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經Bible말씀敎會예배 * 선교사

번역자를 위한 커리큘럼 -그라함 오그덴*

영국신사77 2007. 3. 1. 15:52
번역자를 위한 커리큘럼 -그라함 오그덴* | 성경의사본학
2006.08.03 08:30

번역자를 위한 커리큘럼

그라함 오그덴*


번역자 훈련은 번역 기획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열쇠이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의 번역 실무진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번역 기획을 세웠지만 번역자들과 여타 실무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능력이 좀 모자랄 때 당황스럽고 힘든 경험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성서공회의 번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는 번역자들이나 실무자들의 능력이 모자랄 경우, 훌륭한 번역 기획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번역이란, 우리가 배울 수 있고 또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예술이고 또 학문이기 때문에,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을 경우 좋은 번역과 좋지 않은 번역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기획을 통하여 앞으로 좋은 번역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로 한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우리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 번역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고 번역 훈련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번역자용 자료를 한데 모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번역자용 자료 뿐만 아니라 훈련 자료를 마련하는 계획을 말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번역자 훈련을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생각했지만 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였다. 지역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였다. 여기서 나는 일반적인 것을 말하려 하지만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한국에는 학문적으로 수준 높은 미래의 번역자들이 참 많다. 따라서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이지만 성서학적인 전문성을 강조하여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우리가 수행해 왔던 것은 2개년 교과과정이다. 개괄적인 2주 교육을 한 뒤에는 2년 동안 공식적인 6주 훈련을 받는 것이다. 특정한 문제 거리가 있을 경우에는 번역 계획에 따라 연구모임을 갖는다. 처음 시작하는 모임은 물론 개괄적인 것으로, 번역의 기본원칙을 밝히고 앞으로 더 깊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여러 사항을 위해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번역은 기술이기때문에 모든 사람이 번역을 다 잘 할수 있다고 생각할수는

* 아시아태평양지역 번역 컨설턴트.

없다. 좋은 번역은 번역자의 이러한 여건에서 나올 수 있다. 우선 번역자에게 기본적인 기술이 있어야 하며 또한 문학적인 예민성을 갖추어야 하며 모국어의 특성과 특징을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자신의 기술을 더욱 더 갈고 닦을 생각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역자들은 번역에 참여하여 그 작업에 필요한 기술을 날마다 갈고 닦을 수 있다.

번역이란?

언어와 언어가 반영하는 문화의 차이를 들면서, 번역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란 행위는 날마다 여러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번역이란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투박하게 말하자면, 어떤 정보나 생각을 문화나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전달하는 일이 번역이다.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성공적이냐 하는 점은 그 틈을 메우는 일을 하는 번역자의 기술에 따라 다르다. 좋은 역자는 원천언어가 담고 있는 생각을 수용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대로 원천언어에 담겨 있는 생각이나 뜻을 손상하지 않은 채 옮기는 사람이다.

각 언어와 그 언어가 반영하고 있는 문화는 독특하다. 따라서 한 언어와 다른 언어 사이에 완전한 대응어는 있을 수 없다. 서로 가까운 언어와 한 언어의 여러 방언도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역자는 원천언어의 어떤 낱말이나 생각이 수용언어에 정확한 대응어나 사고양식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성서번역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통역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다. 유엔 같은 국제적인 모임에도 동시 통역사가 필요하다. 공식 문헌이나 학문적인 논문 그리고 신상품 소프트웨어 사용 설명서와 같은 것도 모두 번역 행위이다. 성서번역은 이와 다를까? 다른 요건이 필요한가? 아니면 다른 원칙이 필요한 것일까?

번역의 기본적인 원칙은 모든 분야에서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성서번역의 경우 할 수 있는 대로 고대문헌을 충실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그 뜻을 알 수 있게 옮긴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번역이란 본문 안에 들어 있는, 우리가 믿고 있는 그 가치를 지지하는 일이다. 성서 번역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일은 “충실하게, 정확하게 그리고 말이 되게”라는 세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번역은 “충실해야” 한다. 원문이 말하고자 하는 점을 왜곡하지 않고 충실하게 옮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옛날 상황에 충실해야 한다. 어떤 개인이나 교파나 어느 특정 종파의 이해를 반영하지 않고 주석적으로 충실하기를 바란다. 가능한 한 본문의 메시지를 충실하게 전달하기를 바란다.

