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전용관 갖춘 '대성디큐브아트센터', 8월 문여는 극장장 고희경
공사용 화물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사이 석재(石材)나 장비를 옮기는 인부들이 분주히 타고 내렸다. 안전모를 쓰고 작업 벨트를 찬 극장장은 "요즘은 공연장에 쓸 석재를 공부 중"이라고 했다. 그의 입에서 허옇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지난 10일 오후 서울 신도림의 대성디큐브아트센터 공사 현장. 9층 에서 내리자 뮤지컬 전용극장다운 골격이 눈에 들어왔다. 하부구조물이 들어와야 할 무대 쪽은 텅 빈 채 H빔이 노출돼 있었지만 1~2층 객석 공사는 마무리된 상태였다. 2층 맨 뒷좌석부터 무대까지 거리가 28m로 가까웠다. 이따금 용접 불꽃이 튀는 공연장에서는 이날 소음·진동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로비 쪽으로 나가자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으로 들어오는 열차가 내려다보였다. 철로 건너편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건물이 있었다.
- ▲ 고희경 극장장은“신도림은 공연기획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도전의 땅”이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오는 8월 말 개관하는 이 공연장의 극장장은 서울 예술의전당 공채 1기 출신인 고희경(47)씨다. 국내 대형 공연장에서 말단부터 경험을 쌓아 올라온 여성 극장장이 탄생한 것은 처음이다. 예술의전당에서 '11시 콘서트', '토월 정통연극 시리즈' 같은 히트 상품을 기획한 그는 "신도림이라는 미개척지에서 전혀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도 처음엔 '그 산속에서 공연은 무슨…'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영국 바비칸센터, 미국 링컨센터 같은 세계적인 공연장의 프로그램과 트렌드에 주파수를 맞췄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런 뒤 정체됐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데 제안을 받았습니다. 다들 신도림을 '문화의 오지(奧地)'라고 하니까 더 욕심나던데요?"
이곳으로 이직한 2009년 10월, 공연장 설계도를 보고 그는 경악했다. 여느 문예회관 같은 '붕어빵 설계'였기 때문이다. 고 극장장은 "잘못 만든 옷에 몸을 맞춰야 하는 꼴이라, 다시 손을 대야 했다"면서 "공연장 전문가들에게 자문했고 꼭 필요한 설비나 자재를 찾아 해외출장을 숱하게 다녔다"고 했다. 객석 의자도 일본의 공장까지 가서 직접 앉아보고 골랐다.
대성이 짓는 대성디큐브아트센터는 백화점과 호텔, 업무와 주거공간이 복합된 대형빌딩의 가운데 7~16층에 있다. 뮤지컬 전용극장(1242석)과 다목적 홀(500석)로 구성돼 있고 신도림역까지 건물 내부로 10분 거리다. 뮤지컬 전용극장은 잠실 샤롯데씨어터와 비슷한 크기이며 개관작은 '맘마미아!'로 결정됐다. 고 극장장은 "구로구의 아파트 지역을 돌아다니고 설문조사를 하면서 공연 수요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주부들을 겨냥한 평일 낮 공연 시간을 고민 중이고, 다목적 홀에서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희경 극장장은 이동현 기술감독, 안상규 조명감독 등 전문 스태프로 팀을 꾸렸다. 관객을 위해 500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했고 공연장까지 엘리베이터 14대가 운행된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은 어떻게 차별화될까.
"우선은 대중적인 뮤지컬로 극장을 알려야지요. 시즌에 따라 '호두까기 인형' 같은 인기 발레를 올릴 계획이고, 대형 콘서트도 가능합니다. 저희가 서울 서남권의 대표 공연장으로 자리 잡으면 신도림이 달라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