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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 정준양 포스코 회장 “폐 철조망 메달 제작 지원, 포스코로선 큰 의미”

영국신사77 2013. 5. 3. 18:01

 

[끝나지 않은 전쟁] 정준양 포스코 회장 “폐 철조망 메달 제작 지원, 포스코로선 큰 의미”

 

국민일보 2013.05.02 22:25


철강은 ‘산업의 쌀’이기도 하지만 살상 무기로도 쓰인다. 6·25전쟁에서 철로 무기를 만들어 싸웠고, 정전 뒤에는 분단의 상징으로 휴전선에 철조망이 생겼다. 보은 메달은 무기로 썼던 철, 철조망을 만들었던 철을 녹여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정준양(65)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가 이런 의미의 메달 제작을 지원하는 데 대해 “국민 성원을 가장 많이 받아온 포스코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참전국 보은행사를 계기로, 용광로가 모든 것을 녹여서 깨끗한 쇳물을 만들어내듯 우리 사회가 새로운 화합의 사회대통합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희망했다. 인터뷰는 지난 30일 포스코 본사에서 진행됐다.

만난사람= 김명호 부국장

-정전 60주년 기념 보은 메달 제작을 지원하게 된 계기는.

“올해가 6·25 정전 60주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국민일보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연재하고 있는 기획기사를 하나둘 읽다 보니 우리가 6·25 전쟁을 너무 쉽게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특히 정전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DMZ에서 철거되는 철조망으로 보은 메달을 만들어 6·25전쟁 참전용사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 보도를 보고는 이 사업이야말로 포스코의 기업 성격과 잘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다시피 포스코는 6·25 전쟁의 상흔을 딛고 공업입국과 조국 근대화에 반드시 필요한 철강 자립을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적극 지원하여 만들어진 기업이다. 포스코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와 성장의 궤를 같이했다.

6·25전쟁 당시 도와준 혈맹국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행사에 포스코가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철강사로 성장한 포스코를 보면 6·25 참전 용사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겠나.”

-철을 다루는 포스코가 폐 철조망으로 감사의 메달을 만든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DMZ 철조망은 분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평화의 경계선이다. 철강도 전쟁에서는 무기로 쓰이지만,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필수적인 소재다. 이 때문에 참전 용사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DMZ 폐철조망으로 보은 메달을 만들어 전달하는 이번 행사에 창립에서부터 지금까지 국민들의 성원을 가장 많이 받아온 철강회사 포스코가 앞장서는 것은 의미 깊은 일이다. 이번 행사 참여를 계기로 해외 참전용사 감사 운동의 민간 대사로도 적극 활동하겠다.”

-이번 행사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데.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사 중 가장 아프고 상처가 깊었던 사건이 새로운 역사발전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데 감사한다. 특히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캠페인이 국민운동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포스코의 참여가 창립배경이나 기업 성격으로 볼 때 큰 의미가 있겠지만, 일반 기업이었더라도 기업이나 국민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자발적인 참여가 더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DMZ 폐철조망을 녹여서 보은 메달을 만든다는 기획도 대단히 신선하다. 포스코의 주 생산설비인 용광로는 철광석은 물론 석탄, 석회석 등 각종 소재들을 한데 녹여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깨끗한 쇳물을 만들어 낸다. 이 같은 철강 생산방식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 다른 생각들이 모두 한데 모여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화합의 사회를 건설한다는 사회대통합의 취지와 잘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정전 60년을 맞는 특별한 소회가 있나.

“6·25 전쟁 당시 네 살 때 누런 복장을 한 인민군이 우리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진짜 전쟁은 71년 월남에 파병됐을 때 경험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을 다니다 휴학하고 군대에 입대해 월남 파병을 지원했다. 당시는 전쟁이 마무리 국면이라 전면전보다는 게릴라전 양상을 띨 때였다.

전쟁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상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길거리에는 부상자들이 넘쳐나고,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들은 방황하며 떠돌아 다녔다. 최근 해외출장이 잦아지면서 저개발국가를 방문하게 되면 안타까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전쟁의 참상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고,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 그런 면에서 의식이 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일련의 행사를 통해 젊은 세대가 국가안보라는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6·25를 겪고, 월남전에도 참전했고, 산업화에 기여한 세대이다.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6·25 전쟁은 우리가 전혀 예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발했다. 어쩌면 제대로 걸음마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매를 맞았다고나 할까. 때문에 피해도 엄청났다. 기업을 하는 우리들도 늘 어려울 때를 걱정한다. 자체적으로 힘이 없어 해결 능력이 없으면 자신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된다.

