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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목사] (37) 돕가 및 르비딤

영국신사77 2007. 2. 24. 23:08
[이원희 목사의 성서 속 도시 이야기] (37) 돕가 및 르비딤
[국민일보 2005-11-14 15:56]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의 시내산까지의 여정은 대부분 고대 광산길이었다. 이 광산 중 하나가 오늘날 세라비트 엘 하팀(Serabit el Hatim·Serabit E Khadim)이라 불리는 성경의 돕가(Dophkah)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스라엘 민족이 걸어간 길은 돕가 광산 아래의 와디였다.

돕가에 가기 위해서는 시내산에서 서북쪽 지역으로 와디를 따라 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시내산에서 현지 안내인을 찾았다. 다행히 돕가에 가는 길을 잘 아는 형제를 만나 안내를 받았다. 일정을 마친 후 생각해보니 이들을 만난 것은 하나님의 큰 은혜였다. 나는 일행과 이들 형제의 지프를 대여했다. 원래 사막길은 고장에 대비해 차량 2대를 빌려야 했지만 우리는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1대로 가기로 했다.

엘림을 떠난 이스라엘 민족은 돕가를 거쳐 시내산으로 갔으나 나는 거꾸로 갔다. 시내산을 출발한 지프는 포장길을 따라 북상하다 30㎞ 지점에서 포장길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와디를 따라 달렸다. 와디는 우기에 잠깐 흐르는 시내로 길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하면 차가 모래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우리를 태운 지프 운전자는 사막 전문 안내자답게 사막길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반나절쯤 달린 후 우리를 돕가에 내려놓았다.

돕가는 시내산 북서쪽 75㎞ 지점인 오늘날 세라비트 엘 하팀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명에는 ‘공작석’이라는 뜻이 있다. 이곳에는 유명한 구리광산이 있는데 이집트 제12왕조(BC 2000∼1780년) 때부터 터키석과 구리가 채굴되었다. 고고학자들에 의해 이곳에서 발굴된 비문(Proto Sinaitic Inscription·BC 1500년께)은 가장 오래된 알파벳으로 알려져 알파벳 발달사의 중요한 연구 자료이다.

돕가에 도착해 베두인 족장의 집에서 하루를 묵은 후 이튿날 아침 일찍 돕가 광산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바위산에 올랐다. 1시간 정도 힘들게 등반,산위에 오르자 그림과 글들이 새겨진 돌조각이 많이 있었다. 그중에는 멀리 이집트에서 여기까지 끌려와 보석을 캐던 당시 사람들이 무사히 귀향하기를 바라며 자신들이 섬기는 신께 공물을 바치는 모습과 무사귀환을 소원하는 글 및 그림들이 수많은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특히 광산을 내려오다 보면 평평한 큰 바위에는 배 그림이 새겨져 있어 이들이 홍해를 건너왔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돕가 광산을 보고 내려오자 아이들이 콜라 작은 병을 1달러에 팔고 있었다. 현대의 상업적인 문명이 이곳에까지 스며들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돕가를 출발하여 바바 계곡을 거쳐 르비딤(Rephidim)에 도착했다.

르비딤은 신 광야와 시내 광야 사이에 있는 골짜기 지역(출 17:1∼16,19:2,민 33:14∼15)으로 시내산 북서쪽 20㎞ 지점인 제벨 세르발(Jebel Serbal)의 북쪽에 전개되는 비옥한 평원 와디 파이란(Wadi Feiran)으로 알려지고 있다. 르비딤은 평원이란 뜻으로 홍해를 건너 시내산으로 가는 노정에 있는 가장 큰 오아시스 마을로 도로를 따라 4㎞ 정도에 걸쳐 대추야자 나무와 잡목들이 우거져 있다. 모세는 이곳에서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지팡이로 반석을 쳐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여 백성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백성들이 하나님을 시험하고 모세와 다툰 일로 인해 이곳을 맛사 또는 므리바라고 불렸다(출 17:1∼7). 또한 이곳은 모세의 장인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가 모세에게 부장제도를 권면하여 재판을 시행하도록 한 곳이다(출 18:13∼27).

오늘날 이곳에는 마을 한가운데 4세기께부터 내려오는 수녀원이 있어 성경과 관련된 곳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수녀원 내부는 취재가 일절 금지되어 있다. 이 수녀원 바로 남쪽에는 모세 수도원의 폐허가 있으며 계속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모세가 손을 들어 기도해 아말렉을 물리쳤던 풍차의 언덕으로 불리는 제벨렛 타후네(Jebelet Tahunet)가 있다(출 17:8∼16).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에는 곳곳에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아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르비딤에서의 싸움은 약속의 땅으로 가기 위해 겪어야 할 고난이 있음을 보여준다.

(photobib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