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와 농촌 간 물리적 거리는 좁혀져 가고 있지만 산업혁명에 이어 정보화 시대로 흘러가면서 농촌 사회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농촌 선교에 대한 논리는 단순했다. 농촌은 80~90%가 미자립 교회이고, 고령화로 노인들은 경제력이 없어서 가난하니까 농촌 교회를 물질적으로 돕자는 논리였다.
우리 교회 세계선교부(담당 유승관 목사)는 기존의 이러한 방식의 농촌 선교를 벗어나 농촌 교회를 향한 진정한 섬김의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이 시도의 해결점은 대화와 네트워크 구축에 있었다. 실제적인 필요와 사역의 애환을 듣고 권역별 거점 교회를 통하여 농어촌 교회 선교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15일 세계선교부는 강원도 지역 농어촌 미자립 교회 세미나를 강원도 춘천 주향교회에서 열었다. 전욱 목사(세계선교부 국내팀장)는 “우리가 그곳을 향해 가는 이유는 농어촌 목회자 가정을 향하여 섬김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당부하는 것은 그들과 기도 제목을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도의 동역자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세계선교부 바나바기도회, 예향회, 포에버, 제5권사회 등 40여 명의 성도가 함께 춘천으로 향했다. 춘천으로 가는 길은 한결 가까워졌다. 도시와 농촌의 물리적 거리는 좁혀져 가고 있었다.

구수한 이야기
우리 교회가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나바기도회 및 다락방을 통하여 중보기도를 하고 있던 목회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기에 어색함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해졌다. 이날은 우리 교회가 지원하는 강원도 지역 농어촌 교회 9개 교회가 참석했다. 고향, 농촌이라는 이름의 구수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자리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김재근 목사님, 김앵순 사모님 우리가 이름 하나 하나 불러가며 기도했지요. 이렇게 실제로 뵈니까 또 다르네요. 자녀들은 잘 자라고 있지요?”
“자녀가 다섯이죠? 드보라, 세라, 예송이, 사무엘, 다니엘 맞지요?”
사랑의빚교회 김재근 목사는 자녀들의 이름까지 줄줄 외는 성도들의 인사에 흠칫 놀라기도 잠시, 늘 기도해 드리고 있다는 이야기에 서로의 손을 잡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오랜 동역자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오고간다.
김재근 목사는 속초시 아바이 마을에서 10년째 사역 중이다. 어린이 사역, 어민 사역, 주부 사역을 하고 있다. 특히 어민들의 불안정한 가정생활로 폭력이 난무하던 이곳에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영접하는 사례가 많고, 공부방 운영을 통해 문제가 있던 한 여학생을 서울교대에 입학시킨 사례도 있다. 지금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공부방 공간과 생산유통의 직거래를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교회는 현재 122개의 농어촌 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교회와 목회자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먼저 농촌 선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한경호 목사(‘농촌과 목회’ 편집장)가 말씀을 전했다.
최근 귀농 인구가 늘어남으로 인해 앞으로는 새로운 농촌 공동체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일방적으로 우리가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나눈다고 생각을 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직거래로 생명 농업을 지원하고 소모시켜 주고, 추수감사 주일에는 직접 와서 예배도 함께 드리고, 강단교류와 학생 교류 등 인적 교류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라며 무엇보다 이것은 대화 속에서 발견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랑의교회가 만일 이 일을 잘 해나간다면 한국 교회에 도?농 교회 간 교류에 있어서 효시가 되고 모범이 되는 중요한 모습을 보여 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농촌 교회를 향한 지원과 교류에 힘을 보탤 것을 주장했다.


소통 이야기
한편 유승관 목사도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농촌 교회 목회자를 직접 만나 비전과 꿈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농업을 경제나 산업적 측면이 아닌 하나님의 창조명령, 문화명령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이 시대 한국 농어촌 교회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만 있다면, 그 기회를 잘 순종해서 열매를 거둘 수만 있다며 한국 농촌 교회의 청량제가 되리라 확신한다”며 그 첫 단계로 대화가 네트워크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선교부는 국내 선교를 위한 네트워크를 중요시한다. 이를 위해 2008년 농어촌 목회자 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이곳 강원도 춘천 주향교회(담임 이병철 목사)를 필두로 전남 광양대광교회(담임 신정 목사), 전북 전주 팔복교회(담임 조광훈 목사), 경상도 창원 가음정교회(담임 제인호 목사) 등 지역별 간사 교회를 두게 되었다. 또한 올해 여름에는 고향전도단을 발족시켜서 국내 선교를 위한 물리적 지원은 물론 인적 지원까지 가능하도록 소리 없이 교회를 움직일 것이다.
농어촌 목회자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교회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게 하고, 한국 교회 성도들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어떻게 한국 교회는 종교인만 생성하는지…” 라며 강엘론 목사는 탄식의 소리와 함께 “무엇보다 성령 충만해서 감당해야 할 사역들을 잘 감당하도록 기도해 달라”며 기도 후원을 부탁했다.
장충근 목사(남산교회)는 춘천 시내에서 많이 떨어진 남산면에서 사역하고 있다. 60대 여성중창단으로 조직된 병원 선교사역, 어린이 오케스트라 구성, 노인대학 설립 추진 계획이라는 비전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악기레슨, 의료서비스, 한글학교, 문화교실 등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사랑의교회는 마치 ‘거대한 댐’과 같다. 그 댐에서 흘러나오는 인적, 물적, 영적인 물이 농어촌 교회에 큰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교류를 위해 도움을 청했다.
세계선교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사역이 아니다. 이번 강원도 지역을 시작으로 5월 21~22일 전남 광양교회에서, 9월 3~4일 경남 가음정교회에서 권역별 농어촌 목회자 세미나를 갖는다. 세계선교부의 입장은 이렇다. “대화와 네트워킹을 통해 물질적 도움은 물론 필요에 따라 인적지원까지도 이루어짐으로써 소리 없이 세상은 변할 것이다” 농어촌 목회자들의 심장소리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춘천=이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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