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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式 미래 투자… '두 쪽짜리 계획서'면 충분

영국신사77 2016. 8. 17. 22:10

이재용式 미래 투자… '두 쪽짜리 계획서'면 충분


입력 : 2016.08.16 19:41

삼성, 2013년부터 기초과학 지원
2022년까지 1조5000억원 출연
보고서·논문·성과 요구하지 않아
연구자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하고 싶은 연구 마음껏 할수있어"


/삼성그룹



황인환 포스텍 교수팀은 샐러드만 먹어도 당뇨병이 낫는 치료법을 연구 중이다. 당뇨병·골다공증 등의 치료 단백질이 자라나는 식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식물 개발에 성공하면 당뇨병 환자는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고, 골다공증 환자는 값비싼 호르몬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

신의철 KAIST 교수팀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력만으로 바이러스 치료가 가능해지는 연구를 하고 있다. 면역세포가 우리 몸을 살리거나 죽이는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낸 뒤 그 원리를 추적 중인 것이다. 신 교수의 연구가 진전되면, 우리 몸에 해가 되는 체내 물질을 막는 항체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연구는 사실 비용은 많이 들고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연구비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미래 기술 육성 사업'을 통해 이런 프로젝트에 건별로 최대 5년간 최대 25억원, 2022년까지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의철 교수는 "꼭 필요한 연구지만, 당장 응용하기는 쉽지 않아 정부 지원 과제로는 적합하지 않는 과제도 지원 대상"이라면서 "삼성이 기초과학 발전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이재용식 미래 투자' 본격화

이준 삼성그룹 부사장은 "이 사업의 연구 성과로 얻은 특허는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소유한다"며 "삼성의 향후 사업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삼성그룹의 달라진 미래 투자 전략을 보여준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종합기술원(이하 종기원)을 통해 미래 기술을 연구해왔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세운 종기원은 10년 뒤 삼성의 먹거리를 준비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최근 종기원 인력을 상용화 연구를 하는 삼성전자 산하 조직으로 대거 이동시켰다. 대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미래 기술은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 지원해 개발하고, 기업은 가까운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은 특히 공격적 해외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필요한 기술은 발빠르게 사들이는 '핀셋 M&A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산하의 수원 DMC(디지털미디어시티)연구소나 기흥·화성 반도체 연구소, 서울 우면동 R&D센터 등도 모두 1~2년 뒤에 가치 실현이 가능한 근(近)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DMC 연구소를 사업부별로 삼성전자 현업 팀과 합친 것도 연구 내용을 더 빠르게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논문·특허 건수 요구 안 하고, 실패해도 괜찮아

삼성이 지원하고 있는 연구 과제는 대부분 꿈 같은 미래를 구현하는 기술이나 그 이론이 되는 기초과학이다. 심폐 소생술을 할 수 있는 로봇 개발(서길준 서울대 교수), 알츠하이머 원인이 되는 단백질 구조 연구(함시현 숙명여대 교수), 긁히면 흠이 저절로 없어지는 금속 개발(김도향 연세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제는 모두 국내외 석학 등 외부 전문가의 2단계 심사를 통해 선발됐다. 서면 심사위원단 70여 명이 용인의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며칠간 합숙하며 서류 심사를 하고, 심사를 통과한 연구진은 100~130명에 이르는 심사단 앞에서 연구 계획을 발표해 최종 심사를 받는다.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 관계자는 "처음부터 20쪽짜리 계획서를 요구하는 정부 연구 사업과는 달리, 우리는 두 쪽짜리 계획서만 보고 서면 심사를 해 연구진의 불필요한 부담을 줄였다"고 말했다.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이 연구진에게 호평받는 것은 바로 실패를 용인해주기 때문이다. 황인환 교수는 "국가 지원을 받을 때는 과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 과제 지원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며 "삼성의 미래 기술 육성 사업은 목표 달성을 강요하지 않아 연구에만 전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보고서나 논문·특허 건수 등의 목표 수치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1년에 한 번,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진이 함께 모여 토론을 통해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진도를 점검한다. 국양(서울대 교수)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연구진이 자율적으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형식과 절차를 더 많이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