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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 넴루트 다이 유적(Nemrut Dag) <박하선>

영국신사77 2007. 5. 31. 00:56
    터키 - 넴루트 다이 유적(Nemrut Dag Achaeological Site)

 

 

 

출처 : http://www.emountain.co.kr/news/news.htm?name=%2Fnews%2F200206%2F200206010.htm

 

 

넴루트 산, 신들의 황혼

글·사진 박하선 (www.photodragon.com)



            ◇ 넴루트 산 정상에 흩어져 있는 거대한 석상들 중에서, 이 무덤의 주인인

                                          안티오코스의 석상.



  터키의 드넓은 아나톨리아 평원을 지나 동부로 향하다 보면 건조한 스텝 지대가 펼쳐지면서 군데군데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앞길을 막기 시작한다. 이러한 산들은 거의가 석회암 질이어서 키작은 나무들만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을 뿐이다.

  또 어떤 곳에는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들고 크고 작은 바위들만 뒹굴고 있어 삭막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것들도 있다. 이렇듯 이 모두가 한눈엔 별 볼일 없어 보일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산들 중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할 산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넴루트 다이(Nemrut Dagi)’다. ‘다이’라는 말은 이곳 말로 ‘산’을 뜻한다.


  넴루트 산은 해발 2150미터로 역시 삭막한 바위투성이의 산이다. 이 정도 이상의 높이를 갖은 산은 동부 터키에는 많다. 그렇다면 만년설을 이고 있을 정도로 높은 것도 아니고, 또 수려한 계곡이나 숲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이 넴루트 산의 매력이어서 뭇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일까.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퍽 특이하게도 이 산의 정상에는 수수께끼의 고분과 거대한 석상들이 뒹굴고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150년경부터 이 일대에 ‘코마제네(Commagene)’라는 왕국이 자리하고 번영을 누리고 있었는데,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왕 ‘안티오크 1세’의 무덤이 2,0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우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동이 트려면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이른 시간에 넴루트 산 등정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는 ‘카흐타’를 떠났다. 이렇게 일찍 출발해야만 하는 것은 산정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예로부터 이곳 코마제네 사람들은 하늘의 힘과 신을 믿어왔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뿐만 아니라 죽은 후에도 항상 신 가까이 있기를 바래 왔고, 또 그들 나라에 비치는 태양의 첫번째 빛을 바라다 볼 수 있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겨 왔다. 왜냐하면 그 태양 빛과 함께 신이 찾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안티오코스 1세의 무덤도 높은 산정에 자리하게 된 것일 게다.


 

                             수수께끼 같은 석상과 무덤

  심하게 가파른 산도 아니고, 또 어느 정도까지는 차로 올라왔기 때문에, 등산을 하기 시작한지 30여분만에 정상에 닿을 수 있었다. 제법 차가운 새벽 공기가 몸을 움츠리게 하는 가운데 저 멀리서 어둠을 가르고 서서히 동이 터 오기 시작한다. 신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정상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눈앞에서 시야를 가리고 있는 것이 있다.

  피라미드처럼 보이는 거대한 자갈무더기다. 그리고 주변에는 바윗덩이들이 제멋대로 뒹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 수수께끼의 석상들과 안티오크의 무덤이다.

  이윽고 이 안티오코스의 무덤에 오늘의 첫번째 태양 빛이 비추었다.


  그리고 이 태양 빛과 함께 찾아온 여러 신들이 거대한 석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제우스, 헤라클레스, 아폴론, 독수리 형상인 카라쿠스, 사자 모습인 아슬란, 그리고 코마제네의 여신인 포르토나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2000년 동안 이곳에서 코마제네 최고의 왕이었던 안티오코스의 무덤을 지켜 왔다. 그러니까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바윗덩이들이, 바로 이러한 신들의 두상이었던 것이다. 개중에는 안티오코스 자신의 모습도 끼어 있다.

  이러한 신상들은 애초에는 무덤 앞에 20여 개의 바위들로 조합한 거대한 모습으로 가지런히 서 있었는데, 지진으로 인해 이렇게 두상들만 떨어져 나와 땅바닥에 뒹굴게 된 것으로 밝혀져 있다. 아직도 무덤 앞에 가지런히 남아 있는 몸체들이 그걸 잘 말해 주고 있다.