번역은 “정확해야” 한다. 원어와 그 표현, 본문의 양식, 문법, 구문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원어를 정확하게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본문을 우리가 바라는 대로 바꾸어서는 안된다. 어느 본문이 불분명하거나 그 뜻이 명확하지 않을 때 솔직하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주석과 같은 학문적인 결과를 따라 옮겼다고 독자에게 밝히는 일 또한 중요하다.

번역은 “말이 되어야” 한다.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읽는 이가 읽은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본문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읽는 이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본디 글을 쓴 이나 편집자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가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본디 글을 쓴 이들이 기록하고 또 편집자들이 편집한 의도를 알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요한복음의 경우 무엇을 의도하고 기록했는지 알 수 있다(요 20:30-31). 물론 예를 들어 전도서의 경우 많은 토론이 있어 왔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여 우리는 최상의 학문적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덧붙이자면, 좋은 성서공회 번역은 특정한 종파에 기울지 않은 초교파적인 번역이다. 모든 교회가 사용할 수 있는, 한 언어를 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번역이다. 번역자는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가치체계나 신학으로 본문을 번역해서는 안된다. 특별히 어떤 신학을 떠받쳐 주는 본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번역진을 구성할 때에는 개신교회나 가톨릭교회 그리고 성공회나 희랍 정교회를 포함하여 폭넓게 망라해야 한다.

번역자 훈련 교과과정의 요소

다음은 번역 교과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언급하려 한다. 순서를 매겼다고 해서 순서에 따라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배제할 수 없다. 각 번역 기획은 나름대로 독특하기 때문에 특정한 기획의 성격에 따라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만 한다. 이런 이유를 고려하여 각 기획의 필요에 따라 각 요소의 목차를 이 글의 마지막에 실었다. 기획을 시작할 때 필요한 요소를 결정한다. 생각해야 할 점은 기획 시작부터 임시로 많은 항목을 설정하고 계속해서 깊은 연구를 덧붙여야 한다.

1. 언어와 문화

언어는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번역은 문화라는 벽을 건너뛸 때 문화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다. 번역자 훈련 프로그램에는 번역하려는 원전의 문화가 표현하려는 방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는다.

번역은 옮기려고 하는 언어의 표현 또는 가치체계를 감추거나 없애기보다는 보존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 중심의 언어가 그 한 예이다. 어떤 경우, 원문의 가치나 관습은 존중하고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원천언어의 문화가 수용언어와 문화가 같은 것처럼 옮겨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구약과 신약에 들어있는 문화는 한국의 문화와는 다르지 않은가! 아브라함과 하갈의 관계나 시형제 결혼법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원문이 말하는 세계관은 존종되어야 하며 현대화시켜서는 안된다. 3층 구조의 우주와 고대 우주론 그리고 바울이 말하는 삼층천(고후 12:2)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하루는 해거름에 시작된다는 것과 하루는 세 시간 단위로 나뉘어진다는 것 등은 난하주를 달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어떤 언어에만 들어있는 관용적인 표현를 문자적으로 옮길 수는 없다. 뜻만 전달하여야 한다. “조상과 함께 잠들다”(왕상 2:10, 창 9:22)나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무엇인가?”(삿 11:12)와 같은 표현이 그 예이다.

2. 사회언어학

언어는 한 집단의 사회적 양식과 구조를 반영한다. 한 집단 안에도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전문어, 일반통용어, 속어)와 다양성(화려한, 시적인, 귀족적인)을 반영하는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또는 사사로운 사회적 관계가 존재한다.

지리적 요소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의 언어라고 해도 지역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말”을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서 표준 중국어, 표준 일본어와 주주-벤(zuzu-ben), 프랑스어와 말레시아어. 북한과 남한처럼 지역이 달라 정치체제가 다르거나 인도와 방글라데쉬처럼 종교가 달라 말이 다를 수도 있다.

여러 언어가 함께 사용되는 곳에서는 주요 언어나 국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방언을 말하는 사람들보다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곧 국어를 알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회적 신분의 척도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국어나 한국어 또는 미얀마어처럼 존대어가 한 사회 안에서 사회적인 신분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가족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 어떤 언어에는 있지만 없는 언어도 있다. 형제, 자매, 손자 등과 같은 용어가 그 예이며, 이스라엘의 남성중심 문화를 반영하는 “...의 아들들”이나 “형제들”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나이에 따라 말이 다른 경우도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과 다른 표현을 사용한다. 언어도 통시적으로 또한 공시적으로 바뀐다.

