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意·열정으로 돈 낭비 마라, 기부는 과학이다
2017.03.03 23:09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옥스퍼드大 철학과 맥어스킬 교수, 경제학 활용… 선행 우선순위 정해
아프리카 에이즈 치료 사업보다 모기장 보급 효과가 500배 커
냉정한 이타주의자|윌리엄 맥어스킬 지음|전미영 옮김|부키|312쪽|1만6000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거대담론 차원에선 혁명 혹은 개혁, 개인 수준에서는 자선과 기부다.
전자는 일단 제외하자. 구조(構造)에 책임을 미루지 않더라도, 당신은 불평등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믿는 선의(善意)의 소유자일 테니. 바로 이 지점에서 딜레마가 시작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선의만큼이나, 다양한 자선 단체가 존재한다. 어떤 선의는 왜 실패하는가. 그렇다면 어디에 기부할 것인가.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의 젊은 교수 윌리엄 맥어스킬(30)이 실용적 방법론 하나를 제시한다. 효율적 이타주의(Effetive Altruism). 이 책의 원제 'Doing Good Better'가 상징하듯, 무분별한 선의가 아니라 최대 효과를 위한 구체적 지침이다.
수많은 개별 사례로 설득한다는 게 이 책의 장점. 열정보다 냉정을 강조하는 이 효율적 이타주의자는 아프리카 청소년을 위한 출석 장려 프로그램 중에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 따져본다. 4개 단체가 제시하는 '당근'이 각각 다르다. 조건 없는 현금 지급, 성적 우수자 장학금, 교복, 마지막으로 기생충 구제 사업. 복잡한 변수는 괄호 속에 넣고 계산 마친 숫자만 보자. 14개 학교의 장기 추적 조사다. 현금 1000달러는 전체 학생의 출석 일수를 72일 늘렸는데, 선별적으로 지급한 성적 장학금은 1000달러당 3년, 교복은 1000달러당 7년을 증가시켰다. 그리고 경이적이라는 관형사가 아깝지 않게 1000달러어치 기생충 구제약 지급 뒤 늘어난 출석 일수는 139년. 알고 보니 아이들은 아파서 학교를 못 온 것이었다. 같은 현금 1000달러를 썼지만, 돈을 직접 준 것보다 700배 넘는 효과. 돈을 '잘' 쓰는 것과 '가장 잘 쓰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 어마어마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거대담론 차원에선 혁명 혹은 개혁, 개인 수준에서는 자선과 기부다.
전자는 일단 제외하자. 구조(構造)에 책임을 미루지 않더라도, 당신은 불평등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믿는 선의(善意)의 소유자일 테니. 바로 이 지점에서 딜레마가 시작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선의만큼이나, 다양한 자선 단체가 존재한다. 어떤 선의는 왜 실패하는가. 그렇다면 어디에 기부할 것인가.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의 젊은 교수 윌리엄 맥어스킬(30)이 실용적 방법론 하나를 제시한다. 효율적 이타주의(Effetive Altruism). 이 책의 원제 'Doing Good Better'가 상징하듯, 무분별한 선의가 아니라 최대 효과를 위한 구체적 지침이다.
수많은 개별 사례로 설득한다는 게 이 책의 장점. 열정보다 냉정을 강조하는 이 효율적 이타주의자는 아프리카 청소년을 위한 출석 장려 프로그램 중에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 따져본다. 4개 단체가 제시하는 '당근'이 각각 다르다. 조건 없는 현금 지급, 성적 우수자 장학금, 교복, 마지막으로 기생충 구제 사업. 복잡한 변수는 괄호 속에 넣고 계산 마친 숫자만 보자. 14개 학교의 장기 추적 조사다. 현금 1000달러는 전체 학생의 출석 일수를 72일 늘렸는데, 선별적으로 지급한 성적 장학금은 1000달러당 3년, 교복은 1000달러당 7년을 증가시켰다. 그리고 경이적이라는 관형사가 아깝지 않게 1000달러어치 기생충 구제약 지급 뒤 늘어난 출석 일수는 139년. 알고 보니 아이들은 아파서 학교를 못 온 것이었다. 같은 현금 1000달러를 썼지만, 돈을 직접 준 것보다 700배 넘는 효과. 돈을 '잘' 쓰는 것과 '가장 잘 쓰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 어마어마하다.
이번에는 의료 지원을 보자. 단체 A는 에이즈로 피부와 입술 안쪽이 흉하게 변하는 카포시 육종 치료를 후원한다. B는 콘돔 배포, C는 발병할 경우 에이즈로 진행할지 모르는 레트로바이러스 예방과 치료를 후원한다. 마지막으로 D는 말라리아를 막아주는 살충 모기장 보급 지원.
