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진화, 석기시대 끝내고 철기시대로…”: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인터넷의 진화, 석기시대 끝내고 철기시대로…”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인터뷰

                                                                                   백강녕 기자 young100@chosun.com
                                                                                                     입력 : 2007.03.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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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벤 너이스(Van Nuys) 고등학교. 늘 양복 재킷을 입고 넥타이를 걸치고 다니는,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반듯한 학생이 하나 있었다. 그는 늘 학업에 충실했고, 특히 수학에 재능이 뛰어났다. 이 소년이 훗날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혁명’을 일으킬 것이란 사실을 당시엔 아무도 몰랐다.
  
  그가 1973년 탄생시킨 것이 인터네트워크(internetwork), 바로 ‘인터넷’(internet)이다. 빈트 서프(Vint Cerf·64) 구글 부사장은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현재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때 표준규약으로 사용하는 TC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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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의 아버지’ Vint Cerf

• 그전까지 사람들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가 전혀 다른 두 개의 컴퓨터가 자료를 주고 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수이던 서프와 몇몇 연구자들은 한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데이터를 옮기는 방법과 규칙인 TCP를 만들어 실제로 작동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갖가지 서비스가 탄생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월드와이드웹(www), 이메일, 원격으로 컴퓨터를 조정하는 텔넷(Telnet), 서버 컴퓨터에 파일을 올리고 내려받는 FTP….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 바로 TCP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Digital BIZ는 미국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과 이메일을 통해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서프 부사장은 인터넷의 발전방향과 구글에서 젊은 직원과 어울려 근무하는 데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태평양 건너에 있는 서프 부사장과 이메일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그가 만든 인터넷 덕택에 가능했다.
  
  ―현재 인터넷 탄생 후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성장은 끝나고 성숙 단계에 들어선 셈입니다. 현재 인터넷은 진화의 어떤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전화선대신 초고속통신망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인터넷은 이제 석기(石器) 시대를 졸업하고 철기(鐵器) 시대에 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고 듣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GPS) 서비스가 일반화됐습니다.”
  
  ―향후 인터넷 발전속도는 어떻게 변할까요.
  
  “현재 자리를 잡은 VOD, GPS 같은 기술을 응용한 프로그램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인터넷 사용자 숫자는 10억명을 훌쩍 넘었고, 앞으로도 인터넷은 끊임 없이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빈트 서프는 멋쟁이다. 구글 직원들은 청바지에 대충 셔츠를 걸치고 다니지만, 그는 지금도 늘 양복 정장에 조끼를 받쳐 입는다. 양복 상의에 손수건을 꽂아 패션센스를 과시하기도 한다.
  
  그는 또 몽상가로도 유명하다. 인터넷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그는 우주를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먼 훗날 우주시대가 열릴 것에 대비해 우주공간에도 인터넷을 구축하자는 ‘행성간 인터넷’(IPN·interplanetary interne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선진국 한국에 세운 구글 R&D센터에 큰 기대”

                                                                                                 입력 : 2007.03.2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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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먼 훗날 인터넷은 어떻게 변할까요.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의 제트추진 연구소에서 구체적으로 진행중인 행성간 인터넷 프로젝트를 통해 인터넷은 지구 밖으로 뻗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학생들이 인터넷에 접속, 화성 탐사선에 설치된 웹카메라를 통해 화성 표면을 직접 보며 공부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행성간 인터넷 구축계획이 현실과 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있던데요.
  
  “ 사람들은 내게 우주로 인터넷을 가져가기 전에 지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그건 그냥 현실에 그냥 안주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좀 더 가까운 미래에 인터넷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시나요?
  
  “광섬유·케이블·방송·위성을 이용한 모든 매체의 속도가 빨라질 것입니다. 인터넷과 방송은 더 가까운 사이로 변할 거예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모든 IT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위치정보(GPS) 기능이 들어갈 것입니다. 이런 제품과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늘 대화를 하며 일을 하게 되겠죠.”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
  
  “한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생각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실생활의 일부로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환경이 다른 나라보다 많이 앞서 있죠. 또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이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구글이 지난 2005년 빈트 서프를 부사장으로 영입할 때 일이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서프 박사는 인터넷에 정신과 마음을 다 바쳐온 개척자”라며 “그 동안 우리 회사가 많은 인재를 모셔왔지만 서프 박사만큼 중요한 분은 없었다”라고 극도의 찬사를 보냈다.
  
  구글은 서프 부사장을 위해 ‘최고인터넷전도사’(Chief Internet Evangelist)라는 새로운 직책까지 만들었다.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를 순회하며 직원과 일반인에게 인터넷의 발전방향을 설명하고 꿈을 불어넣는 것이 주요 임무다. 또 새로운 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인터넷 미래에 대한 독창적인 연구를 총지휘하고 있다.
  
  ―구글이 한국에 설립하는 R&D(연구개발)센터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인터넷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예요. 구글의 한국R&D 센터에서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속속 개발할 겁니다. 이 프로그램을 전세계 인터넷 유저들이 사용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은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고 그걸 자기 뜻대로 지배하는 것입니다. 컴퓨터는 당신이 프로그램을 만든 대로 어떤 일이든 합니다. 그래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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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빈트 서프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풀네임은 Vinton Gray Cerf·64)는 말 그대로 인터넷을 탄생시킨 ‘살아 있는 역사’다. 1943년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높았다. 스탠퍼드대 수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UCLA에서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UCLA 시절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스탠퍼드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73년 밥 칸(Bob Kahn)과 공동으로 통신망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TCP 기술을 개발했고, 이듬해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기술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기반기술이다.
  
  대학교수를 거쳐 미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일하며 인터넷 보안기술을 개발했다. 또 전세계 인터넷 주소체계를 부여·관리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위원장, 나사(NASA) 제트추진연구소 초빙연구원, 인터넷협회(ISOC)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세계적인 통신회사 MCI의 선임 부사장 직도 지냈다.
  
  2005년부터 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책임자로 재직중이다.
  
  그는 IT(정보)기술 분야의 최고 유명인사 중 한 명이다. 구글이 그를 영입한 것처럼 전 세계 과학기술 분야 학회는 서프를 초청하려고 안달한다. 빈트 서프란 이름이 가진 권위가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전기전자공학회(IEEE),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 국제 엔지니어링 컨소시엄, 컴퓨터 역사박물관, 미국공학학회 등 저명한 학술단체의 특별 회원이다.
  
  서프는 인터넷이란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길을 만들었고, 이제 전세계가 그가 만든 길 위로 달리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그에게 여러 가지 형태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인터넷을 만든 공로를 인정 받아 1997년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미국기술훈장을 받았다. 2005년에는 미국에서 민간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았다.
  
  청각장애가 있는 그는 미국 최초의 농아를 위한 고등교육기관인 갤로데 대학 이사를 맡아 봉사했다. 이 공로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협회에서 특별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