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운 길
우리숲|옛길 따라 그리움으로 걷는다_ 대관령옛길
우리나라는 산악국가라 고개가 많다. 그 많고 많은 고개 중에 강릉의 대관령만큼 유명한 고개는 없을 것이다. 대관령을 넘는 방법은 셋이다. 첫째는 영동고속도로, 두 번째는 구 영동고속도로인 456번 지방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용하던 대관령 옛길.
현재 풍력발전기 세 대가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대관령(大關嶺, 832m)은 강원도의 유서 깊은 고을인 강릉과 역사를 같이해온 백두대간의 큰 고개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영동과 영서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개로서 영동 지방의 관문이 된다. 고갯마루에 서면 동쪽으로 동해와 강릉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옛 나그네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그 광경이다.
대굴대굴 굴러가던 ‘대굴령’ 고개
강릉 토박이 노인들은 대관령을 아직도 ‘대굴령’이라 부른다. 너무 험해 ‘대굴대굴 굴러 내리는 고개’라는 뜻이다. 수백 년 묵은 아름드리 노송들이 짙은 숲을 이룬 옛길엔 여행길의 안전을 빌었던 돌무덤과 주막터 등 정겨운 풍경이 많다. 강릉이 고향인 신사임당도 어린 율곡을 데리고 이 고갯길을 넘었고, 역시 강릉 출신으로서 소설 <홍길동전>으로 당시 사회모순을 비판했던 허균도 이 고갯길을 걸으며 숨을 골랐다.
조선시대까지 이용하던 대관령 옛길은 강릉 구산(丘山)에서 반정(半程)을 거쳐 대관령 너머 서쪽의 횡계(橫溪)까지를 말한다. 이 중 현재까지도 비포장으로 온전히 남아있는 옛길은 제민원(濟民院)이 있던 현재의 대관령박물관 앞에서부터 구 영동고속도로(456번 지방도)와 만나는 신사임당 사친비 앞의 반정까지 5km 구간이다. 여기에 대관령 수호신을 모신 국사성황당까지의 1km 산길을 합하면 총 6km에 이른다.
조선시대에 강릉 구산에서 대관령을 넘자면 ‘장승거리’와 ‘굴면이’, ‘제벵이’, ‘원울이재’, ‘반젱이’, ‘윗반젱이’를 차례로 지나게 된다. 장승거리는 구산 서낭당에서 어흘리쪽으로 가는 길가에 장승이 서 있어서 얻은 지명이요, 굴면이는 대관령 정상에서 나귀나 말등에 짐을 싣고 험한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여러 번 뒹굴었으나 이곳에 오면 길이 좋아 뒹구는 것을 면한다고 해서 붙은 지명이다.
또 제벵이는 길손들에게 숙박 등의 편의를 제공하던 제민원(濟民院))이 있던 마을인데, 옛 제민원 자리엔 고미술 수집가인 홍귀숙씨가 평생 동안 모은 유물을 기초로 1993년 설립한 민속박물관인 대관령박물관이 터를 잡고 있다. 옹관 석검 토기 등의 선사유물과 신라시대의 토우 토기 목불 고려청자 청동주전자 청동정병 등 고려시대의 문화재 및 조선시대의 목기 목각인형 백자 민화에 이르기까지 2,0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료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400원.
윗굴면이 지나 만나는 야트막한 원울이재는 옛날 강릉으로 부임하거나 강릉을 떠나던 고을 원님들이 눈물을 흘리곤 했다는 곳이다. ‘윗반젱이’라고 불리던 반정은 횡계와 구산의 중간 지점이라는 뜻인데, 옛날엔 이곳에 주막이 있어 길손들이 쉬어가기도 했다.
대관령 옛길 남쪽에 솟은 제왕산(帝王山, 840.7m)은 고려말 우왕(禑王, 1364~1389)이 ‘공민왕의 핏줄이 아니라 신돈의 자식’이라는 이성계의 주장에 몰려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 왔던 곳이기도 하다.
금강송림에 자리를 잡은 대관령자연휴양림
대관령 옛길 하제민원 갈림길에서 잠시 옛길을 벗어나 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따라 서쪽길로 1km 정도 들어가면 대관령자연휴양림이 나온다. 백두대간 대관령 동쪽 해발 200~1170m의 고지대에 자리한 이 휴양림 일대는 전국 3대 미림으로 손꼽히는 숲으로서 수령 200~300년 이상의 소나무와 참나무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쭉쭉 뻗은 금강송으로 유명하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금강송은 예로부터 궁궐을 지을 때 꼭 사용하던 명품 소나무다. 지난해 광화문 복원에 쓰일 금강송 26그루를 강원도 강릉과 양양 등지에서 선정했는데, 대관령 기슭의 금강송이 처음으로 베어졌다. 당시 선정된 금강송은 수령 150년, 직경이 무려 94cm에 이르렀다.
