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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2000명 가르친 '코딩 전도사'… "나는 천재 아니다 '9 to 6'가 싫을뿐"

영국신사77 2017. 1. 27. 20:31

[Why] 2000명 가르친 '코딩 전도사'… "나는 천재 아니다 '9 to 6'가 싫을뿐"

입력 : 2017.01.21 03:03 | 수정 : 2017.01.21 08:32

비영리 기업 '멋쟁이 사자처럼' 운영하는 이두희 대표

비전공자에 코딩 교육
인문대생 사회 고민 많아
그들이 컴퓨터 잘 다루면 사회적 파급력 클거라 여겨

교육생들이 30여개社 창업
'자소설닷컴' 등이 대표적

구글서 5억원 지원 받아
전 세계 19개 대학에서 한국과 같은 프로그램 운영

김태희 사진 해킹 '유명세'
대학생 때 성적 해킹될까봐 전산원에 얘기했다가 퇴짜
경각심 주려 해킹했는데 김태희 입학 사진에 놀라…

싸이월드도 해킹해서 회사 측에 문제점 알려줬죠

비영리 기업 '멋쟁이 사자처럼'은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가르치는 회사다. 독특한 회사명은 이두희(34) 대표가 지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대학원 중퇴하고 백수(白手)가 됐어요. 그런데 백수(百獸)의 제왕은 사자잖아요. 백수지만 사자처럼 당당하고 멋쟁이처럼 살자는 뜻이에요."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이 회사 장난이 아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80여개 대학 약 2000명에게 코딩을 가르쳤고, 여기서 배운 학생들이 지금까지 30여개 회사를 창업했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알려주는 '자소설닷컴', 아마추어 축구 데이터 분석을 하는 '비프로'(bepro), 해외 송금을 하는 '센트비'(sentbee) 등이 대표적이다. 멋쟁이 사자처럼은 작년 8월 구글이 사회적 기업을 뽑아 지원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에서 우승해 5억원을 받았다. 올해부터 미국 UCLA와 UC버클리, 일본 도쿄대, 홍콩 홍콩대, 호주 시드니대 등 전 세계 19개 대학에서 'Like Lion(사자처럼)'이란 이름으로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 회사 사무실은 출국 준비로 분주했다. 사원 7명 중 이 대표를 포함해 4명이 24일부터 세계여행을 떠난다. 이 대표는 "10개월 동안 5대양 6대주를 돌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인터넷으로 배울 수 있는 사이트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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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白手)일 때 백수(百獸)의 제왕 사자처럼 멋지게 살겠다고 결심했어요. 앞으로도 사자처럼 당당하게 살 겁니다.” 지난 2일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만난 이두희 대표는 발톱을 세운 사자의 모습을 흉내 내며 웃었다. 프로젝터로 비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가 그의 얼굴 위에서 춤을 췄다. / 이태경 기자
구글에서 5억원 지원받아

―일을 하는데 굳이 세계여행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해외에선 각자 돌아갈 집이 없으니까 모두 함께 모여서 거의 죽도록 일만 하다 올 거예요."

―한국에서 그렇게 일해도 되잖습니까.

"출퇴근 풍경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강남역에서 지하철 타는 것보다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 보고 탄자니아에서 세렝게티공원을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일은 컴퓨터만 있으면 되니까 카페나 길바닥에서 해도 되고요. 솔직히 사이트 만드는 게 첫 번째이고, 거기에 재미있게 양념을 쳐보자는 거죠."

―어느 국가를 갈지 정했나요.

"우선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나고. 그다음에는 사원들과 함께 토의해서 정하기로 했어요."

이 대표는 고등학교 때까지 "평탄한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은 공부 잘해야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셨고 저도 성적이 전교 2등에서 10등으로 떨어지면 인생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죠."

―언제 인생관이 바뀌었나요.

"재수해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입학하고 나서요. 우리 과에 올림피아드 출신 애들이 열댓 명 있더라고요. 걔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공부를 했던 친구들이고, 저는 그냥 학교 공부만 잘했지 컴맹 수준이었어요. 아무리 공부해도 따라잡을 수 없더라고요. 1학년 때 방황 많이 했어요. 저는 술은 못 마시니까 미팅하고 PC방 가서 오락하고. 그때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어른들 말만 듣고 살면 1970년대 청춘으로 사는 거다. 21세기 청춘으로 살려면 너 스스로 판단해서 살아라.'"

―어머니 말씀에서 영감을 얻었군요.

"맞아요. 그때 '인생에서 다양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 멋대로 한번 살아보기로 했어요."

김태희 사진 해킹으로 유명해져

이 대표는 대학 3학년 때 서울대 중앙전산원을 해킹해 서울대 출신 배우 김태희의 입학 때 사진을 유출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서울대 전산원 해킹 방법이 조금씩 알려졌던 시절이에요. 저는 성적이 되게 안 좋았는데 누가 이걸 해킹해서 성적이 공개되면 어쩌나 싶었죠. 전산원 찾아가서 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했는데도 안 바뀌어요. 그래서 경각심을 주려고 해킹을 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김태희씨 입학 사진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다른 곳도 해킹했나요.

