벤처캐피털형 모델로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경유착의 폐해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이야말로 재벌개혁 문제를 해결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차기 행정부를 이끌 수 있는 현재 대선 주자들에 대한 평은 어떨까. “대선 후보들이 아직도 직접 잡스를 찾아 육성하겠다는 식의 정책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경제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 등이 있다.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