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김경숙 |
2007-10-19 15:57:17 |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뚝배기에서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양파와 송이버섯에 조개가 들어간 뚝배기에 풋고추와 두부를 넣고 더 끓인다. “맛있네. 모처럼 찐한 된장찌개를 먹어보네.” “점심 먹고 우리 호박구경가요. 빨간 호박들이 예쁠거예요.” “내 좋아하는 진한 된장찌개가 공짜가 아니었군.”
280에서 92번을 타고 해프문베이로 넘어가는데 평소 15분 거리가 1시간이나 걸린다. 급할 것 없이 차들이 천천히 산을 넘어가고 있다. 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계곡과 산등성이가 아름답다. 앞 차에 탄 개 한마리가 우리를 쳐다 본다. 언제나 처럼 예쁘게 꾸민 집과 밭에 크고 작은 호박으로 가득하다. 나귀를 타는 아이들이 보인다. 매년 제일 큰 호박을 전시하는 농장으로 갔다.
올해는 오레곤에서 온 1524 파운드 짜리가 1등을 했단다. 자이언트 호박을 갈라 놓고 호박씨를 1불씩 팔고 있다. 한국에 이 큰 호박씨를 보낼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호박을 고르고 있는 모습들이 예쁘다.
납작한 빨간 호박, 초록빛 단호박, 길고 노란 호박, 백조목 닮은 호박, 갖가지 호박들을 둘러 보며 사진을 찍는다. 장난감 같은 꼬마수레에 고른 호박을 싣고 오며 모두들 행복하게 웃고있다. 밭가에 주욱 늘어 서있는 해바라기들도 고개숙여 내려다 보며 웃고 있다.
또 다른 농장을 향하여 가고 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비탈 농장에 주홍빛 호박이 넓게 펼쳐져 있다. 계산하는 아가씨가 티없이 밝게 웃으며 반긴다. 키 크고 멋진 백인부부는 큰 펌킨을 골라 놓고 흐뭇하게 웃고 있다. 호박은 참 가지가지 많기도 하다. 어머니도 드리고 싶고, 교회 장식도 하고 싶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다음 주에 한번 더 올까?” “뭐하러 또 와요?” “교회분들과 함께 즐기며 사진 찍으면 더 좋잖아. 정말 좋아할거야. 바닷가 식당에서 저녁노을을 보며 식사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오는게 좋아요? 왜 그렇게 힘들게 같이 다녀요?”
“음, 그건 내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런 일을 내가 사랑한다구. 나는 성도님들과 함께 있는 사랑에 빠져 있는거야. 왜, 샘나?” “아니예요, 나도 그러고 싶어요. 나도 피아노 치고 교인들과 함께 찬양하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알 것 같아요.”
Corn Maze 속을 나오는 아이들이 웃고 있다. 빨갛게 빛나는 동글납작한 호박을 가슴에 가득안고 걸어 간다. 이 큰 호박을보시면 엄마가 좋아하실거야. 작년에도 호박으로 동네 잔치를 몇번이나 하셨다며 좋아하셨었지. 동생네도 줄까? 아냐, 주지말고 함께 구경가자고 해야지. 보면서 하나하나 골라가며 사는 재미도 솔솔하거든.
10월 19일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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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와 골목 길로 들어 서면 가을 햇살에 새빨간 단풍나무 한그루가 루비처럼 밝게 빛나고 있다. 얼마나 그 색깔이 예쁜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아름다운 나무가 있는 그 집은 누가 살까 어떨까 궁금하다.
흥부가 톱으로 쓱싹 쓱싹 박을 탔을 때 속이 이랬을까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씨를 나눠주고 싶다.
이 피아니스트는 어쩌면 이렇게 연주를 잘 할까 그의 손과 발 얼굴 모습을 떠올린다. 이 음악을 친구들에게 모두 모두 들려주고 싶다.
친구야, 이 음악 듣고 있니? 친구야, 노란 호박 새빨간 단풍을 보고 있니? 친구야, 친구를 사랑하는 내 마음 느껴지니?
친구들아 사랑한다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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