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 드라마‘송곳’
첫 방송 온라인 화제성 지수 1위
외국계 대형마트 노조 갈등 다뤄
인터넷 연재 인기 웹툰이 원작
지현우 “저도 주인공처럼 고지식”
1·2회 방송은 원작의 대사는 물론 장면구성까지 충실히 옮긴 전개와 지현우의 연기가 큰 호평을 받았다. 첫 방송 당일 다음소프트가 조사한 온라인 화제성 지수에서 1위에 올랐다. 특히 지현우는 원작과 싱크로율(닮은 정도)이 떨어지지 않냐던 일부 우려를 보기 좋게 떨쳤다. 8대 2 가르마의 외모는 물론이고 원칙주의자 이수인의 건조하고 올곧은 면모를 적확하게 드러냈다. 그를 연출자 김석윤 PD와 함께 첫 방송 직전 만났다.
지현우의 말이다. 김 PD 역시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현우의 출세작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이하 ‘올미다’)를 함께했던 사이다.
“‘올미다’의 캐릭터도 실은 비슷한 데가 있죠. 할 말은 하고, 불편한 거 못 참고, 사교관계에 굳이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고. 이런 역할을 해본 데다 지현우 본인과도 닮은 데가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봤어요.”
김 PD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본리딩 등 사전준비에 큰 공을 들여 촬영현장에선 “이수인만큼은 따로 디렉션 없이” 진행할 정도다.
‘송곳’은 국내 TV드라마에서 보기 드물게 노동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지난주 방송에서 이수인은 매장 직원들을 ‘무조건 자르라’는 상부 지시에 남들처럼 대충 따르는 척 못하고, 어쩌다 나홀로 노조에 가입했다. 그렇다고 노조가 힘이 센 것도 아니다. 이번 주 방송에는 이수인이 노동상담소장 구고신(안내상)에게 도움을 청하는 얘기가 등장한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수십 년 노동운동을 해온 구고신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이다. 이수인을 덥석 반기는 대신 짐짓 “당신 싸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사측에 맞서는 점에서 결국 한편이 되지만, 기질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미묘한 긴장은 극적인 재미를 한껏 돋우는 요소다.
김 PD는 이런 두 사람을 비롯, 외톨이 기질의 이수인이 주변 사람들과 맺게 되는 관계를 “브로맨스(brother+romance, 남자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로 표현했다. 로맨스가 그렇듯, 노조활동의 와중에 여러 인물들이 때로는 손을 잡고, 때로는 등을 돌리기도 하리란 점에서도 그럼직하게 들리는 말이다.
원작은 직장인 처세론이 아니면서도 사회생활의 정곡을 찌르는 숱한 명대사를 낳았다. 특히 이수인은 유독 내레이션이 많다. 드라마의 내레이션은 최종 장면을 보고 후시녹음을 하지만, 지현우의 준비는 남달랐다.
“다 암기하지 않으면 그 장면의 연기와 붙지 않아요. 먼저 휴대폰에 녹음해 귀에 꽂고 대형마트 매장을 돌아다니곤 했어요. 일하시는 모습들도 보고, 푸드코트에서 밥도 먹고, ‘고용보장’이 쓰인 노조 조끼 입은 모습에 울컥하기도 하고.”
이수인의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마트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는 웹툰의 팬들도 아직 모른다. 웹툰은 현재도 네이버에서 연재 중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 대본은 미리 결말까지 최규석 작가의 시놉시스를 받아 완성했다. 김 PD는 그 핵심을 “이수인과 구고신의 캐릭터 드라마이자, 이수인의 성장 드라마”라고 전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