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강의로 유명한 김근주(51)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교수가 속 시원한 성경읽기 입문서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성서유니온)를 펴냈다. "우리 신앙은 탐욕에 '아멘' 하는 것으로 전락했다" "자기 마음속만 들여다보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부패한 권력에게 최상의 종교다" "구약에 근거해 십일조를 강조하면서 희년을 설교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다." 모두 이 책에 나오는 얘기다.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연구원을 찾았다.
“제가 그동안 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씹으니까 어떤 사람은 정치에 관심 있는 거 아니냐 하는데, 그건 전혀 아니구요. 구약의 예언자들이 잘못된 지도자를 꾸짖는 걸 보면서 저도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한 것뿐이에요.” 진한 대구 사투리에 비속어 사용이 잦았다. 낯설었다.
“제가 ‘양아치’ ‘쩐다’ ‘헛소리’ 같은 말을 많이 쓰는데 그건 그 상황에 가장 잘 맞기 때문에 쓰는 겁니다(웃음).” 목회자나 지도자의 이기적 태도를 꼬집을 때 이런 말을 주로 썼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이사야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입담은 거칠지만 비판은 날카롭고 논리는 정연했다.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은 나라를 잃고 로마의 지배를 받던 신약시대보다 왕국을 이루고 살던 구약시대와 더 겹치는 면이 많습니다. 그런데 목회자들은 구약시대 왕을 향한 예언자들의 쓴 소리에 대해 거의 설교하지 않습니다. 신약에 나온 로마서 13장의 권세 존중은 선을 행하는 권세를 존중하라는 것이지 불의한 권력에 순종하란 뜻은 아닐 겁니다.”
왜 청년들이 그의 강의에 열광하는지 짐작됐다. 김 교수는 2006년부터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로 지내다 2010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강의하고 있다.
“제가 교단 신학교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로운 면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대학시절부터 이 사회의 빈곤과 정의의 문제에 대해 교회가 아무 답을 하지 않는 데 의문을 가졌고 그걸 풀기 위해 공부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구약은 사랑과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하나님(렘 9:24)이라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이분법적으로 사회의 구원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던 ‘베데스다 연못’(요 5:1∼18) 설교가 대표적 예다. “병자가 자기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일어나 달려가야 하는 상황을 살인적 경쟁사회에 대한 비유로 봤지요. 그리스도인은 불의한 체제에 휘말리지 않고 예수님 안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풀이했죠.”
복음적인 시각이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나 교인들이 성경을 자기들이 믿고 싶은 대로 풀이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약이 가리키는 올바른 사회체제, 하나님이 기뻐하는 나라에 대한 말씀을 소홀히 하다보니 공동체에 대해 고민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3년 전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공동체의 공의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채 ‘교통사고’라는 따위의 설교를 했습니다.”
그의 양복 깃에는 노란 세월호 배지가 있었다.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셔서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죄 없이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의인의 고난입니다. 세월호에 탔던 그 꽃다운 아이들 역시 아무 죄가 없었습니다. 이 나라의 무능과 탐욕 속에 스러져갔습니다. 우리 죄로 인한 의인의 고난에 대해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 주 주일은 세월호 3주기이자 부활절이다.
그는 서문에서 “영원한 하나님 말씀이 오늘 우리 현실에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에 대해 모색했다”고 썼다. “회개가 개인의 내면에만 머물러선 안 됩니다. 하나님은 공동체 안에서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정의와 공의를 이루라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공동체의 정의와 공의를 열렬히 전파하고 있다. 그의 책은 말씀을 개인적으로 적용하는 데만 익숙한 우리에게 균형을 찾아줄 필독서다.
글=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김근주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연구원에서 성경 옆으로 얼굴을 내밀며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