  두상들의 크기만 해도 2미터에 달하고, 가장 큰 신상인 제우스는 전체 무게가 91톤이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신상들은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뿐만 아니라 무덤의 뒤편, 즉 태양이 지는 서쪽에도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아침에는 동쪽을, 늦은 오후에는 석상들이 석양빛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서쪽에서 여러 신들로부터 코마제네 왕국 시절의 전설을 듣게 된다면 이 넴루트 산 등정의 최고의 맛을 느끼게 된다.



 

                                  ◇ 넴루트 산 주변의 삭막한 풍경.


 


                            로마에 흡수된 코마제네 왕국

  사실 이 넴루트 산정에 이토록 엄청난 석상들이 나뒹굴고 있는 고분이 있다는 것을,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러다 1881년 오스만 투르크 시절의 지질학자들이 이 넴루트 산의 지질조사에 나섰다가 우연하게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학술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계속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가 1953년 미국 고고학계에 의하여 어느 정도 그 수수께끼는 풀렸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고대 코마제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비명과 비문을 남기려고 해왔다.


  그래서 이 안티오코스의 자갈 무덤과 석상들을 만드는데, 대략 12년이 걸렸으며, 동원된 인원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수천 명이 공사 중 죽었다는 사실이다. 자갈 무덤의 높이가 75미터였으나, 계속 흘러내려 현재는 50미터 정도다. 또 각 두상이나 발판 등에, 한 변의 길이가 5센티미터 정도의 네모난 구멍이 깊이 7센티미터 정도로 뚫려 있는 것으로 봐서, 이곳에 바를 끼어서 들어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자갈 무덤 또한 처음에는 모래로 봉분을 만들다가 ,헬레니즘 시대에 접어들면서 코마제네 왕가에 의해 처음으로 채택되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조각상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은 많다. 특히 이 고분의 주인공인 안티오코스는 고분 동쪽 비문의 기록에 의하면 코마제네 최고의 왕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페르시안, 어머니는 마케도니아 사람이었다는 것뿐이다. 이것은 당시 코마제네 왕국은 동으로는 페르시아, 서로는 마케도니아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왕족의 딸들을 양쪽으로 결혼시켜 가면서 평화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지만 안티오코스가 언제 태어났고, 얼마동안 왕위에 머물렀으며, 언제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이렇다 보니 많은 고고학자들이 이 무덤 속을 궁금해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실시한 것이 전자탐사다. 이 전자탐사는 이곳뿐만 아니라 코마제네 왕국의 두번째 수도였던 ‘에스키 칼레’에 있는 안티오코스의 아들 ‘카라쿠스’의 무덤에서도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의외다. 카라쿠스의 무덤 속에는 뭔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왔으나 정작 이 안티오코스의 무덤 속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도굴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그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공식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자갈을 퍼내기 시작한 적이 있었는데 퍼낼수록 계속 위쪽에서 자갈들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중도 포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이것 또한 수수께끼로 남는다.



                              안티오코스 왕을 지켜온 신들

  고분 속의 위대한 왕 안티오코스를 지켜오면서 2000년의 응축된 세월을 머금고 있는 석상들.

  그들의 모습은 모두 제자리에 있지 않아 애처롭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땅바닥에 두상들만이 제멋대로 뒹굴고 있는 것이 더욱 신비스러운 멋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 두상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쉽게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무리 신들의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그들 또한 너무도 긴 세월을 고독 속에 묻혀 지내다 보니 좀 지치기도 했을 것이다. 이제 남은 얘기를 누구한테 들을까. 제우스인가, 아폴론인가, 아니면 안티오코스 자신인가.


  코마제네 왕국은 기원전 1세기부터 로마제국의 영향권 안에 놓이게 되었지만 안티오코스라는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왕이 있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영광도 안티오코스가 죽자 그만이었다. 로마제국의 간섭이 더욱 심해져, 결국 기원 30년 로마제국에 흡수되고 코마제네 왕국의 이름은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왕국은 갔어도 신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안티오코스는 수많은 세월이 흐른 오늘도 넴루트 산에서 내일 다시 떠오를 태양의 첫번째 빛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황혼 빛에 물들어 가는 석상들의 전설을 듣다가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넴루트 산과의 작별은 아니다. 이 산의 주변 여기저기에서 쿠르드족들과의 정겨운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록 코마제네 왕국과는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산 주변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쿠르드족은 이곳 터키 동부지역과 이라크 북부, 이란 산악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말이 소수민족이지, 그 수는 무려 터키에만 2000만이나 된다. 그렇지만 아직껏 국가 없는 민족으로 설음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곳 쿠르드족들은 그 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하루의 농사일에 여념이 없다.