3. 예상하고 있는 독자

모든 번역자에게 중요한 점은 누구를 위해서 번역을 하고 있는가 또 그들에게는 어떤 특성이 있는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경을 읽는 사람들은 성서학도일 수도 있고, 일반 교인이나 어린이, 글을 모르는 사람 또는 시각이나 청각 장애인일 수 있다. 이렇게 각 독자에게는 나름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각 집단에게 의미가 있어야 하는 번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번역을 계획하는 이들은 각 집단의 특성을 폭넓게 그리고 철저히 조사를 하여 이러한 특성을 번역자들이 염두에 두도록 알려 주어야 한다. 처음 훈련 모임을 시작할 때 이 특성을 조사한 이들은 번역자들에게 독자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분명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4. 필요로 하는 번역의 유형

처음 훈련 모임을 가질 때 어떤 종류의 번역을 할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상어로 번역할 것인가 아니면 공식적인 말로 번역할 것인가? 예배용, 학습용, 어린이용, 듣기용, 만화용 등도 성서번역의 여러 유형에 속한다.

언어 수준, 낱말 범위, 난외주의 성격, 독자용 도움 장치, 삽화, 지도, 용어록, 낱말 일람표 같은 것도 생각해야 할 요소들이다.

많은 번역의 경우 시각 장애인이나 읽을 줄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덜 교육을 받은 이들이나 시각 장애인들은 읽기보다는 듣기를 더 좋아한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서 생각해야 할 점도 있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서는 문장을 짧게 하고 분명한 표현을 써야 하며, 본문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분명히 하는 것 그리고 본문의 흐름을 잘 생각하여야 한다.

5. 형식과 의미

언어의 두 기본 요소인 형식과 의미는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식은 의미를 드러내는 구조라고 말할 수 있다. 형식과 의미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의 구조이다. 각 언어에는 다음과 같은 특정한 여러 형식이 있다. 문장 양식이나 구문 뿐만 아니라 여러 문학적 구성 등. 형식에 이렇듯 여러 요소가 있는 것이 언어의 특성이기 때문에 번역자는 성서 본문의 여러 문학적 특성을 숙지하여 적절하게 옮겨야 한다. 성서 본문의 형식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번역이 어색할 수 있다. 이러한 번역을 “형식적 상응” 번역이라고 하는데, 영어 흠정역(KJV)과 같은 옛 번역에 이런 경향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원문의 형식을 간직할 경우 대개 본문의 본뜻은 찾아낼 수 없다.

형식은 또한 장르를 드러낸다. 곧 이미 고정된 어떤 형식은 특정 문학의 유형이라는 말이다.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로 쓴 산문과 시문을 자연스럽게 옮기려면 때로 그 형식을 바꾸어야 한다. 따라서 번역문의 형식이 부적절하거나 잘못되었을 경우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형식은 사실상 의미를 드러낸다. 특별히 시문에서 대구법이나 교차구조는 그 자체가 의미이기도 하다. 단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획의 초기 단계부터 형식과 의미의 문제를 토론하고 어떻게 다룰 것인지 하는 연구모임이 필요하다. 곧 얼마만큼 원문의 형식에 가깝게 옮길 것인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6. 뜻을 전달하는 상황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뜻하는 바가 아니다.” 한 낱말이나 구의 문자적 의미는 때로 전달하려는 의미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굳 모닝”은 문법에도 맞지 않고 불완전하여 “말이 되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일 뿐이다. 그렇지만 어떤 의도로 이 말을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뜻한 아침 인사이다. 그 자체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이 두 낱말의 뜻을 상황이 드러낸다.

각 낱말에는 물론 사전적 의미가 들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맥 속에서 어떤 뜻으로 쓰이느냐 하는 것이다. 번역자는 이러한 사실에 민감해야 한다. 또한 특정한 낱말의 뜻을 결정하기 전에 더 넓은 문맥, 곧 전체 이야기 속에서 어떤 뜻으로 사용되는지 염두에 두고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넓은 문맥이 문장의 구성요소인 각 낱말의 뜻을 결정한다. 단어집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문맥을 고려하지 않으면 뜻을 왜곡시킬 수 있고, 완전히 잘못 파악할 수도 있다.

성서를 읽다가 부딪히는 문제 중에 흔한 것은 하팍스 레고메나로 한번밖에 사용되지 않은 낱말을 만나는 경우이다. 그 낱말의 뜻을 분명하게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근접언어를 동원해도 분명치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는 어떻게 할까?

모호한 경우는 또 어떠한가? 어떤 이야기는 일부러 모호하게 말한 경우이다. 사사기 3장에 나오는 에훗 이야기를 읽어 보라(벤야민 사람이란 말은 왼손잡이인 오른쪽 사람이란 뜻이고, 손에 칼을 들고는 드릴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를 알아야만 충분히 그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모호한 얘기나 말놀이는 현대 (한국인) 독자들이 그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살려낼 필요가 있다.