얼핏 다른 가치들로 보이는 이 비교를 위해 의사와 경제학자들이 나섰다. 창안한 개념은 질보정 수명(Qualified Adjusted Life Year·QALY). 1QALY는 완벽한 건강 상태에서 1명의 수명을 1년 연장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누가 더 기여했는가. 이제 서열이 정해진다. 카포시 육종 치료 혜택은 0.02, 콘돔 배포는 2, 항(抗)레트로바이러스는 5, 모기장 배포는 10. 일종의 암인 카포시 육종 치료 단체에 기부할 때보다 살충 모기장 보급하는 말라리아 퇴치 재단에 기부했을 때 500배 더 큰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다른 가치들로 보이는 이 비교를 위해 의사와 경제학자들이 나섰다. 창안한 개념은 질보정 수명(Qualified Adjusted Life Year·QALY). 1QALY는 완벽한 건강 상태에서 1명의 수명을 1년 연장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누가 더 기여했는가. 이제 서열이 정해진다. 카포시 육종 치료 혜택은 0.02, 콘돔 배포는 2, 항(抗)레트로바이러스는 5, 모기장 배포는 10. 일종의 암인 카포시 육종 치료 단체에 기부할 때보다 살충 모기장 보급하는 말라리아 퇴치 재단에 기부했을 때 500배 더 큰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맥어스킬 교수의 장점은 철학자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활동가라는 점. 기부금 1달러당 어떤 자선단체가 가장 큰 효과를 거두는지 조사하는 단체 기브웰(GiveWell)과 함께 일하고, 청년들의 직업 선택을 돕는 비영리기관인 '8만시간(인간 생애 노동 평균 시간)'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8만시간'에서도 예를 들자. 맥어스킬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생인 그레그의 사례를 인용한다. 역시 선의의 후예인 그레그는 세상에 도움이 되려고 의대에 진학했다. 그의 고민은 의사 넘치는 영국보다 의사 구경 어려운 에티오피아로 가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이때도 실증 자료와 명석한 판단으로 그레그를 구원한다.
부유한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기부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평생 2명의 목숨을 구한다는 통계가 있다.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면 매년 4명, 42년간 일한다면 168명의 생명이다. 그렇다면 에티오피아로 가야 할 것인가. No. 다른 대안이 있다. 영국에 남아 의사를 하고, 대신 수익의 절반을 기부하라는 것.
영국 의사의 연봉이 대략 미화 11만달러다. 42년 일하면 460만달러. 에티오피아에서는 말라리아 막는 모기장 보급 예산 3400달러마다 한 명의 목숨을 구한다고 했다. 당신이 수입의 50%를 기부한다면, 42년 동안 676명의 목숨을 구하는 셈이 된다. 가난한 나라 의사로 일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 기부를 위한 직업 혹은 건전한 치부(致富)를 적극 추천하는 까닭이다.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기관의 홍보도 없지 않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는 미덕이 이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에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나태한 신화를 깨뜨리는 것. 남 탓만 하거나, 시스템 탓만 하는 이념지상주의자나 구조주의자들에게 먼저 권한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도 수천 명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테니.
'8만시간'에서도 예를 들자. 맥어스킬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생인 그레그의 사례를 인용한다. 역시 선의의 후예인 그레그는 세상에 도움이 되려고 의대에 진학했다. 그의 고민은 의사 넘치는 영국보다 의사 구경 어려운 에티오피아로 가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이때도 실증 자료와 명석한 판단으로 그레그를 구원한다.
부유한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기부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평생 2명의 목숨을 구한다는 통계가 있다.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면 매년 4명, 42년간 일한다면 168명의 생명이다. 그렇다면 에티오피아로 가야 할 것인가. No. 다른 대안이 있다. 영국에 남아 의사를 하고, 대신 수익의 절반을 기부하라는 것.
영국 의사의 연봉이 대략 미화 11만달러다. 42년 일하면 460만달러. 에티오피아에서는 말라리아 막는 모기장 보급 예산 3400달러마다 한 명의 목숨을 구한다고 했다. 당신이 수입의 50%를 기부한다면, 42년 동안 676명의 목숨을 구하는 셈이 된다. 가난한 나라 의사로 일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 기부를 위한 직업 혹은 건전한 치부(致富)를 적극 추천하는 까닭이다.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기관의 홍보도 없지 않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는 미덕이 이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에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나태한 신화를 깨뜨리는 것. 남 탓만 하거나, 시스템 탓만 하는 이념지상주의자나 구조주의자들에게 먼저 권한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도 수천 명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테니.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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