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영 화가 |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소나무 사진에 배병우 작가가 있다면, 소나무 그림은 김순영 화가가 있다.’
‘소나무 화가’로 잘 알려진 중견작가 김순영 화가가 민간 주도로 추진한 ‘소나무의 날’을 기념하고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소나무 작품전(10월 5일~27일)이 많은 그림 애호가의 관심 속에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갤러리 카페(신분당선, 지하3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소나무의 날 김순영 작품전 포스터 |
‘소나무의 날’은 도전정신 확산을 위해 수년간 시상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도전한국인운동협회와 도전한국인본부가 소나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널리 알리고자 매년 10월 5일을 민간 기념일로 정했다.
올해 7월 ‘소나무의 날’ 제안자인 김순영 작가는 국내 최대 작품인 소나무(a pine tree)그림 300호(290.9㎝×181.8㎝)를 그려 도전한국인본부에서 국내 최고기록인증도 받았다.
국내 여류화가중 소나무 최다작품 보유자이기도 한 김순영 화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사생대회에서 수상을 한 것이 계기가 돼 그림과 평생을 함께 했다. 그동안 전국을 발품 팔며 그린 소나무 그림이 200여점. 이 그림 화폭에 등장하는 소나무가 자그마치 2천여 그루다.
자신의 200호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순영 작가. 울진 안일왕산 정상에 있는 대왕송을 소재로 삼았다. |
김 화가의 작품은 멀리서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으로 끝나지 않고 직접 숲속으로 들어가 서 있는 나무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착각속에 빠져들게 하는 생생함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여류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대담한 구도가 특징이다. 김 작가는 뿌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소나무를 그리는 것도 애국심의 표현처럼 들려온다. 소나무가 서있는 땅의 뿌리 기둥부터 그리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성찰과 인내를 품게 한다.
김 작가의 그림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다. 자연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재해석하는 예술가적인 미적 감각과 조형적인 사고는 소나무라는 소재로 시각적인 감상 차원을 넘어 철학적인 경계로 한 차원 끌어올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있는 김 화가는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삶의 여정에 지친 우리들을 잠시나마 쉬어 갈 수 있게 고향의 산을 기억하게 만들어 준다.
멋진 풍경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갔다. 사계절을 그리고 싶어 눈이 온다는 기상예보에 귀 기울이고 전국 유명 솔밭은 거의 섭렵했다. 그녀가 주소재로 그리는 소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기에 좋아한다.
학창시절 책가방에서 약봉지가 떨어지지 않을 만큼 약국과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던 김 작가는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아 기르며 몸이 극도로 나빠졌던 30대에는 잠시 그림에 소홀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은 결과 담당의사는 “시체가 걸어왔다. 오장육부가 성한 곳이 없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김순영 화가 |
김 작가는 “6개월여 약을 복용한 후 이렇게 평생 약을 먹으며 살수는 없다.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단을 내리고 약을 중지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을 늘리고 그림소재 사진을 찍으러 전국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 운명처럼 몸은 점차 회복되어갔고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정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손에서 붓을 놓는 순간 아무것도 못 할 만큼 지쳐 그 자리에 눕곤 했다. 하지만 작업하는 순간에는 배고품도 피곤함도 잊고 그림이 완성되어가는 설렘과 기쁨으로 시간을 정지케 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그림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었다.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지는 늪처럼 그는 그림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었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아 명품 소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소나무가 주는 기운을 받고 그 기운을 그림 속에 담아 소나무 작품으로 완성하고 또다시 솔밭을 찾아 나선다.
김 화가의 그림 작업은 한 점을 완성하기까지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걸린다. 100호는 6개월 이상 걸린다. 1년 또는 2년 걸려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세월이 흘러 마음이 변하면 그림위에 다시 덧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김순영 작가의 300호 대왕송 최고기록 인증작품 |
소나무 국내 최대작품으로 평가받는 300호 소나무 대작은 경북 울진에 가서 금강송을 직접 보고 정기를 그대로 화폭에 담아냈다는 표현이 맞다. 그래서인지 웅장한 화폭에서 품어 나오는 좋은 에너지 때문인지 그림을 보기만 해도 좋은 일이 생긴다는 후문.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시작해 한 평생을 한 눈 팔지 않고 그렸다. 몇 번이나 골프를 권유 받았어도 오직 그림만 전념하기 위해 포기했다.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하고 싶은 것도 많이 내려놓아야 했다. 그 결과 이제는 소나무 그림을 찾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드디어 결실을 맺는 시기가 온 것이다.
김순영 화가 |
김 화가는 겸손함과 자상함을 가졌다. 마치 소나무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많은 혜택을 주면서도 겸손하고, 솔잎 하나하나 가지런히 있듯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에게 청량제 같은 순수함을 준다.
인생의 고비마다 그림 속에 묻혀 세상과 문을 닫고 살았다. 하지만 자연과 소나무를 통해 그녀는 더 큰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 김 작가는 또 그림 앞에 서 있다. 운명 같은 그림 인생이 이제 푸른 소나무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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