역자는 특정한 구절이나 용어의 뜻을 결정한 뒤, 될 수 있으면 정확하게 그 뜻을 옮겨야 한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는 전통적으로 번역의 목표를 “가장 가까우면서도 자연스러운 상응”으로 잡고 일을 해왔다. 그렇지만 이는 좀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언어 사이에 상응이란 있을 수 없고 유사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어의 의미나 메시지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논쟁거리일 뿐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번역은, 학자들이 이럴 것이라고 주장하는 어느 특정한 본문의 뜻을 가능한 한 제대로 옮기는 일이다. 본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본문 자체에 들어 있는 실마리에 기대야만 한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유형, 수사적 기법이나 다른 문학적 특성을 통해서 저자나 편집자가 말하려고 한 것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문학 기법을 잘 살펴보면 이론상 본문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상당히 분명하게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모스 1-2장은 아주 분명한 구조로 짜여 있다. 전체 구조를 이루는 각 부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표현을 통하여 예언자가 말하려고 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아낼 수 있다. 각 독자는 나름대로 본문의 뜻을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뜻을 알아내는 일은 독자에게 달려 있다는 말은 왜곡된 표현이다. 다른 예로 아모스 4:6-12을 보기로 하자. 이 부분은 똑같은 표현으로 끝나는 부분으로 여럿 나뉘는데, 이 반복되는 표현은 마지막 절의 시작 말인 “그러므로”라는 표현을 향하여 이어진다. 예언자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히브리어에서는 강조하기 위하여 일상적인 구문을 바꾸기도 한다. 곧 동사 앞에 주어를 앞세우는 경우가 그 하나인데, 이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기법이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점은 더 어려운 문제로, 기록된 문헌에서 찾아내야만 하는 좀더 주관적인 문제이다. 특별히 배경이 옛날이거나 다른 문화에서 비롯된 문헌인 경우가 더욱 그렇다. 사도행전 8:20이 그 예이다. 감정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는 사실 수도 없이 많다. 역자는 따라서 본문의 피상적인 뜻보다는 그 속에 들어 있는 감정을 잘 살려 옮겨야 한다.

7. 비유적 표현

말 속에는 “평이한 뜻”이라고 부르는 것 말고도 상징적인 뜻 또한 들어있다. 이는 평이한 뜻에서 비롯된 의미로 어떤 낱말의 “문자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 영어의 BEAR라는 말은 문자적으로 털이 덮인 짐승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크기와 습성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종류를 가리킨다. 그렇지만 다른 문맥에서는 이 낱말이 털 덮인 짐승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지 않는다. 사람을 가리킬 때 쓰기도 한다. 호주에서는 애칭으로도 이 말이 쓰인다. “그 사람은 곰(코알라)처럼 꼭 껴안아 주고 싶어”(he/she is cuddly as a bear)라고 하는 말이 그 경우이다. “곰같이 커다란 사람”(a great bear of a man)이란 표현도 있는데, 이 말은 몸집이 매우 크고 힘이 센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몸이 털로 덮여 있는가 하는 것은 상관없는 얘기이다. 이 말은 또한 주식시장과 주식경제를 가리킬 때 사용하기도 한다.

비유적인 표현은 문화에 따라 매우 다르다. 같은 말을 비유적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언어에 따라 아주 다른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번역자는 성서 속에 들어있는 어떤 말이든 그 비유적인 의미를 잘 살려내기 위해서 우선 그 문화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어가 말하려는 뜻을 제대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여우”라는 말은 여러 언어에서 비유적으로 많이 쓰인다. 그렇지만 신약에서 어떤 뜻으로 사용되는지 그리고 수용어에서는 이 말이 어떤 속뜻을 지니고 있는지 잘 고려하여 옮겨야 할 것이다. 성서에서 여우는 파괴적인 짐승으로 등장한다. 여우는 포도나무의 뿌리 뿐만 아니라 다른 곡식을 먹어치워 죽게 하는 짐승이다. 따라서 눅 13:32에서 예수가 헤롯을 “여우”라고 부른 것은 그를 단순히 교활한 사람으로 지칭한 것이 아니라 파괴적인 인물로 말한 것이다. 현대 역본을 읽는 독자들은 아마도 이러한 메시지를 잘 알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원어의 속뜻을 난외주에 붙여야 할 것이다.


비유적인 표현 가운데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중요하다.

