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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형의 교회이야기] 문화적으로 ‘요령 있는’ 크리스천 (Culturally Savvy Christian)

영국신사77 2012. 4. 25. 23:26

 

[이태형의 교회이야기] 문화적으로 ‘요령 있는’ 크리스천 (Culturally Savvy Christian)

 

                                                                                                                                            2012.04.24 18:09 국민일보

 

 


미국 빈야드교회를 창립한 고 존 윔버 목사는 목회자가 되기 이전에 탁월한 뮤지션이었다. 팝 그룹 라이쳐스 브라더스(The Righteous Brothers) 출신인 존 윔버는 음악 프로듀싱에서도 성가가 높았다. 한번은 전설적인 영국의 4인조 그룹 비틀즈로부터 영입제의가 왔다. 그 ‘위대한’ 비틀즈가 윔버에게 손짓한 것이다.

윔버는 고심 끝에 그 제안을 거부했다. 영적으로 충만했던 그는 이미 ‘오직 하나님을 위한 음악만’ 할 것을 다짐했던 것이다. 그는 이후 다수의 찬양곡을 작곡했고 목사 안수를 받아 새로운 영적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오 나의 자비로운 주여’도 그의 곡이다. 윔버 목사는 자신의 믿음에 따른 결단을 자랑스레 간증할 만하다. 크리스천의 길이란 영광을 뒤로하고 오직 주의 길만을 좇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The Culturally Savvy Christian(문화적으로 요령 있는 크리스천)’이란 책을 쓴 딕 스텁은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윔버는 비틀즈의 제안을 당연히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신실한 크리스천인 윔버가 비틀즈의 음악팀 일원이 되어 영향력을 미쳤다면 비틀즈 멤버들이 신자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가정을 했다. ‘요령 있는’으로 번역되는 ‘Savvy’는 ‘영향력 있는’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윔버가 세상 문화와 크리스천 문화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만유위의 주’라는 관점으로 요령 있게 비틀즈의 팀이 되었다면 크리스천 팝의 새 역사가 창조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 이라는 게 스텁의 분석이다.

이것은 비단 스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예수전도단을 설립한 로렌 커닝햄 목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신자들이 더 이상 교회 안에만 머물지 말고 세상 속으로 과감히 뛰어들어야 이 땅의 변혁이 일어난다면서 그 방법으로 ‘Savvy’란 단어를 사용했다. 복음에는 투철하되,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본 회퍼 목사와 영국의 존 스토트, 신학자 알렉 비들러 등은 용어적인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거룩한 세속성’(Holy worldliness) 을 이야기 했다. 거룩한 세속성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Savvy’와 비슷하다. 신자는 부름 받은 거룩한 자들이지만 동시에 세상으로 보냄 받은 사람들이다. 이 세상은 온갖 문화로 뒤덮여 있다. ‘Culturally Savvy’하지 않으면 이 문화의 시대에 우리 크리스천의 영토는 자꾸만 좁아지게 된다. 세상 문화 속으로 ‘요령 있게’ 들어가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해 이 세상 문화 자체를 만유의 주재자 이신 주님께 바쳐야 한다.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 하는 이 땅에는 문화적 접근을 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교회와 세상의 경계선상에서 방황하는 수많은 ‘이 시대의 유다’들이 있다.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Culturally Savvy Christian’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종교부 선임기자 이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