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해변에 있는 막달라 마을인 미그달
막달라 마리아의 무덤
예수의 12제자들 가운데는 여성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러나 복음의 역사를 증거하는 일에 큰 몫을 한 것은 남자들보다 오히려 여자들이었습니다. 당시의 사회 구조에서 여자들은 앞에 나설 수 없었고, 뒷전에 물러나 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여자들은 예수 일행을 경제적으로 도왔으며(눅 8:3), 예수를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걸었고(눅 23:27), 십자가 밑에서 예수의 죽음을 끝까지 지켜 보았고(마 27:55), 예수의 부활을 맨 처음 보고 예수의 제자들에게 알리는 역활을 담당한 것입니다(눅 24:22).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 외에 복음서에 그 이름이 올라 있는 여자는 막달라 마리아, 다른 마리아,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 헤롯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 베다니의 마르다와 마리아 등이 있습니다.이 여자들 중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입니다. 복음서의 여성 중 그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오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부활하신 예수를 맨 처음 만난 사도들에게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약시대뿐 아니라 오늘에도 여자의 흔한 이름인 마리아는 헬라 말로 '강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히브리어로는 미리암으로서 그 뜻도 또한 강하다는 뜻입니다. 아마 막달라 마리아라 부르는 것은 그의 고향이 막달라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도 흔히 고향을 횡에서 사용하는 습관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일곱 귀신이 들렸던 여자로서, 예수에게 병 고침을 받은 후 줄곧 예수를 따라다닌 것 같습니다. 일곱 귀신의 지배를 받던 마리아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여 보면 정신 분열 증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질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주 예수에 의해 자기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던 영혼의 분열이 깨끗하게 고침을 받게 되어서 그 후 예수님을 따라 다니면서 묵묵히 뒤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막달라 마리아를 두고 창녀 출신이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예수께서 한 바리새인의 집에서 잡수시려 할 때 "그 동네에 죄를 지은 한 여자"가 울며 향유를 예수의 발에 부은 기사(눅 7:36~50)를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고 있으나 그 근거는 희박합니다.중세에는 누가복음에 기록된 "죄를 지은 한 여자"를 막달라 마리아로 해석하고 그린 성화 중 유명한 것으로 티치아노, 도나텔로 얀 스코렐 등의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롯소 피오렌티노는 마리아가 같은 직업을 가진 여성들과 함께 음란한 연회석에 도착한 장면을 그렸고. 그 이웃집에 계신 예수의 모습이 창문을 통해 보입니다. 이처럼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기인하여 중세에서는 막달라 마리아를 창녀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나그 하마디 문서'가 발견되면서, 그노시스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되게 서술된 예수와 마리아상이 많이 다뤄지게 되었습니. 특히 '도마복음'에 근거하여 예수와 마리아는 연인 관계 내지 부부 관계라는 설정으로 많은 문예 작품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대표적인 것인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두고, 예수의 바로 왼쪽에 있는 사람은 요한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를 그린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돌았습니다. 그 인물은 남성치고는 너무 미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다 빈치의 다른 그림 '세례 요한'은 아름답다 못해 요염한 정도로 그려지는 것으로 보아서 이 주장도 사람들을 미혹하는 말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곱 귀신이 들렸던 마리아는 천한 여자도 아니었고 더더구나 창녀도 아니었습니다. 마리아는 단지 구원이 필요했던 여성일 뿐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마리아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던 악령을 쫓아내자 그 마음은 비게 되었고, 마리아의 빈 마음을 차지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인 것입니다.