직유

은유(시 23:1)

에두른 표현(죽음, 성, 몸의 기능 - 삼상 24:3)

말놀이(암 8:1)

의인화(산이 양처럼 뛴다 - 시 114:4-6)

아이러니(암 4.4) 등.


중요한 것은 역자들이 비유적인 표현만을 따로 다루는 모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곧 어떻게 잘 옮길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번역작업 초반부에 이러한 모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서에는 비유적인 표현이 무수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시문에는 비유적 표현이 무척 광범위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8. 동사와 명사

동작을 묘사하는 말을 우리는 흔히 동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동사는 “동작”을 나타내는 말이다. 명사는 어떤 사물이나 추상적인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명사 또한 동작을 가리키기도 한다. “세례”(baptism)라는 말은 영어에서 명사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어떤 사람에게 세례를 베푸는 동작을 가리킨다. 명사가 동작을 가리키는 이러한 현상은 언어마다 다양하다.

번역문을 보면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가 같은 동작을 가리키는 명사보다는 훨씬 더 생생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을 비교해 보라.

“요한의 예수 세례 때에...”(At John’s baptism of Jesus...)

“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줄 때...”(When John baptized Jesus...)

“예수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When Jesus was baptized by John...)

어떤 번역이 다른 번역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가?

동사는 수동태가 될 수도 있고 능동태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언어에는 다른 태가 사용되기도 한다. 수동태는 언어에 따라 다양하게 쓰인다. 영어와 히브리어에서는 수동태가 자주 쓰인다. 그러나 수동태가 없는 언어의 경우 성서에 나오는 수동태는 신중하게 옮겨야 한다. 수동태에 특별한 속뜻이 있거나 제한된 경우에만 쓰이는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동작의 주어가 누구라고 지칭되지 않고 “아무개”로 등장할 경우라 해도 그 주어가 누구인지는 알아내어야 한다. 수동태가 사용될 때 어떤 뜻으로 사용되는지 번역자는 그 모국어의 특징을 잘 다룰 수 있도록 훈련받을 필요가 있다.

히브리어와 그리스어의 동사의 또 다른 특징은 시간보다는 국면(또는 상태)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곧, 어떤 동작이 과거에 일어났는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을 동사가 나타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동작은 시간과는 상관없이 아직 끝나지 않을 수도 있고 자주 일어날 수도 있다. 분사는 이미 내재해 있는 것이나 또는 계속해서 진행 중인 것을 가리킨다. 동사의 특징이 원어와 다른 경우, 앞서 말한 원어 동사의 이러한 특징은 신중히 고려하여야 한다(사 7:14를 생각해 보라).

9. 속뜻

한 낱말은 보통 “지시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물을 직접 가리키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어떤 낱말은 “속뜻”을 지닌다. 이러한 속뜻은 문화적인 맥락에서 결정된다. 특정한 한 낱말의 속뜻은 그 말에 얽혀 있는 생각과 감정을 말한다. 번역자는 수용언어 문화에서 어떤 낱말은 어떤 속뜻을 지니고 있는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마리아 사람”이라는 말은 신약에서 아주 부정적인 속뜻을 지닌다. “세관원”과 같은 말도 마찬가지이다. 구약에서 또는 바울서신에서 “율법”은 어떤 속뜻을 지니고 있는가? 이 낱말은 늘 부정적으로만 쓰이는가? 문맥에 따라서 어떤 속뜻을 지닐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경우, 문화적인 “속뜻”을 우리는 어떻게 옮겨야 할까? “검정,” “하양,” “빨강”이라는 말은 한국어에서는 어떤 속뜻을 지니고 있는가?(전 9:8)

10. 숨어 있는 정보, 밖에 드러나 있는 정보

“뜻이 분명한” 것은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용어나 표현은 “외부인”에게 모호하게 들릴 수 있다.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용어나 표현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이나 글 쓰는 이와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내부인”이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배경과 문화와 국적이 같은 사람들은 서로 말할 때 함께 공유하는 많은 정보를 흔히 생략하고 말한다. 말하는 사람들은 내재적인 정보를 다 표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곧 속뜻이 자신들의 말 속에 이미 들어 있기 때문에 전부 다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구약과 신약의 저자들과 문화나 언어나 역사적인 정황을 함께 공유하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가 읽으라고 글을 쓴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각 책의 저자나 편집자들은 모든 것을 묘사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히 11:4-32) 독자들이 그 정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번역자는 본문에 있는 어떤 용어와 표현이 어떤 속뜻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그런 뒤 필요하다면 현대 독자들에게 그 뜻을 분명히 표현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현대 독자들은 본문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마태 20:3에 나오는 “제삼시”(개역개정판)라는 말은 언제인지 본문 속에는 설명이 들어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고전 1:11에 나오는 “글로에의 집 사람들”도 누구를 가리키는지 설명이 없다. 그렇지만 “에봇”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잘 알고 있다. 성서 본문 속에 숨어 있는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연구모임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는 현대 독자들이 어떤 본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어야 하지만 문제는 “얼마만큼” 설명을 덧붙여야 하는가가 문제이다. 번역문에는 얼마만큼 설명을 해야 하고 또 얼마만큼 난외주를 달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연구모임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성서시대와 오늘날 사이에 다리를 놓아야만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인지가 우리의 고민이다.

