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
세상과 교계는 크리스마스 계절이라고 떠들썩합니다. 그러나 이 날이 크리스토(그리스도)님의 참 탄신일이 아닌 이상 우리는 그다지 치심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 시즌을 계기로, 그 옛날 참 메시아로 오신, 그리고 다시 오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시게 된 계보(족보/generations)를 앞으로 계속 시리즈로 살펴 보면서 그 분의 메시아 되심을 철저히 믿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태복음 맨 앞 1장을 처음 또는 이따끔 읽는 사람들은 좀 당황할지도 모릅니다.
낯선 사람들의 낯선 이름들이 낯선 발음으로 줄이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혀가 꼬이고 인내력을 요구할 정도입니다. 귀찮아서 그냥 또는 대강 훑어 넘어 가고 싶은 생각도 들곤 하지요.
[비슷한 족보가 루카복음(눅) 3:23~38에도 있습니다만..마태는 남성 쪽인 예수님의 법적인 아버지, 마리아의 남편 요셒의 족보를 중심으로, 루카는 여성인 마리아의 계보를 중심으로 엮습니다. 루카는 또 아브라함 이전의 족보까지 포함시킵니다. 이 두 족보를 대조/비교해 보면 마리아와 요셒, 둘 다 다윋(다뷔드=다윗) 왕손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유의하여 읽어 보십시오. 그 이름들 중엔 선인도 있고 악인도 있으며,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습니다. 남성들 가운데는 예호봐(여호와 또는 '야웨')님을 잘 섬기던 믿음 좋은 위인들도 없지 않았으나 그지없이 사악하고 사특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본래는 마땅히 형이 잇도록 된 후대를 동생이 이은 적도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여성들입니다. 원래 족보/계보란 것은 남성 중심으로 이어 가므로,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그들의 아내인 여성들의 이름이 생략되는 예가 보통입니다. 더욱이 고대 히브리 센서스/인구조사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은 아예 숫자로 쳐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42대에 걸친 남성들 가운데 최소한 5명의 여인들이 나열돼 있습니다.
이 여성들 가운데는, 심지어 히브리 관습에 따라 형의 사망 시 그 동생이 남편 역할을 해 줘야 함에도 여의치 않자 자식을 얻기 위해 급기야 성매매 여성으로 변장하여 시아버지와 동침한 여인(타마르)도 있고(마태 1'3, 참고: 창세기 38'12~15, 연대기A서=역대상 2:3,4, 뤁서=룻기 4:18~22 참조), 역시 이국의 기생이었으나 믿음 하나로 이스라엘 귀족이 된 여인(라합)도 있으며(마 1'5, 예슈아=수 2장 참조, 6:22~25, 연대A 2'11), 역시 이국(모압) 출신으로 남편을 잃고 어머니를 따라 어머니의 모국에서 새 남편감을 만난 여인 뤁(룻)도 있습니다(마 1'5, 뤁서 참조).
그런가 하면 아직 날이 밝은 저녁 무렵, 집에서 목욕을 하다 멀리서 왕의 눈에 띄어, 결국 통간 끝에 남편이 암살된 뒤 왕비가 된 여인(밭쉐바)도 있습니다(마 1:6b, 슈무엘B 11,12장 참조). 그나마 악의 씨인 첫 아들은 죽고, 그 동생(슐로모=솔로몬)이 대를 잇습니다(슘B 11:24,25).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모두 거룩한 메시아를 얻기 위해 대대로 이어져 온 조상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설혹 인간의 다반사가 이처럼 죄 짓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예삿 일이 아님을 눈여겨 보게 됩니다. 거기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있고 악과의 '투쟁사'가 있습니다. 싸탄은 끊임 없이 악을 조성하고 메시아의 계보를 망쳐 놓으려 했으나 하나님은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실패 없이 묵묵히 계보를 대물림하여 잇게 하신 것입니다.
마태복음서 1장 초두는 아브라함의 이름으로 시작됩니다. 이 책의 기자 마태가 유대인들을 주 대상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마태는 주님의 제자가 되기 전 본업이 세무원이었습니다(마 9:9). 대수를 따져 가며 족보를 기록한 것이 그의 특징이죠.]
우선 아브라함은 우리가 잘 아는 하나님께 택함 받아 순종한 믿음의 사람이며 히브리 인들의 선조입니다. 쉠 족(창 11:10)의 한 계열인 '히브리'족의 이름은 본래 '건너가다'라는 뜻의 '에베르'에서 온 이름입니다(창 10:21,22). 에베르의 아들인 벨렠 때에 바벨탑 사건으로 민족들이 온 세상에 흩어졌고(창 10:25) 벨렠의 후손에게서 아브라함이 났습니다(창 11:16~26 참조).