"싸이월드를 해킹해서 이런 문제점이 있다고 회사 측에 알려준 적이 있어요."

―서울대 강의 평가 사이트도 만들었죠.

"수강 신청할 때 학교에서 주는 정보만 가지고는 도대체 이 수업이 무슨 수업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선배들한테 구전되는 정보가 대부분인데, 저는 선배들하고 친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4학년 때 강의를 평가하고 공유하는 사이트(snuev.com)를 만들었더니 한 달 만에 거의 전교생이 들어왔어요."

―학교에서 가만히 안 있었겠네요.

"경고 수차례 받고 결국 징계위원회가 열릴 뻔했는데, 제 편인 교수님도 좀 계셔서 살았어요."

―이때부터 '천재 해커'로 방송에도 종종 출연했죠.

"제가 천재는 아니고요. 머리가 좋다기보다 머리를 다르게 굴려 보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 대표는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하며 평범한 삶을 사는가 싶었지만 2012년 박사과정 당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동기·후배들과 함께 '울트라캡숑'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화방 앱을 개발했다. "대학교 때 수백 명이 듣는 수업에서 앞에 몇 줄에 앉은 학생들은 공부하지만 뒤에선 맨날 쪽지 돌리고 키득키득 놀잖아요. 그래서 뒤에서 노는 애들한테 채팅방을 열어주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었어요." 울트라캡숑은 카카오에서 투자를 받았고 직원도 20명 넘을 정도로 잘 나갔지만 이 대표는 "회사에서 탄핵당했다"고 했다.

―왜 쫓겨났나요.

"제가 일할 때는 고집이 세고 추진력이 강한 편이에요. 제 기대치를 다른 직원들이 못 따라올 때 '너 이거밖에 안 돼?' 하고 화냈죠. 일 덜 끝내고 퇴근한다고 하면 그 꼴을 못 보겠더라고요. '나는 내 인생을 걸었는데 얘들은 왜 인생을 안 걸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어느 날 인턴 한 명이 너무 회사 물을 흐리길래 내보내야겠다 결정을 했는데 저 빼고 직원 모두 반대하더라고요. 나는 회사 대표로 인사권을 갖고 있는데 너희들이 뭐야 하는 심정으로 사내 게시판에 '인턴을 자르든 나를 자르든 하라'고 했는데 제가 잘렸어요(웃음). 제가 최대 주주였으니까 원래는 불가능했지만 그냥 나왔어요. 정말 철없고 못난 행동이었죠. 지금도 가끔 욱할 때가 있지만 직원들을 잘 설득해서 일하려고 하죠."

―자유분방한 성격일 것 같은데 의외네요.

"자유분방하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려면 자기 실력이 있어야 하고 쌓아놓은 결과물이 있어야죠. 그러려면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게 아니라 삶 전체가 일과 끈적하게 붙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9시 출근해서 6시 칼퇴근하는 회사 다녀야죠."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난 CEO

이 대표는 회사를 그만둘 때 대학원도 중퇴했다. 그는 "6개월에서 1년 더 다니면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었지만 그 시간도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2013년 만든 게 '멋쟁이 사자처럼'이다. 처음에는 혼자 서울대 컴퓨터 비전공자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했는데, 이듬해 전국 대학생 200명이 몰렸다. 2015년에는 500여명, 작년에는 1100여명이 수업을 들었다. 수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같이 하는데, 현재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강사가 약 130명이라고 한다.

―어떻게 컴퓨터 비전공자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생각을 했나요.

"컴퓨터 전공자는 컴퓨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성능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닐까' 하는 고민이 부족하죠. '인문대 학생들은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할까' 하고 고민하잖아요. 이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게 될 때 사회적 파급력이 더 크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르친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학생은 대학 총학생회 투표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고요, 또 아주대 미디어학부 학생은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환자가 진료를 받았거나 격리된 병원과 지역을 보여주는 메르스 지도를 만들었어요. 이 학생들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죠."

―프로그래밍 잘 하는 게 대학이나 전공과는 별로 상관 없는 건가요.

"네. 저도 서울대 울타리 안에서만 공부하고 일하다 보니 '서울대가 짱'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일하면서 깨달았어요. 대학 다니면서 경험 많이 하고 생각 많이 한 친구가 짱이에요."

이 대표는 "앞으로 대학생뿐 아니라 교육 대상을 점점 늘려나가겠다"고 했다. 멋쟁이 사자처럼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남 구례에 있는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 전교생 20명에게 코딩 교육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장 기 계획 같은 건 없다"고 했다. "꿈도 없어요. 저는 눈앞 코앞만 보고 살아요. 그런 게 있었다면 이렇게 세계여행 못 떠날 거예요."

―회사에서 또 쫓겨나거나 회사가 망하면 어떻게 합니까.

"별로 걱정 안 해요. 제가 운전을 정말 좋아해요. 최후의 보루로 1종 대형 면허와 2종 오토바이 면허를 따 놨어요. 버스 운전이나 퀵서비스 할 수 있어요. 든든합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0/20170120014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