11. 대명사와 지시어

히브리어(그리스어?)에는 인칭대명사 뿐만 아니라 “이것” 또는 “이것들”과 같은 지시 대명사가 있다. 행 8:17에는 “그들”과 “그들의”가 세 번 나온다. 전 2:23, 4:8, 6에서는 “이것”이 앞서 말한 것을 가리키지만, 7:23에서는 나중에 말하려고 하는 것을 가리킨다. 대명사가 가리키는 사람 또는 사물이 불분명할 때가 많다. 이 점도 번역자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목적어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12. 수사적 질문

수사적 질문은 어떤 것을 알아내려고 묻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어서 질문하는 경우이다. 히브리어의 경우 수사적 질문이 자주 등장하는데, 선언을 강하게 할 때나 때로는 누구를 혹독하게 꾸짖거나 비판할 때 나온다. 이사야서에 흔하게 나오고 욥 38:41 등도 그렇다. 번역문에서는 이러한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원문과 마찬가지일까?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13. 일반 용어, 특수 용어

문화가 서로 다른 두 언어 사이에는 소통하는데 틈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언어에서 이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 다른 언어에서도 꼭 같은 뜻으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리나 기후나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 새나 짐승류, 나무나 식물, 지리적 특성, 문화 및 종교적 관습 등이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번역자는 (1) 특수 용어보다는 일반 용어를 사용해야 하고, (2) 뭉뜽그려 부르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3) 인접 언어에서 용어를 빌려와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야 하고, (4) 본디 말을 옮기되 약간의 설명을 집어 넣는 것이 좋다.

14. 인용 - 직접 인용 및 간접 인용

구약과 신약 전체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말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 이러한 인용에는 다른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인용 속의 인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영어개정표준역(NRSV)과 현대영어역(TEV)의 사 37:21-26을 보라. 청중을 누구라고 이해했는지에 따라 인용문의 번역이 달라진다.

신약에 들어 있는 구약 인용은 신약의 말씨를 따라 옮겨야 한다. 하지만 구약을 번역할 때 신약 속의 인용문을 따라 구약 본문을 읽어서는 안된다.

15. 언어의 문체와 차원

어떤 독자를 위해서 진행하는 번역인지에 따라 번역문의 문체가 달라진다. 어떤 번역의 경우 어려운 말이나 전문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어렵지도 또 너무 쉽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평범한 말(표준어)”로 번역을 해야,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다. 예전용 성서의 경우는 수준 높은 말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어린이용 성서에는 적합하지 않다.

어떤 언어는 남성들이 쓰는 말과 확연히 구별되는 여성들만의 말씨가 있는 언어가 있다. 독자들을 위해서 번역문에는 이러한 점도 반영되어야 한다. 존대법은 한국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의 특징이다. 번역자는 존대법을 잘 고려하여 옮겨야 할 것이다. 한국과 같이 성경이 아주 강한 전통을 지니고 있는 나라에서는 역자들이 전통적인 번역들을 잘 참조하여 어떤 방식으로 존대법을 살려야 하는지 또 그럴 경우 어떤 식으로 전달될 수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고급 문체로 성서를 번역하려고 한다면, 그 언어로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표현을 골라야 하지만 그만큼 번역을 읽을 것으로 예상하는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위험 부담이 있지 않을까?

16. 본문 문제

전문학자들도 이 문제를 다룰 것이나 번역 기획이 세워졌다면 번역문에서는 어떻게 본문 문제를 다룰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하여야 한다. 어떤 저본을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대안 번역은 얼마만큼 제시해야 할 것인지 그 원칙을 세워야 한다. 본문을 고쳐 읽을 경우 얼마만큼 고쳐야 할 것인지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한다.

마가복음의 마지막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주기도문의 결론인 글로리아는 어떤가?

