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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황연주자 김효영, 내일 국내 첫 '37관 생황' 독주회

영국신사77 2016. 11. 23. 14:30

더 깊어졌네, 그녀의 생황


입력 : 2016.11.23 03:00

생황연주자 김효영, 내일 국내 첫 '37관 생황' 독주회

신라 성덕왕 때 만든 상원사 동종(725년)에는 구름 위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여인이 새겨져 있다. 옷자락 휘날리는 여인이 두 손을 감싸쥔 채 불고 있는 악기는 생황(笙簧). 조선 후기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에도 생황이 등장한다.

해외를 오가며 활발히 연주하는 김효영은“국악, 클래식, 재즈, 탱고, 발레음악 등 장르 구분 없이 나만의 색깔로 인정받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해외를 오가며 활발히 연주하는 김효영은“국악, 클래식, 재즈, 탱고, 발레음악 등 장르 구분 없이 나만의 색깔로 인정받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외관만큼이나 신비로운 음색을 가진 이 악기는 김효영(42)을 만나 생명력을 얻었다. 생황을 전문으로 하는 독주자가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드문 국악계에서 그의 이력은 독보적이다. 김씨는 1년에 100회 이상 국내외 무대에 서며 국악뿐 아니라 영화음악, 발레, 클래식, 재즈 등 장르를 넘나든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아트 프론티어'로 선정됐고 2013년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신진 여성 문화인상'을 받았다.

원래 전공은 피리. 추계예대를 졸업하고 2002년 국립국악원 정악단에 들어갔다. 이때 접한 생황이 진로를 바꿨다. "신비로운 소리에 매료돼 방에서 생황만 불었다"고 했다. 추계예대 대학원에서 생황을 전공하고 2006년 첫 독주회를 연 지 10년째다. 2009년 서울시향과 협연한 중국 생황 연주자 우웨이의 연주가 또 한 번 자극이 됐다. "진은숙의 생황협주곡 '슈'를 연주하는데 '37관 생황'을 처음 봤어요. 2011년 상하이에 가서 우웨이 스승인 쉬차오밍(徐超銘)에게 37관 생황을 배워 왔지요. 전통 악기인 '17관 생황'보다 높은 기교가 필요하지만 음량도 커지고 음역이 훨씬 넓어졌어요."

생황은 대나무 관대에 들어있는 금속제 떨림판을 울려 소리를 낸다. 전통 관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다. 두 개의 지공(구멍)을 막으면 두 개의 음이 동시에 나는 구조다.

24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독주회 '5개의 조우'에서 그는 국내 처음으로 전곡을 37관 생황으로 연주한다. 한국·프랑스·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4명의 곡이 초 연된다. 피아노가 반주 악기로 함께 등장한다. 김효영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작곡가 박경훈은 "생황은 유일하게 피아노 소리를 뚫고 나오는 국악기"라고 했다. 김효영이 작곡한 '생황을 위한 산조'도 장구 반주로 들려준다. 그는 "우웨이가 연주하면 중국 음악이 아니라 '우웨이의 음악'이 되는 것이 놀라웠다"며 "나만의 색깔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3/20161123000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