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도시 에베소는 소아시아의 7개 교회 중 가장 큰 규모의 유적이 있는 오늘날 터키의 에페수스이다. 에게해안에서 5㎞쯤 들어간 카이스터 강구에 있는 이곳은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자동차로는 하루거리이기 때문에 대개 이스탄불에서 이즈미르(성경의 서머나)까지 비행기를 이용하고 이즈미르에서 버스를 이용한다. 이즈미르에서 에베소까지는 남쪽으로 1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갈 수 있다.
에베소는 터키의 유적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커서 하루 일정을 잡아도 충분하지 않다. 고대 에베소 지역 뿐만 아니라 주위의 유적 역시 많이 있는데 그중에 고대 유적이 있는 곳을 방문하려면 높은 곳에 있는 입구에서 아래쪽에 있는 입구로 코스를 잡아야 힘들지 않다.
일반 여행객들에게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특히 기독교인들에게는 더욱 뜻깊은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기독교 초기 바울 사도가 두번째 선교여행시 들린 곳이며(행 18:19) 세번째 선교여행 때에는 성령이 강림해 방언과 예언의 이적이 일어났으며 그것을 본 마술객들이 마술책을 불사르고 기독교로 개종하는 역사가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다(행 19:1∼10).
뿐만 아니라 이곳은 예수의 12제자 중 하나인 사도 요한이 예수께서 부탁하신 말씀에 따라 예수의 모친인 마리아를 모시고 와서 말년을 보낸 곳이며 마리아가 죽은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사도 요한과 마리아 기념교회,마리아의 집터가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 에베소는 로마 알렉산드리아 안디옥과 더불어 로마제국의 4대 도시 중 하나였다. 또한 각지의 물산이 집합되는 무역항구이며 동서양을 연결시키는 교통의 요충이었다. 로마시대에는 항구에서 아르카디아라는 길을 따라 이곳으로 들어왔으나 지금은 항구가 메워져 있다. 유적지는 경사진 산을 따라 형성돼 있었고 입구는 아래쪽과 위쪽 두 곳이 있다. 나는 편한 길을 택해 위쪽에서 입장료를 내고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로 들어서자 바로 오른쪽으로 야외음악당이 언덕에 세워져 있었다. 이어 야외음악당에서부터 돌로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가자 길의 좌우편에 아직도 당시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음악당 바로 옆에는 트라야누스 황제의 분수탑 기둥이 2개가 남아 있었다. 이어 아르테미스 여신의 숭배 장소로 알려진 프리타니이온(Prytanion),하드리아누스 황제 신전,두 기둥이 남아 있는 헤라클레스 문이 있었다.
그리고 이 문 왼쪽 테라스에는 4개의 기둥으로 된 헬레니즘 분수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니케(Nike) 여신상은 본래 있던 곳보다 조금 더 내려가 길이 약간 굽어진 곳에 세워져 있다. 니케는 승리를 상징하는 그리스 여신으로 한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면류관을 들고 있다. 오늘날 나이키는 바로 이 여신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니케상에서부터 약간 굽어진 길을 따라 끝까지 내려가자 2단으로 된 셀수스 도서관이 7층 정도의 웅장한 모습으로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에베소의 도서관은 당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터키의 버가모 도서관과 함께 세계 3대 도서관의 하나로 20만권의 장서를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서관의 규모를 보면 에베소의 학문 수준이 당대 최고의 도시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도서관 앞에 길 하나 사이로 매음굴이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 앞길에서 50m쯤 대극장쪽으로 내려가자 대리석 바닥에 발바닥,여자 얼굴,하트 모양,사각형이 새겨져 있는 매음굴 표지판이 새겨져 있었다. 사각형은 외상 장부를 가리키는 것으로 오늘날 신용카드와 같은 것이고 발바닥은 미성년자 출입금지 표시로 새겨진 발바닥보다 발이 작은 자는 출입이 통제되었다.
이처럼 당시 에베소는 뛰어난 학문의 도시인 동시에 매춘이 성행했던 타락의 도시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도시도 바울이 전한 복음으로 인해 마술사조차도 자신들의 마술책을 불태우고 기독교로 입문하는 복음의 역사가 일어났다.
에베소에는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을 비롯해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터와 기념교회,고대 시장터인 아고라,분수탑 등 수많은 유적이 있다. 그런 에베소에 다시 그 옛날 바울에 의해 일어났던 복음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원하며 바울이 에베소로 들어올 때 이용한 아르카디아 길을 따라 에베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