요즘 우리 임직원들에게 역사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또 신입사원들에게는 학벌이나 유학경험 등 소위 스펙에 연연해하지 말고, 한국사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고대사나 중세사도 중요하지만 해방 이후 근대사 특히 6·25 전쟁을 전후한 현대사에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한 번 더 도약하자는 국민의 단합된 정신이 필요하고, 두 번째는 그동안 모방이나 추격에 그쳤던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개발을 통한 독자적 기술 중심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어려운 가운데서의 오늘의 준비가 더 큰 위기가 닥쳤을 때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남북 교류가 활성화됐을 경우 포스코가 남북경협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정부간 협력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기업들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북한 자원이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중국이 북한 자원에 관심이 많고, 북한은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함경북도 무산에는 동북아 최대의 철광석 광산이 있다. 그와 관련한 협력을 생각하고 있지만, 남북 관계 개선이 우선이다.”

정리=권기석 기자

정준양 회장은… 평사원 입사해 CEO로, 도전정신의 상징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한마디로 나타내주는 말은 ‘도전정신’이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비결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즐기는 태도다.

65세인 정 회장은 요즘도 스노보드를 즐겨 탄다. 수준급 실력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친다. 스노보드는 그가 간부들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할 때 끌어다 쓰는 소재이기도 하다. “60대인 나도 스노보드를 타는데 안 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는 것이다.

최근 호주 시드니를 방문했을 때는 134m 높이인 다리(하버 브리지)의 강철 골조 위를 걸어 오르는 모험에 홀로 도전해 함께 갔던 임원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요즘엔 색소폰 연주와 요리 배우기에 관심이 있지만 시간이 부족해 잠시 미뤘다.

그는 1975년 포항종합제철 공채 8기로 입사한 이후 생산현장에서 엔지니어로 25년 가까이 일했다. 99년 기술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다가 유럽연합(EU) 사무소장으로 발령이 났다. 3년 뒤 2002년 광양제철소 부소장으로 임명되며 상무 대우로 승진했다. 이후 거의 매년 승진해 2006년 부사장, 2007년 사장(생산기술부문장)이 됐다. 2009년 2월 3년 임기의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했고 지난해 연임했다.

역사 문화 예술 등 인문학에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다. 인재론도 스티브 잡스처럼 인문학과 공학의 자질을 두루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시를 쓰는 포스코맨을 기르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경기도 수원 △서울사대부고·서울대 공업교육과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한국철강협회 회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끝나지 않은 전쟁] 朴 대통령과 포스코…

  ‘아버지 뜻’ 깃든 기업, 의원시절 5차례 방문 애정 표시

국민일보 2013.05.02 19:00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포스코에 5차례 방문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운 포스코에 대해 박 대통령은 방문 때마다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1999년 당시 초선이었던 박근혜 의원은 광양제철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포스코가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임직원들이 제철보국의 일념으로 땀과 열정을 쏟은 것도 중요한 원동력이었겠지만,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각별한 애정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그에게 포스코는 아버지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국민 기업’이었다.

박 의원은 또 클레임 처리기간이나 결제대금 처리방식 등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프로그램 등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포스코는 중소기업 결제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고, 중소기업과의 공동기술개발로 원가를 절감할 경우 해당 기업에 성과를 보상해주는 성과이익공유제를 실시하고 있다.

2005년에도 광양제철소를 방문한 박 의원은 방문록에 “또 한번의 도약, 선진 한국을 여는 불꽃, 포스코!”라는 격려의 글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포항제철소 건설 당시 현장을 13번이나 방문했었다.

포스코는 6·25 전쟁 참전국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포항제철소 건립 초기 공장 부지만 겨우 확보해 놓았을 때였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철강산업을 순조롭게 진행시키려면 철광석 등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부지만 확보된 상태에서 원료 공급 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지만 박 전 대통령이 포철 경영진에 특별지시를 내렸다.

고(故) 박태준 회장 등 당시 포철 경영진은 철광석이 풍부한 호주를 찾아갔다. 호주는 6·25 참전국이다. 6·25에 참전했던 포철 경영인들은 군 복무시절 입었던 군복들을 내보이며 호주 광산주들을 설득했다. 제철소 성공 가능성을 의심했던 광산주들은 이 군복들을 보고 태도를 바꿔 적극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2011년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콜롬비아(남미 유일 참전국)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6·25 참전국으로서의 인연을 각별히 강조하며, 철광석과 석탄 등 자국의 광물자원 개발에 포스코가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역시 6·25 때 군인을 파견해 희생자를 냈던 에티오피아 정부에도 포스코가 도움을 주고 있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경상북도가 펼치고 있는 에티오피아 새마을 운동에 퇴직 임직원과 자녀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