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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창가에 서서/ 이 영 하 前 레바논 대사

영국신사77 2012. 3. 25. 18:13

 

           그리움의 창가에 서서

 

누군가 몹시도 그리워지는 밤이면

그리움이 지중해의 파도처럼 소리없이 밀려오는 밤이면

열정도 냉정도 없는 하얀 세상

고독이 나신처럼 드러누워 있는 텅빈 공간에서

아쉬움과 애절함으로 채색된

그리움의 창가에 서있으렵니다.

 

그것은

-언 동산에 부딪혀

애틋하게 되돌아오는 산울림

그리움이란

소아마비를 앓고있는 슬픈왕자의 눈동자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그리워질 때면

그리움이 진한 여운으로

이슬비처럼 내리는 날이면

서쪽으로 길게 드리워진 무지개를 보며

동구밖 느티나무아래 오솔길을 따라

살찐 반달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그리움의 창가에 서 있으렵니다.

그리움이란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신비스런 기다림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정말로 보고싶어질 때면

동쪽하늘에 길게 매달려 있는 지평선을 향해

팔천키로를 날고, 또 날아

만남과 이별을 재생산했던 그곳

조용히 아침을 열고 있는

해뜨는 인천앞바다 기인 -긴 활주로에 내려 앉겠습니다.

그리움이 내마음의 터밭에

향수와 동경을 불러 올 때면

목련화 꽃향기가 한낮을 잠재우는 오후

긴팔을 짧게 걷고 햇볕이 가득 넘치는 고향신작로를 따라

초록색 들판을 타박타박 걸어가겠습니다.

 

그것은

이팔청춘 순아의 보조개

애오라지

혼자만이 풍요로운 독립왕국

그리움이란

과거로의 좁은 터널을 지나서

청년기의 정거장을 맴돌고 있는 삶의 메아리,

파아란 동심에 아로새겨진

촌색시의 살풋한 미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