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성서의 도시들 중 하나인 버가로 가기 위해서 이스탄불에서 국내선 항공을 이용해 앗달리아로 간 후 다시 버가로 향했다. 버가(Perga)는 세스트루스(Cestrus·현재 아쿠스강) 강구에서 13㎞ 내륙의 평원에 위치한 소아시아의 남부 밤빌리아 지역에 있는 고대도시 중의 하나로 현재는 무르타나(Murtana)로 불린다. 버가는 앗달리아 시내에서 30㎞가 채 되지 않아 30여분만에 도착했다.
바울은 제1차 전도여행 때 왕복 2회에 걸쳐 이 땅을 통과하였다(행 13:13,14:24∼25). 이 성은 토착민의 요소가 강하며 비옥한 토지는 아니었다. 바울과 바나바의 전도여행에 동행하던 마가 요한은 너무 힘든 나머지 이곳에서 그들과 헤어져 예루살렘으로 귀환하고 말았다. 이 일은 2차 전도여행 때 바울과 바나바가 헤어지는 원인이 되었다(행 13:13∼14).
왜 마가 요한이 버가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는지는 버가 북쪽에 있는 높은 고산 지대가 말해주는 듯했다. 마가 요한은 힘든 뱃길과 오늘날 키프로스(성경의 구브로섬)에서 바울이 채찍에 맞는 고난과 고통을 본 후,버가에서 또 높은 산을 넘어 전도여행을 해야 하는 일정을 바라보며 그 고난을 감당하지 못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만큼 버가의 북쪽은 높은 산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버가에 도착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자 무너졌지만 남아있는 도시문(Triple Arch)의 규모를 통해 버가가 얼마나 큰 도시였는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버가는 헬라 시대 이전에 생겼고 트로이 전쟁 이후에 번성했다. 이 도시의 성벽은 BC 3세기께 건축된 것으로 밤빌리아의 주요 토착 성읍이었으며 헬레니즘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 자신이 동전을 주조하고 있었으며 그 기간은 BC 200∼AD 276년까지 이른다. 아르테미스 여신은 그들의 주요 예배 대상으로 그 제의와 형태는 에베소와 비슷하고 때로는 고대 그리스에서처럼 수렵의 여신으로서 표현되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시장이 형성되기 마련인데 도시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는 넓은 아고라(고대 시장)터가 위치해 있었다. 버가의 아고라 규모는 에베소에 버금 가는 규모였다. 그리고 도시문에서 북쪽으로 강의 신인 카스트로스(Kastros) 조각상이 새겨진 분수탑까지는 도시의 중심거리인 콜론나디드(Colonnaded) 거리가 직선으로 뻗어 있으며 거리 옆에는 옛 상점터가 남아있다. 버가는 대규모 성읍답게 바실리카형 교회가 두 곳이나 있으며 로마와 그리스풍의 극장 역시 도시의 남서쪽에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남북의 길이가 234m,폭 34m의 소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기장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다. 또한 로마의 대도시에는 빠짐없이 설치된 목욕탕과 성벽,성벽에 있는 망대와 문들을 통해 버가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큰 규모의 유적지를 2시간만에 다 둘러본다는 것은 무리였지만 앗달리아에 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서둘러 돌아본 후 다시 온 길을 따라 앗달리아로 향했다.
앗달리아(Attalia)는 현재 안탈리아로 소아시아 남서쪽 연안에 있는 밤빌리아의 가장 중요한 출구에 위치한 조그마한 항구도시이다. 이곳은 버가모의 아탈루스 2세(BC 159∼138년)에 의해 설립되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앗달리아라고 명명하였다. 바울은 제1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버가를 다시 경유하여 앗달리아에 와서 전도한 후 이곳 항구에서 배를 타고 전도여행의 출발지인 안디옥으로 귀환했다(행 14:24∼26).
그래서 나는 다른 유적보다 가장 먼저 항구를 찾았다. 앗달리아 항구는 작지만 높은 바위 밑에 자리잡고 있어서 풍랑으로부터 안전했으며 아담하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오늘날 항구 위의 언덕에는 항구를 내려다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들어서 있었다. 현재에도 앗달리아는 알맞은 규모로 번성하고 있으며 헬레니즘 시대의 방어시설물들의 유적이 중세 도시 성벽들에서 발견된다. 항구 근처에는 하드리아누스에 의해 만들어진 삼중으로 된 문이 있다.
오늘은 바울이 1차 전도여행 귀로 중에 들린 앗달리아 항구,그리고 마가 요한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버가를 찾았다. 잊어지고 사라져가는 성경의 도시들을 찾는 일은 참으로 힘든 길이기에 마가 요한처럼 이쯤에서 멈출까 생각할 때도 많지만 훗날 마가 요한이 바울로부터 칭찬 받는 사람이 된 것을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 오늘도 성지를 찾는다.
이원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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