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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무엘 윤 "성악가, 목소리로만 노래하는 것 아냐"

영국신사77 2017. 2. 10. 10:36

[인터뷰]사무엘 윤 "성악가, 목소리로만 노래하는 것 아냐"

  • 뉴시스
  • 입력 : 2016.07.21 10:46

■ 쾰른 오페라극장 '종신 성악가'
'마스터 클래스' 열고 후배 발굴
오페라 '파우스트의 겁벌' 공연
악마 '메피스토펠레'다시 맡아

"오페라에 출연하는 성악가들의 감정 표현은 연극배우 이상이에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죠. 삶은 곰 같을 지라도 무대 위에서는 여우가 돼야죠."

우직한 품성의 세계적인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45·윤태현)이 파우스트를 유혹해 타락시키고, 순결한 마르그리트를 죽음으로 내모는 악마 캐릭터의 전형 '메피스토펠레'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이유다.

공연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 주최로 8월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콘체르탄테인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겁벌'에서도 이 역을 맡는다.

지난해 5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베를린 도이체 오퍼 극장이 제작한 버전이다. 사무엘 윤과 함께 유럽에서 떠오르는 한국인 테너 강요셉이 파우스트를 맡아 화제가 됐다. 이번에도 두 사람이 함께 나온다. 불가리아 출신의 스타 메조 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가 마르게리트 역으로 목소리를 보태는데 벌써부터 티켓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사무엘 윤은 1998년 이탈리아 토티 달 몬테의 '파우스트 콩쿠르'에서 메피스토펠레로 우승, 유럽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전에 10번 이상 콩쿠르에서 떨어진 사무엘 윤은 "삶은 곰 같은 인내가 필요하다"고 웃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독일 쾰른 오페라 극장의 종신 성악가인 그의 실제 생활은 평범하다. 7, 8년 동안 독일 이웃집 주민들은 그가 유명한 성악가라는 사실도 몰랐다. 우연히 극장에 내걸린 현수막의 사무엘 윤 얼굴을 보고 '이 사람이 당신이 맞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실제 생활에서는 남들과 똑같죠. 하지만 무대에서는 미친 사람이 돼야 해요. '내가 무대를 정말 사랑하는구나'라는 걸 보여줘야죠."

18~19일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연 마스터 클래스에서도 후배 성악가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성악가는 목소리로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죠.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는 것이 정확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감정의 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죠."

이 마스터 클래스는 쾰른 오페라 극장의 젊은 성악가 양성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오'에 참여할 성악가를 뽑는 자리다. 성악가들의 실력뿐 아니라 개성, 인성을 보기 위해 콩쿠르 대신 마스터 클래스를 택했다.

지난해 초 사무엘 윤이 국내에서 첫 번째 연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당시 연세대 성악과에 재학 중이던 바리톤 최인식(27)이 뽑혔다. 클래식음악 애호가로 유명한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이 2년치 유학 비용을 대기로 했다.

그런데 최인식이 '사고'를 쳤다. 현지에서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은 것이다. 예정보다 앞당겨 이번 마스터 클래스를 열게 된 이유다. 극장 측이 돈을 댈 테니 9월에 한국인 테너를 한명 데리고 오라고 제안한 것이다.

"최유식 군처럼 똑같이 열심히 해줄 수 있는 한국 사람을 데려가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기분 좋은 부담이죠. 노래 잘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성실하게 끈기를 가지고 시스템에 잘 적응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선 추계예대 출신으로 2009년 중앙음악콩쿠르 우승자인 테너 김영우(30)가 뽑혔다. 다음부터는 사무엘 윤이 파트에 상관 없이 선발할 수 있게끔 극장이 배려를 했다.

세계적인 스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도 인정하는 스타인 사무엘 윤은 이미 2022년까지 스케줄이 꽉 찼다. 특히 9월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 바그너의 악극 '라인의 황금'의 알베리히로 현지 데뷔한다. 2012년 '바그너의 성지'로 불리며 세계 최고의 오페라 축제로 인정받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주역으로 캐스팅, '바이로이트 영웅'이 된 사무엘 윤은 대신 올해 이 축제를 건너뛰기로 했다.

"바이로이트에서 10년 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무대든 행복감을 느끼고 동화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죠. 이번에 선택을 해야 했는데 더 많은 걸 경험하고 싶었죠."

'바이로이트의 영웅'이란 수식은 부담스럽다고 웃었다. "한국에서는 말 그대로 영웅(hero)이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독일에서는 영웅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아서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영웅적인 캐릭터의 목소리를 가진 성악가라는 거죠. 앞으로 국내에서 저를 소개 할 때 파우스트를 참 잘하는 정도가 가장 좋을 거 같아요. 하하."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