삼상 13:1과 같은 본문은 어떻게 해야 할까?

17. 신학적 전제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이다. 완전히 객관적인 주석가나 번역자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번역의 임무는 가능한 한 주어진 본문을 번역할 때 이러한 신학적 전제를 배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 7:14과 같은 구절의 경우 구약 예언의 어떤 신앙에 따라 본문 자체의 문법이나 예언자의 8세기 상황에 거슬러 옮길 수도 있다.

눅 23:43의 경우, 재림에 대해 어떤 신앙을 지니고 “오늘”이라는 말 앞에 쉼표를 붙이는 대신 뒤에 붙여, “오늘”이란 말을 십자가 위에서 강도에게 한 예수의 말씀 속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표준새번역 개정판 - 역자주) 또는 “내가 오늘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NRSV - 역자주). 원문에는 이러한 쉼표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이긴 해도 어떤 종파에서는 이런 식으로 번역하여 자신들의 신학적 견해에 맞추려고 할 수도 있다.

책임적인 번역자는 본문 속에 들어 있는 모든 요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의 입장은 역자 개인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학계에서 넓게 받아들이는 학문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근거가 미약하면서 동시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새로운 해석을 역자는 내놓을 수 없다.

18. 주요 용어

주요 용어목록을 번역기획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 많은 경우 어떤 용어를 목록에 집어넣어야 하는지 연구모임을 갖고 작성해야 한다.

하나님의 이름 네 글자와 복음서에 나오는 유대인과 같은 용어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모든 교회와 주석가들 그리고 번역자들을 포함한 특별 토의모임을 가져야 한다. 옛 번역의 용어를 바꾸려 할 경우 채택하기 전에 폭넓은 토론을 가져야 한다.

19. 빌려온 말

한 언어에서 쓰이는 용어가 다른 언어에도 다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곧 그 의미가 완벽하게 겹치는 경우는 없다. 위의 13번째 항목에서 일반용어와 전문용어의 문제를 언급했다. 다른 언어에서 빌려온 말은 성서에서 사용하는 말이든지 아니든지 대부분 번역본에서 문제가 된다. 성서에 등장하는 많은 용어, 특별히 문화와 관련된 용어, 곧 음식 또는 관습에 관련된 용어는 번역하고자 하는 말에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떤 언어이든 용어는 빌려올 수밖에 없다.

용어를 빌려올 경우, 뜻이 전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경우이다. 번역자는 용어를 빌려올 때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1) “세례,” “안식일,” “사두개인” 등과 같은 말을 차용한다. (2) 인접어에서 빌려온다. (3) 옛말을 다시 살린다(언어에는 많은 변천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4) 설명구를 사용한다. 이 모든 경우 뽑은 용어나 구는 독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용어록이나 다른 도움목록을 만들 경우 새로운 용어와 그 설명도 집어넣어야 한다.

20. 이름 - 번역해야 할까, 음역해야 할까?

성서 속의 인명과 지명은 여러 방식으로 다룰 수 있다. 대부분의 이름에 뜻이 있기 때문에 뜻을 살리려고 번역할 수 있다. 데가볼리(“열 성읍”)가 이런 경우이다. 또는 음역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신교와 구교가 함께 사용하려고 성서를 번역할 경우, 본문전통이 다르고 사용하는 고유명사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연구 모임을 따로 가져야 한다.

지명의 경우 현대에 사용하는 이름을 쓰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물론 문제가 없지는 않으나 “구스” 대신 “이디오피아”를 채택한다든가, 요나서에 나오는 “다시스” 대신 “스페인”을 채택하는 것이다.

21. 시문

성서의 많은 부분, 특별히 구약은 시문이 많다. 성서의 시문은 아주 독특한 문학 형태이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이 문제를 다룰 연구모임 또한 꼭 필요하다. 비유언어, 문학 장르, 전문용어, 시문 형태, 대구법, 수미쌍관 기법 등과 같은 것도 번역문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연구모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구약에서 어떤 부분이 시문이고 아닌지 결정하는 문제도 사실 간단하지는 않다. 특정한 번역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보기 번역본을 정하여 어떤 부분을 시문으로 처리했는지 그대로 따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번역자들은 뜻을 알아내는 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편집하는 이들을 생각해야만 한다. 시문의 줄바꾸기가 잘못되어 뜻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성서 원문의 시를 그대로 따라 옮겨야 할 것인가가 더 기본적인 문제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상의 길인지 준비하고 훈련받아야 한다. 번역자들이 모두 시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22. 번역 순서

여러 명이나 많은 번역자들이 참여하는 번역 기획은 본문의 어려운 정도나 각 역자의 전문성에 따라 책을 나누어야 한다. 번역이란 모든 사람이 똑같이 지닐 수 없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좀 쉬운” 본문, 곧 이야기를 먼저 번역하는 것이 좋다. 시편, 잠언, 예언서 같이 어려운 시문의 경우 번역자들이 경험을 쌓고 훈련을 받은 뒤에 번역하도록 처음에는 남겨두는 것이 좋다.