아브라함도 칼데아-우르에서 은으로 우상을 제작하던 테라(데라. 창 11:24~32, 예슈아 24:2,15)의 아들이었으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우르를 떠나 카나안으로 향했습니다(창 12:1~5). 그 자신이 본래 늙도록 자식이 없어 대가 끊길 뻔 했으나 100세에 90세의 아내 사라를 통해 외아들 이짜크를 낳았으니, 오직 하나님의 권능과 믿음의 소산인 이적이었습니다(창 21:1~3). 하나님은 오직 믿음의 사람들의 믿음을 통해 역사하실 뿐입니다(히브리서 11장 참조)!
이 늙은 사라마저도 빼어난 미모 탓에 정절을 아주 앗길 뻔한 위기를 넘겼습니다(창 12:11~20). 비슷한 사건은 역시 뛰어난 '얼짱'이었던, 이짜크의 아내 레베카에게서도 발생합니다. 싸탄은 이처럼 하나님이 택하신 자녀를 죽이고 대를 더럽히고 끊으려고 수없이 위기로 내어몹니다(요복 10:10a, 페트로A=벧전 5:8).
이짜크 자신도 나이 40이 넘어 늦장가를 들었으나 아내 레베카가 아기를 낳지 못해 20년이 지난 뒤에야(창 24:67, 25:26 이하 창세기) 하나님께 간구하여 쌍둥이 형제-에사후와 야콥을 얻었습니다(25:22~26). 쌍둥이는 뱃속에서 이미 장자권 쟁탈전을 벌였고 심지어 동생은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기에 이름이 '야콥'이었습니다(25:26). 오죽 장자권을 탐했으면!
결국 동생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형의 장자권을 탈취하여 복을 가로채며 형 대신 메시아의 조상이 되고 맙니다(25:27~34, 27:1~32). 배 고팠던 형은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고 뒤늦게 땅을 치고 통곡하며 후회해 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27:33~39). 하나님은 오직 믿음의 사람을 기뻐하십니다(말라키 1:2b,3a 로마 9:12,13 히브리서 11:6).
이 모두가 메시아 계보를 이어가는 초기 과정이었지요. 물론 아브라함 이전에 이미 창세 때 부터 메시아 계보가 시작되지만(창 3:15 참조).
한 가지 우리가 가장 유의할 것은..예수님이 족보상 대대로 이런 죄인 또는 악인들의 선대를 두고 있지만, 첫 선조인 아담과 하와(이브)의 '원죄'(original sin) 내지 죄성을 전혀 이어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랬기에 남자의 후손이 아닌 '여인의 후손'(창 3:15)으로 불립니다.
이것이 1. 왜 필요했으며, 2.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1. 예수님이 원죄를 대물림했다면, 인류를 죄에서 구속하실 메시아가 될 수 없습니다! 비유컨대 오직 흠 없고 티 없는 어린양만 제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분은 죄가 전혀 없으셨습니다(히 4:15b). 죄를 짓지도 않으셨을 뿐더러(페트로A 2:22) 법적인 아버지인 요셒의 씨를 빌리지 않고(마 1:18,19) 마리아에게서 태어났기에 선조의 원죄를 전혀 물려받지 않았습니다.
그럼 마리아도 죄인이었으니까 원죄가 있지 않았냐.. 그러니 아기 예수님에게도 원죄가 묻어갔지 않았을까 하고 물을지도 모르겠군요. [바로 그래서 카톨맄의 마리아 무염시태설/무원죄설이 나온 겁니다. 이것은 카톨맄이 성경에 무식하기 때문에 나온 소치입니다.]
그러나 죄는 어디까지나 남성의 씨를 타고 유전이 됩니다. 왜냐고요? 남성을 통하여 영이 유전되기 때문이죠.
2. 다음 구절을 보십시오. "여호와는 영이 유여하실찌라도 오직 하나를 짓지 아니하셨느냐 어찌하여 하나만 지으셨느냐 이는 경건한 자손을 얻고자 하심이니라.."(개역한글 말라키서 2:15a)
위 성구는 개역한글 번역이 가장 우수합니다! 다른 번역은 적어도 이 구절에 대한 영감이 결핍된 예입니다(우리말성경/KJV도 참조).
위 구절은 영을 더 내실 여력과 여유가 더 있어도, 오직 한 영만 지으셨다는 것입니다. 그 영은 곧 최초의 인간 아담의 영입니다. 창세기를 보면, 아담/하와 중 아담에게만 하나님이 숨(=영)을 불어 넣어 생령이 되게 하신 기록이 있습니다(창 2:7). 이 영은 남자의 씨를 통하여 유전돼 나갑니다. 따라서 원죄가 핏줄을 타고 영을 통해 대대로 이어져 온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와 똑 같은 죄인인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어도 원죄와 상관이 없었던 이치가 바로 이것입니다!
[ 필자는 외래어는 되도록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려는 생각입니다. 이 점 독자가 양해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