또 이곳엔 높이 17m, 가슴높이 둘레 36cm인 ‘쭉쭉 빵빵’한 소나무들이 400ha에 걸쳐 있다. 1922년경 씨앗을 뿌려 조성한 국내 최대의 금강송림이다. 동부지방산림청은 이 금강송림을 웰빙숲으로 조성할 예정이라 한다. 휴양림 100ha엔 장기 체류형의 산림치유센터를 건립하고 치유의 숲을 가꾼다. 또 제왕산∼도둑재 구간(3㎞)은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순환형 산림생태체험로, 닭목령∼대관령 구간(15㎞)의 백두대간 등산로엔 국가 숲길 시범사업과 연계해 자생식물원도 조성한다.
한편 대관령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강릉의 수호신이면서 풍작과 풍어를 관장하는 범일국사를 모신 국사성황당과 대관령을 지키는 산신을 모신 산신각이다. 대관령 고갯마루에서 북쪽의 선자령 방향으로 콘크리트 포장길을 1km 정도 오르면 참나무 숲속에 터를 잡은 국사성황사와 산신각이 보인다. 국사서낭신은 강릉 출신으로서 신라 말 굴산사와 신복사를 창건한 범일국사(810~889)요, 국사여서낭은 호환을 당했던 강릉의 정씨 집안 처녀다. 그리고 대관령 산신은, 허균의 기록에 따르면 삼국통일의 주역으로서 강릉에서 검술 공부를 하였다는 김유신 장군이다.
이렇듯 대관령 옛길엔 웅장한 성은 없으나 문경새재와 견주어도 그다지 뒤지지 않을 정도의 콘텐츠가 넘친다. 호젓하긴 해도 외길인 데다 이정표도 잘 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내려가는 데 1시간50분, 올라가는 데는 2시간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올해 강릉시는 이런 콘텐츠를 지닌 대관령 옛길을 적극적으로 가꾸는 대관령 명품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대관령 국사성황당∼반정∼제민원까지 총 6㎞ 구간에 주막 복원, 전망대, 산행안전 편의시설, 신사임당 율곡선생 조형물 등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부디 넓히고 깎는 과욕을 부리지 말고 옛길의 사연과 분위기를 잘 살리는 것만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교통
영동고속도로 횡계나들목(우회전)→ 456번 지방도(대관령 방면)→ 6km→ (구)대관령 하행휴게소 주차장. 주차를 하고 456번 지방도를 따라 10분쯤 걸어내려 가면 옛길 시작점인 ‘대관령 옛길 반정’ 표석이 있다. 또 대관령 아래쪽에서 시작하려면 대관령박물관 옆으로 가면 된다.
◆ 숙박
금강송림 속에 자리 잡은 대관령자연휴양림은 숙박시설, 잔디광장, 체력단련시설, 숲속교실 등을 구비하여 청소년수련시설로 아주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 숲체험로, 야생화정원, 황토초가집과 물레방아, 숯가마터 등이 있어 자연학습과 산림문화 체험장으로도 좋다. 산막 사용료는 4인실 주말 성수기 5만5000원(비수기 주중 3만2000원), 5인실 7만원(4만원), 7인실 8만5000원(5만원), 10인실 11만원(7만원). 야영데크 4000원. 입장료 성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는 3000원. www.forest.go.kr 전화 033-641-9990
◆ 별미
조선시대 구산역이 있던 강릉시 성산면 소재지인 구산리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먹거리촌이 이루어져 있다. 길목민속촌(033-641-9018)의 꿩만두국(1인분 6,000원), 옛카나리아(033-641-9502)의 대구머리찜이 잘 알려져 있다. 대구머리찜 소(2인) 1만7000원, 중(3인) 2만원, 대(4인) 2만5000원.
◆ 참조
강릉시 홈페이지 www.kangnung.kangwon.kr 관광과 033-640-5420, 성산면사무소 033-640-4601, 대관령박물관 www.daegwallyeongmuseum.go.kr 033-640-4482~3.
옮겨온글|서라벌_0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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