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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만 26편… 스타 성악가 총출동하는 '오페라 帝國'/[글로벌 문화 현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신사77 2017. 2. 17. 18:14

올 시즌만 26편… 스타 성악가 총출동하는 '오페라 帝國'




입력 : 2017.02.17 03:02

[글로벌 문화 현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담라우·오폴라이스·카마레나… 이달 초부터 매일같이 출연, 오케스트라 실력도 정상급
완성도 높은 목소리의 盛饌… 올겨울 '청교도' '루살카' 주목

디아나 담라우(독일),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라트비아), 마리아 아그레스타(이탈리아), 올가 페레차코(러시아·이상 소프라노), 하비에르 카마레나(멕시코·테너), 루카 피사로니(이탈리아·베이스바리톤)에서 남아공의 신예 소프라노 프리티 옌데까지. 한창 전성기를 맞거나 주가가 치솟는 스타들을 한 주(2월 4~10일) 안에 모두 세울 수 있는 극장은 세계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상 메트) 등 서너 곳밖에 없다.

메트는 올 시즌(2016~2017)에만 오페라 26편(총 225회)을 올리는 '오페라 제국(帝國)'이다. 메트처럼 입맛에 따라 매일 오페라를 바꿔 볼 수 있는 극장은 런던 로열오페라, 파리 오페라, 빈 국립오페라, 베를린 국립오페라, 뮌헨 바이에른 오페라 정도다. 최근 들어 흥행 부진, 작품성 부족 같은 지적이 간간이 나오지만 메트는 여전히 꿈의 무대다. 플라시도 도밍고, 안나 네트렙코, 르네 플레밍, 엘리나 가란차 같은 정상급 출연진과 화려한 무대, 제임스 레바인(명예 음악감독)이 40년 넘게 이끌어온 오케스트라의 실력은 세계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다.

지난 2일 개막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신작 오페라 ‘루살카’ 주역인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 1막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로 오랫동안 박수를 받았다.
지난 2일 개막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신작 오페라 ‘루살카’ 주역인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 1막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로 오랫동안 박수를 받았다. /Ken Howard/Metropolitan Opera
이달 초 개막한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와 드보르자크 대표작 '루살카'는 올겨울 가장 주목받은 작품이다. 토니상 수상자인 연출가 메리 짐머만과 무대 디자이너 다니엘 오스트링이 나선 신작(新作) '루살카'는 녹색과 붉은색을 번갈아 배치하며 동화 속 환상의 세계를 재현했다. 요정 루살카가 왕자와 사랑에 빠져 인간으로 변신했다가 실연하는 체코판 '인어공주' 이야기. 짐머만은 요정들의 평화로운 녹색 세계(1막)에 이어 음습한 붉은 색조로 궁전(2막)에 들어온 루살카의 혼란을 대비시켰다. 거대하다 못해 실내 체육관 같은 느낌까지 주는 3800석짜리 메트 대극장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동화의 세계로 바뀌었다.

1막 초반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른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38)는 목소리까지 잃어가며 사랑에 몸을 던지는 루살카를 절절하게 연기했다. 특히 노래 한 소절, 대사 한 마디 없는 2막에서도 왕자의 배신에 불안해하는 연인(戀人)의 심정을 담아냈다. 영국 지휘자 마크 엘더 경(卿)이 이끈 메트 오케스트라는 바그너처럼 장중한 '루살카' 음악을 든든하게 받쳤다. 1막 초반 숲의 정령 트리오로 나선 소프라노 박혜상의 활약도 돋보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지난 10일 시즌 첫 공연을 가진 '청교도'는 오페라가 성악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하비에르 카마레나, 디아나 담라우, 루카 피사로니는 17세기 청교도 혁명 와중의 잉글랜드를 무대 삼아 엘비라와 아르투로의 절절한 사랑을 그려냈다. 전성기를 맞은 카마레나(41)는 테너 최고 음역대인 하이 C를 웃도는 고음(高音)을 편안하게 넘나들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담라우(46)도 도니제티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과 함께 대표적 '광란의 장면'(Mad scene)으로 꼽히는 2막에서 아리아뿐 아니라 몸을 던지는 극적인 연기로 완성도를 높였다. 뉴욕타임스가 "두 스타 성악가가 있으니, 메트는 '청교도' 새 프로덕션을 만드는 걸 고려해봐야 한다"고 썼을 만큼 압도적 절창이었다.

2011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한 남아공 소프라노 프리티 옌데(32)는 숨 가쁘게 고음을 오르내리는 로시니 오페라 '세빌랴의 이발사' 로지나 역을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소화했다. 옌데가 최근 소니에서 출시한 음반 첫 번째 곡이기도 한 1막의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를 부르자 뉴욕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새 디바의 탄생을 반겼다. '리골레토' 여주인공 질다로 나선 소프라노 페레차코(37)와 '카르멘' 미카엘라 역 아그레스타(39)의 풍성한 목소리와 연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 호연이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1880년 설립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정부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 유럽 오페라단과 달리 민간 단체다. 연 예산(2015년)은 약 3550억원으로, 티켓 수입은 전체 29%인 1027억원. 기부 수입이 전체 예산의 48%인 1710억원을 차지한다. 1976년부터 음악감독을 맡아온 제임스 러바인이 작년 명예 감독으로 물러났고, 야닉 네제-세갱(42)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신임 음악감독(2020년 취임)에 지명됐다. 소프라노 홍혜경·신영옥·캐서린 김, 테너 이용훈, 베이스 연광철이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라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다. www.metoper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