  ‘카라두트’라는 한 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산정의 안티오코스 고분이 빤히 바라다 보이고, 주변에 펼쳐지는 전원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날 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하늘에 구름 한점 없이 별들이 총총한데, 엄청난 강풍이 밤새도록 불어닥친 것이다.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커다란 나무들이 여기저기서 뿌리째 뽑혀 있었다. 밤새 안티오코스의 고분을 지키고 있는 신들이 힘 겨루기라도 했던 것일까. 이 정도면 고분의 자갈도 모두 날아가 버릴 수도 있을 텐데 하면서 산정을 바라보니, 그 모습 변함이 없다. 엄청난 세월을 단 하룻밤과 견줄 수는 없으리라.



 

 ◇ 넴루트 산정에서.


 


                                          ● 넴루트 산

                                                   정상엔 불가사의한 고대무덤

  터키 남동부에 위치한 넴루트 산(2150m)은, 비록 교통이 불편하지만 터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산 정상에는 약 2000여 년 전 코마제네 왕국의 왕 안티오코스 1세가 건설한 무덤이 있다. 높이 50미터, 지름 150미터인 이 봉분은 모두 작은 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약 60만 톤의 돌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서로 아름다운 조각이 되어있는 제단과, 지진으로 바닥에 떨어진 머리의 높이만 2미터가 되는 거대한 신들의 석상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불가사의한 유적지이다. 10미터에 달하는 석상들은 제우스, 아폴론, 헤라클레스 등의 신들을 비롯하여 안티오코스의 상도 있다. 이 고대 유적은 1881년 오스만 투르크의 지질학자가 처음 발견하였으며, 1953년부터 개발 및 복구를 시작하였다.

  1987년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며, 이곳에서 보는 일몰과 일출의 장관은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가는 방법

  넴루트 산은 동부 터키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통 이스탄불이나 앙카라에서 시작할 때는 중앙 평원지대의 카파도키아 일대를 둘러보고 이곳으로 오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카파도키아의 ‘괴뢰메’ 등지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여행사 미니 버스가 있기 때문에, 여러 명이 어울려 이 미니 버스를 타고 가면 가장 편리하다. 시간은 보통 7시간 이상이 걸린다.

 

 일반 버스를 이용하려면 일단 말라티아(Malatya)로 가서 다시 그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넴루트 산으로 가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카흐타(Kahta) 마을로 가면 된다. 약 3시간이 걸린다.


 이곳에서 다시 넴루트 산까지는 약 70킬로미터의 거리이기 때문에, 숙소를 보통 카흐타 마을에 정하고 다음날 새벽에 넴루트 산을 향해 떠나게 된다.
교통편은 이곳 카흐타의 여행사에 부탁하면 여러 명이 어울려 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편리하고 코마제네 왕국의 수도였던 ‘에스키 칼레’의 다른 유적지도 볼 수 있게 해준다. 참고로,넴루트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찻집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도 하룻밤을 묵을 수도 있으며 남쪽에 있는 이디야만(Adiyaman)에서도 버스를 타고 카흐타로 갈 수가 있다.


 넴루트 산은 잘 닦여진 도로 덕분에 걸어서 올라갈 일은 없지만, 오르는 길이 쉽지만은 않은 곳이다. 따라서 산행 목적을 유명한 일출과 일몰을 볼 것인지, 아니면 석상만 보고 내려올 것인지 결정하는 게 좋다. 일출과 일몰을 볼 경우 오후에 미니 버스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른 후 산에 위치한 숙소를 이용해 새벽에 일출을 보고 내려온다. 한편 석상만 보고 내려올 경우 매일 운행하는 미니 버스 투어를 이용한다.


 넴루트 산을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5월에서 10월 중순 사이다. 그 외에는 추위와 눈 때문에 전문 등반이 아니면 곤란하다. 또 여름철에도 새벽에는 대단히 추위를 느끼는 곳이어서 방한복을 준비해야 한다.

출처 : Tong - 향유고래님의 혼자 걷는 꿈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