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500명 만나 노래·삶 멘토링
쾰른 오페라 연수에 매년 1명 보내
“내가 너무 힘들어봤기 때문이죠”
전화 인터뷰에서 사무엘 윤은 “무대 위 공연과 후배들을 만나는 일의 비중은 50대 50”이라고 말했다. 오페라 가수라는 주업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한때는 그도 레슨비를 받고 노래를 가르쳤다. 2000년 쾰른 오페라 극장의 전속 성악가가 된 후 그를 찾는 후배는 많았다. “성악하는 후배들을 자꾸 만나다보니, 그들이 정말 힘들게 노래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돈 받지 않고 만나서 노래와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두번째 직업’을 만들었다.
2015년엔 일을 정식으로, 크게 벌였다. 한국 성악가를 매년 한명 뽑아 쾰른 오페라 극장의 연수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오에 보내기 시작했다. 30세 이하 성악가들을 오디션으로 뽑는 오페라 스튜디오는 정식 무대로 가는 관문이다. 사무엘 윤은 극장장을 설득해 매년 한명의 한국 성악가 자리를 만들었다. 그도 이 오페라 스튜디오 출신이다. 지난해까지 두 명이 이 혜택을 받았고, 그중 한 명인 바리톤 최인식(28)은 올해부터 쾰른 오페라의 정식 무대에 서는 계약을 했다.
DA 300
사무엘 윤은 “성악가들을 뽑을 때 콩쿠르가 아닌 공개 레슨 방식을 선택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모든 지원자에게 노래를 가르쳐주고, 그 후엔 함께 식사를 한다. 이튿날엔 한명씩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단지 노래 잘 하는 후배를 뽑는 게 아니다. 도움이 가장 절실한 후배를 가려내고, 그들의 꿈을 들어본 후 선발한다”고 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위해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음악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기준으로 후배들을 만난다. 올해도 다음 달 13,14일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공개 레슨을 열 예정이다.
그는 왜 후배 한국 성악가를 돌보는 일에 이토록 힘을 쏟는 걸까. “나 역시 너무나 힘들어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을 갔던 그는 “13시간 기차를 타고 콩쿠르에 출전해 1차에서 똑 떨어지고 다시 기차 타고 오기를 13번 반복했다”고 했다. 마지막이다 생각하던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하기까지 이유도 모른 채 좌절만 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제 2의 직업’이라 할만한 후배 돌보기를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오히려 판을 더 키운다. “전세계 곳곳에서 이미 자리 잡은 성악가 동료들과 ‘동업’해 후배들을 만날 것”이라는 게 그의 다음 목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