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기독교 성지를 찾아서 (上)]
그 옛날 지하성전 문명을 비웃다…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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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터키는 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이지만 기독교가 처음으로 뿌리를 내린 땅이기도 하다. 에베소서 등을 집필한 사도 바울은 세 차례의 전도여행을 통해 에페스(에베소) 등에 기독교를 전파했다.
카파도키아(갑바도기아)에는 로마의 박해를 피해 지하동굴에서 신앙을 지켜온 기독교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파묵칼레로 유명한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는 사도 빌립이 순교한 땅이기도 하다.
기독교 유적과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 하는 터키로 성지순례를 겸한 여행를 떠나본다. |
[터키 기독교 성지를 찾아서 (上)]
로마시대 기독인들 박해 피해 도시건설: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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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거대한 열기구들이 여명의 하늘을 오른다. 버섯을 닮은 기암괴석과 벌집 형태의 석굴 주거지,그리고 지진으로 갈라진 듯 지그재그로 뻗어나간 계곡의 장관이 발아래 펼쳐진다. 순간 지평선에서 솟은 태양이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을 연분홍으로 채색한다. 인간의 상상력과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된 아름다움이 얼마나 초라한가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터키 아나톨리아(소아시아) 고원 중부의 황량한 화산지대에 위치한 카파도키아는 실크로드의 중간거점이었다. 골프장 형태의 완만한 고원은 카파도키아에 발을 딛자마자 순식간에 풍경을 바꾼다. 황토색 붉은색 노란색 갈색 흰색 등 다양한 색깔의 지층과 원뿔형 송곳형 원통형 버섯형 등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그리고 적갈색 땅이 마치 미지의 혹성처럼 숨은 비경을 드러낸다. 카파도키아는 3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응회암층이 오랜 세월 비바람에 침식되면서, 버섯이나 죽순 모양의 기암으로 변한 특이한 지형으로, 1985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기묘한 자연과 석굴교회로 대표되는 초기 기독교 문화가, 인류의 유산으로 전혀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네우세히르를 비롯해 우치히사르,위르깁,괴레메,아바노스 등 크고 작은 도시와 마을로 이루어진 카파도키아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곳은 SF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괴레메와 우치히사르 일대의 계곡. 실제로 스티븐 스필버그는 살리메 마을의 계곡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 ‘스타워즈’를 만들었다고 한다. 카파도키아는 수천 개의 석굴교회가 존재했던 기독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기원전 2000년 아나톨리아 최초의 통일국가인 히타이트 시대부터 동서교역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카파도키아는 1∼4세기에 로마의 박해를 피해 이주해온 기독교인들이 바위와 지하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석굴 주거지가 온전하게 보존된 괴레메 야외 박물관엔 모두 10개의 석굴교회가 남아 있다. 그리스도의 생애를 묘사한 엘마르 키리세(사과 교회),벽화의 인물이 샌들을 신고 있는 차르크르 키리세(샌들 교회),천장과 벽에 그리스도 일대기가 그려진 토칼르 키리세(버클 교회),빛이 스며들지 않아 프레스코화가 선명한 카란르크 키리세(어둠의 교회) 등이 대표적 석굴교회. 석굴교회의 프레스코화는 8∼9세기 우상파괴운동 때 훼손돼 초기의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현재의 프레스코화는 대부분 12∼13세기의 작품으로 그나마 극단적인 무슬림들에 의해 성화의 눈이 집중적으로 훼손돼 가슴을 아프게 한다. 카파도키아 유적의 하이라이트는 1968년에 발견된 데린쿠유의 지하도시.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건설한 데린쿠유의 지하통로는 베트남의 구찌터널을 방불케 한다. 허리를 굽혀야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지하통로를 따라 내려가면 개미집처럼 지하로 뻗은 수십㎞의 미로가 나타나 방향감각을 잃어버릴 정도. 4만여 명의 기독교인들은 이곳에 지하 80m 높이의 환기구와 침실,주방,식료품 창고,학교,교회 등을 만들어 공동생활을 했다고 한다. 곳곳에 적의 침입에 대비해 둥근 돌로 통로를 막을 수 있도록 했으며,십자가를 상징하는 십자로도 만들었다. 카파도키아에는 이외에도 카이마크르,오즈코낙 등 기독교인들의 지하도시가 즐비하다. 1950년대까지 사람이 거주했던 카파도키아의 수많은 계곡은 석굴 교회와 석굴 주거지,그리고 현대식 집들이 적당히 섞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응회암의 균열로 생긴 구멍에 비둘기들이 둥지를 튼 피전 계곡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이 압권이다. 응회암 절벽에 석굴을 파고 산 기독교인들은 비둘기의 배설물을 모아 포도밭의 비료로 사용하고 비둘기 알에서 염료를 얻어 석굴교회에 성화도 그렸다고 한다. 연분홍색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로즈 계곡은 노을에 붉게 물들면 더욱 신비스러운 빛을 발한다. 우치히사르에서 괴레메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메칸 계곡은 희고 매끄럽게 반복되는 지표의 주름이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끝없이 교차된다. 특히 햇빛이 비스듬히 비치는 오후엔 굴곡 부분의 음영이 뚜렷해지면서 전혀 다른 풍경을 그린다. 12㎞ 길이의 우흐라라 계곡은 뜻밖의 풍경을 보여준다. 황무지로 이루어진 카파도키아지만 이곳에는 계곡 아래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수많은 석굴 주거지 앞에는 포플러 나무가 자란다. 이곳에도 5000여 개의 석굴 주거지와 100여 개의 석굴교회가 보존되어 있다. 파샤바의 버섯바위는 카파도키아의 상징. 만화영화에 나오는 스머프 마을처럼 바위에 석굴을 파고 산 사람들의 흔적이 뚜렷하다. 스머프 작가도 이곳의 버섯바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벨리댄스의 현란한 선율이 석굴 틈새로 흘러나올 때 쯤 카파도키아 계곡에는 밝은 달이 둥실 떠오른다. 그러면 달빛에 젖은 푸르스름한 기암괴석들은 어둠 속에서 그 옛날의 영화를 꿈꾼다. |
이스탄불(터키)=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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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시]:2006-04-20 오후 3:59:02 [터키 기독교 성지를 찾아서 (上)] 여행메모 카파도키아는 공항이 있는 카이세리에서 차로 2시간 거리. 이스탄불에서 카이세리까지는 터키 국내 항공이 연결하고 있다. 카파도키아는 카펫과 도자기로도 유명하다. 괴레메에서는 일반 호텔보다 응회암 동굴 속에서 묵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 카파도키아의 전경을 한눈에 보려면 열기구를 타야 한다. 이른 아침 한번밖에 운행하지 않으므로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요금은 약 200달러. 터키 문화관광부의 일한 오우즈 동아시아지역 국장은 19일 배낭여행 중 피살된 임지원씨 사건과 관련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여행 중 외진 곳을 다니지 말고 과도하게 친절을 베풀며 접근하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터키에서 사고를 당하면 전화 155번으로 터키 경찰에 긴급 구조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현재 터키에는 20만명의 경찰 외에도 외국인 관광객의 안전과 언어 지원을 위해 80개 주요 관광지에 3000명의 관광경찰이 별도로 있다(터키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02-776-20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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