23. 더 필요한 연구모임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그 언어에 적합한 기획과 훈련을 세워서 역자들이 일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존대법의 사용, 나침반 방위, 주요 용어는 본문을 잘 알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감할 때가 많다. 그냥 빈 공간으로 그냥 두어야 할까? 아니면 추측해서 옮겨야 할까? 번역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작업을 계속해 나가면서 생기는 문제가 아주 많다. 번역 기획을 책임 맡고 있는 이들은 번역자들과 자주 접촉을 갖고 번역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 살펴볼 뿐만 아니라 언제 훈련이 특별히 더 필요한 지 알아낼 필요가 있다.

24. 협동작업인 번역

아주 드문 경우를 빼고 번역작업은 보통 여러 일원들의 협동작업이다. 번역자, 검토하는 이, 문장가, 번역위원회, 편집인, 성서공회 총무가 모두 번역팀의 일원이 된다. 모두가 번역원칙을 잘 숙지하여야 한다. 그래서 이들 모두가 그 번역의 특징을 이해하고 번역원칙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 번역팀에는 건설적인 충고나 비판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외고집이 있어서는 안된다. 팀의 각 사람은 나름대로 역할을 맡아 일을 한다. 이 팀 속에는 번역이 잘 되도록 안내하고 격려하고 또 기술적으로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번역실무자도 포함된다. 각 팀 구성원은 팀 내의 다른 구성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각자 맡은 일을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5. 번역자

어떤 이가 좋은 번역자일까? 성서학에 전문지식을 지니고 있고 또 번역 원칙을 잘 알고 있다 해도 다음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번역자는 비평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협동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홀로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매일, 매년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일에 빠져서는 안된다. 이 일에만 몰두하여 “바빠 보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번역자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서재에 앉아서는 같은 일을 끝날 때까지 몇 달 간이라도 계속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러한 일을 다 잘 할 수는 없다. 처음 번역자 훈련모임 때 어떤 사람이 이 일에 적합하고 그렇지 않은지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장래에 번역자로 가능성이 있는 이는 번역작업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팀 내의 다른 구성원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때도 있다.

번역자 훈련 항목

구체적인 훈련 교과과정보다는 아래의 목록이 어떤 번역자 훈련 프로그램이든 필요한 항목이다. 각 번역기획에 맞게 달리 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목록은 모든 번역자가 성서 그리스어와 히브리어 그리고 주석 훈련을 받았다고 전제하고 적은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기획을 실행하기 전에 역자들이 꼭 그러한 훈련을 받도록 한다.


번역 개론 - 번역이란?

기획에 참여하는 이와 역할

기획의 특징이 독자의 필요성에 적합해야 한다.

번역에 영향을 미치는 수용언어의 특징

언어와 문화 - 번역에 있어서 이 둘의 관계와 역할

사회언어학

의도하는 번역의 유형 - 일반용, 공용, 예전용, 공부용, 어린이용, 듣기용, 만화용 등

이야기, 단락, 문장, 낱말 - 문맥에서 결정되는 뜻

비유, 직유, 은유, 에두른 표현, 말놀이, 아이러니와 풍자, 의인화

주요 용어

관용어

동사와 명사, 수동태와 능동태

속뜻과 명시적 의미

숨어 있는 정보과 드러나 있는 정보

인칭대명사와 지시어

일반용어와 전문용어 - 어느 특정한 말이 없는 언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언어의 문체와 수준

인용과 인용문

문학 장르와 수사적 장치

시문 - 시편과 잠언 그리고 예언서, 번역어의 시문

빌려온 말 - 그 이유

이름 - 번역할 것인가 음역할 것인가, 한 개인의 이름이 둘 이상일 때는 어떻게 절충할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협동작업과 그 과정

난외주와 그 처리 문제, 용어록

독자용 도움 및 다른 장치 - 도량형, 화폐 가치 등

컴퓨터와 다른 전자설비 사용(파라텍스트 등)

본문 제목

번역문 검사 - 들은 느낌, 교인들이 받아들이는 정도

(번역 : 이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