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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백지선과 히딩크의 리더십

영국신사77 2017. 4. 27. 21:53

[동서남북] 백지선과 히딩크의 리더십

    입력 : 2017.04.27 03:15

    민학수 스포츠부 차장
    민학수 스포츠부 차장

    요즘 선전을 거듭하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보면 15년 전 축구 대표팀이 떠오른다. 현실에 대한 통찰력 있는 진단과 적절한 처방이 있으면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의 변방 아시아에서도 B급 정도로 취급받던 한국이 이제 세계 톱 리그(16강)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팬들은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날이 올 줄 몰랐다"며 흥겨워한다.

    평창올림픽에서의 선전을 위해 리그 활성화, 특별 귀화 선수 영입, 개최국 자동 출전권 부활 등을 이뤄온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은 대표팀에 눈 밝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캐나다 교포 출신인 백지선 감독을 영입했다. 그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서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세계적인 수비수였다.

    2014년 한국 대표팀을 맡은 그는 세계무대에서 통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4강을 경험했던 히딩크가 월드컵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꿰고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히딩크는 부임하자마자 독특한 현실 진단으로 국내 지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 선수들이 개인기는 괜찮은데 체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국내 지도자나 팬들의 생각과 정반대였다. 선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공포의 삑삑이(20m 셔틀런) 훈련' 처방이 그런 진단에서 나왔다. 요즘 한국 아이스하키도 경기 막판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NHL에서도 통할 체력이 필요하다며 백 감독이 도입한 훈련 프로그램 덕분이다. 2년 전부터는 아예 NHL 전문 트레이너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지옥 훈련'을 맡겼다. 체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압박을 펼치는 한국 스타일에 부담을 느끼는 상대가 적지 않다.

    2016년 4월11일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백지선 감독이 안양종합운동장 실내빙상장에서 대표팀 훈련을 진행하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히딩크 감독에게서 축구 특강을 들어본 적이 있다. 비디오 분석관이 동영상을 틀자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수비하다 상대의 공을 빼앗았을 때 나머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줬다. 상대 진영 빈 공간을 향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의 움직임은 예술이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이 비슷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줬다.

    백지선 감독은 비디오 분석과 함께 시스템 북을 즐겨 활용한다. 시스템 북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려주는 전술 지도이다. 포지션별 맞춤 훈련을 통해 길눈이 트이기 시작한 선수들이 "더 가르쳐 달라"며 감독을 조른다. 그는 "예전 우리 선수들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몰라서 불안해했다"며 "왜(why)를 설명해주는 게 감독의 일"이라고 했다.

    히딩크가 한국 선수들의 위계 문화를 깨려 노력했던 것처럼 백 감독은 '팀 스피릿'을 강조한다. 한 골 넣고는 너무 좋아하다 역습을 허용하거나, 한 골 실점하면 주저앉던 예전 대 표 선수들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히딩크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했던 것보다 백 감독은 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운다. "평창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했다. 그는 "꿈은 크게 꿔야 한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망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6/20170426036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