막달라는 벳새다와 디베랴 사이에 있는 갈릴리 호반의 작은 마을인데 현재는 미그달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이 마을은 갈릴리에서 잡은 물고기를 가공하는 곳이었습니다.마찬 가지로 막달라에서 자라난 마리아도 명문 출신일 리 없을 것입니다. 막달라 마리아의 이름이 예수를 따르던 여자들 중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열렬한 믿음으로 다른 여성들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추정됩니다. 주 예수에 대한 막달라 마리아의 추모하는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을만큼 깊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리아는 주 예수의 전도 사역에 동참하였고 주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멀리서 예수를 바라보았던 성경기사가 있습니다.(막 15:40).주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심히 고통스러워하시는 것을 보고 예수의 십자가 곁에 다가간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와 함께 슬퍼하였습니다(요 19:25). 예수께서 어머니를 향해 제자 요한을 가리키며,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고 말씀하실 때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와 옆에서 함께 울고 있었습니다.주 예수께서 "다 이루었다"(요 19:30)하시고 영혼이 떠나가신 후 예수의 어머니는 요한과 함께 떠나갔고, 많은 사람들도 가슴을 치며 집으로 돌아갔으나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십자가 곁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예수의 숨은 제자 중 한 명이었던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빌라도의 허락을 받고 예수의 시체를 새 무덤으로 옮겼습니다. 일찍이 밤에 예수를 찾았던 니고데모도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가져다가 예수의 시체에 발라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하였습니다.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마 27:59~61).
이윽고 해가 졌습니다. 의의 태양이 지고 온 세상이 영원한 어둠 속에 잠긴 것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그제서야 예수의 무덤에서 떠났습니다. 그러나 갈릴리의 자기 집으로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날 밤은 예루살렘에서 묵고, 다음날은 안식일이기 때문에 율법에 따라 쉰다음 안식 후 첫날 일찍이 아직 어두울 때에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무덤을 막았던 돌이 옮겨졌고 무덤은 빈 상태인 것입니다. 마리아는 시몬 베드로와 요한에게 달려가서 무덤에 이상이 생긴 사실을 알렸습니다.
베드로와 요한도 무덤으로 달려갔습니다. 무덤에 들어가 보니 예수의 시체는 없는 것입니다. 시체를 쌌던 세마포가 놓였고, 예수의 머리를 쌌던 수건은 딴 곳에 놓여 있었는데 시신은 없는 것입니다. 두 제자는 예수의 시체가 도둑맞은 것으로 알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는 다시 예수의 무덤으로 와 밖에 서서 울고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흰 옷 입은 두 천사가 무덤 안에서 "어찌하여 우느냐"라고 묻는 말도 건성으로 들었습니다. 너무나 울고 울어서 눈자위까지 풀어질 상태가 된 막달라 마리아는 부활하신 예수를 보았으나, 그가 동산지기인 줄로만 알았던 것입니다.그러나 마리아의 귀는 예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는 더 이상 볼 수 없었으나, 예수의 목소리는 여전히 마리아의 마음 속에 살아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께서 마리아야 하시거늘 마리아가 돌이켜 히브리 말로 랍오니 하니(이는 선생님이라는 말이라)"(요 20:16).
"랍오니", 그 말은 예수께서 살아 계실 때 마리아가 잠시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잃어 버렸을 "랍오니"라는 말이 주 예수의 부르심에 따라 마리아의 입에서 다시 나왔던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마리아는 예수를 붙잡으려 하였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붙들지 말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아니하였노라. 너는 내 형제들에게 가서 이르되, 내가 내 아버지 곧 너희 아버지, 내 하나님 곧 너희 하나님께로 올라간다 하라"(요 20:17).
"나를 붙들지 말라"(Noli me tangere). 지금 마리아 앞에 서 있는 예수는 인간의 죽음 저쪽에 서신 예수이며,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인 것입니다. 마리아의 여생에 만나게 될 예수가 아니라, 마리아 자신의 새로운 삶 가운데서 만나게 될 그리스도인 것입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부활하신 예수의 첫 목격자였고, 부활을 증언하는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막달라 마리아는 부활하신 주님을 최초로 만난 예수님 사랑하는 여제자입니다. 이 제자의 고향 막달라가 갈릴리 호수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막달라 마리아의 무덤도 있습니다.
령천 교회 선교 목사 김용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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