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초대석>
석경숙(석은옥, 12회) 美백악관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 부인
‘내 운명의 교향곡 5번’
불쌍한 맹인 중학생을 안내하던 일로 시작한 40년, 그간 쏟은 눈물과 고통과 처절한 노력이 지금 눈앞에 영광스러운 빛이 되어 우리를 비추고 있다.
한국 최초 시각장애인 박사로서 현재 미백악관 국가 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가 된 강영우 박사! 그의 아내로서 지팡이가 되어 두 아들과 두 며느리까지 5명의 박사 가족을 이루어낸 인생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평생 동반자가 되어준 남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선농축전에 참석한 석경숙(12회)동문,
성기학 동창회장과 함께
처음 만날 당시 그는 맹아학교 중1년생이었다. 인생길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이 숙명적인 만남은 숙대 영문과 1년생의 자원봉사에서 시작되었다.
열네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열다섯 살 중1때 축구하다 실명한 그를 보고 어머니가 충격으로 돌아가시고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살하려던 그는 목사님의 도움으로‘ 갖지 못한 한 가지를 불평하기보다 가진 열 가지를 감사하자‘ 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한다.
맹인을 보면 재수 없다고 하던 때에 무남독녀인 나는 그를 동생 삼고 6년 간 소풍날 따라가기, 빨래, 장보기, 대학 진학 준비 등 뒷바라지를 하면서 남을 돕는 기쁨을 맛보았다.
만난지 5년째 되던 해 나는 1967년 9월 미국유학을 떠났고 그는 1968년 3월 연세대 문과대 교육학과에 입학해서 장학생이 되었다. 15개월 만에 귀국한 나는 그해 겨울 비밀 약혼을 했다. 그리고 1972년 2월 26일 홀어머니와 친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1972년 8월, 우리는 LA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 장애인 최초 정규 유학생이 될 때까지 겪은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유학 중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출산 후는 두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강의실을 안내했다. 미국인 맹인 가정에서 가정부 일을 하면서 남편 박사 과정을 돕는 일을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여겼다.
1976년 4월 25일, 드디어 남편이 피츠버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복을 입은 남편을 총장 앞으로 안내하면서‘ 마음껏 사랑하고 즐긴 것은 결코 잊히지 않으며, 자신의 일부분으로 남게 된다’ 는 헬렌 켈러의 말이 생각났다. 그의 성취가 나의 성취였다.
8개월을 박사 무직자로 보낼 때“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현재의 고난을 성공의 조건으로 바꿔주실 테니 인내하며 기다려요.” 라며 계속 그를 격려했다.
남편은 인디애나 주정부 교육부에 근무하게 되었고 남편의 출근을 위해 나는 운전을 시작했다. 로터리 클럽 회원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했고 나는 운전사 역할을 했다.
1983년 6월 5일은 남편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국제 로터리 세계대회에서 처음 연설을 했다. 1만 6000명의 세계 민간 지도자가 열광적인 기립 박수를 보냈다.
1987년 9월, 6년 만의 첫 고국 방문에서 한국 언론은 ‘ 우리나라 최초 장님 박사 탄생’ ,‘ 한국 최초 맹인박사 금의환향’ 등의 제목으로 남편의 귀국을 대서특필했다. 연세대 윤형섭 교수는 <조선일보>컬럼에 내조한 부인의 희생적인 사랑을 썼다.
그리고 이민자로 정착한 지 사반세기 만에 남편은 ‘ Honorable’ 이라는 경칭이 붙는 연방정부 최고 공직자가 되었다. 대통령 직속 국가 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 자리에 오른 것이다. 부시 대통령 앞으로 그를 안내할 때 느낀 감회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는 남편이 맹인이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물리적, 심리적, 법적, 제도적 장벽을 넘을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고 어려움을 극복할 때마다 보람을 맛보며 감사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강점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하나의 팀으로서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어 낸 것이다.
정리: 성백엽(20회·편집위원)
출처:서울사대부고 동창회보 제71호(200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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