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포의 城이 김일성 별장? 선교사 유적인데 말이죠"
2013.05.23 03:00 조선일보 김충령 기자
[선교사 문화재 지킴이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소장]
4대째 한국서 교육·의료 사업… 지난해 한국 국적도 취득
"한국 위해 헌신했던 선교사들, 풍토병 피하기 위한 공간
그들의 생활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인류학적 사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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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걷기운동본부 제공
인요한(54·미국명 존 린튼)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은 4대째 한국에서 교육·의료 사업을 펼쳐온 선교사 가문 출신이다. 그의 진외증조부(아버지의 외조부) 유진 벨 선교사는 광주 수피아여학교와 숭일학교, 목포 정명여학교를 건립하는 등 교육사업에 진력했다. 전주 신흥학교와 기전여학교 교장을 지낸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 선교사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추방됐고, 광복 후 다시 한국에 왔다. 인 소장도 형 인세반(미국명 스티브 린튼)과 함께 1995년 '유진 벨 재단'을 설립, 북한 결핵 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남 순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구수한 호남 사투리를 쓰는 인 소장은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대를 이어 한국을 위해 헌신해 온 가문의 후손 인요한 소장은 요즘 선교사 유적지 보존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월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가 한국내셔널트러스트로부터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는 데 기여했다. 최근엔 세계걷기운동본부(이사장 이만의 전(前) 환경부장관)와 함께 셔우드 홀 탄생 120주년을 맞아 화진포 성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 소장은 "선교사 유적은 한국을 위해 헌신했던 선교사들이 풍토병을 피하기 위한 격리·휴양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한반도의 보건 상황은 서양인들에겐 생존을 위협할 수준이었다. 1910~20년대에 서양인 선교사 67명이 이질과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에서 태어난 선교사 자녀 10명 중 8명꼴로 목숨을 잃었다.
화진포의 성도 풍토병이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 선교사들이 생존을 위해 머문 은신처였다. 1937년 셔우드 홀 선교사는 고성 화진포에 별장을 짓는다. 셔우드 홀은 결핵 퇴치를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한국 최초로 크리스마스 실을 만들었고, 조선여자의학전문학교(현 고려대의대)를 설립한 인물이다. 사사건건 일제와 대립했던 그는 1940년 결국 강제 추방을 당한다. 38도선 이북에 있던 화진포의 성은 광복 이후 김일성 가족의 별장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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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인요한 소장이 선교사 유적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며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인 소장의 목표는 단순하다. "후세가 선교사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유적 한쪽에 작은 전시물, 한 장의 사진이라도 남기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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