敎育학습科學心理

[에세이―고희경] 교육의 비밀

영국신사77 2007. 2. 2. 16:03
                     [에세이―고희경] 교육의 비밀


경주에서 음악 캠프가 어제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피아노계에서 존경받는 교수 여섯 분이 경주에 모였다.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과의 만남을 위해서다. 이스라엘 출신의 아리 바르디 교수는 개막연설에서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학생들은 누구나 저에게 중요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특별한 재능과 열정으로 항상 눈에 띄곤 했습니다. 늘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그 비밀을 알아가고 싶습니다.”

손열음 김선욱 김태형 등 여러 명의 피아니스들이 외국 유학 경험 없이도 국제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등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을 볼 때 바르디 교수의 궁금증은 인사치레로만 들리지 않았다.

그는 예를 하나 들었다. 한 학생이 페트르슈카를 치는데 러시아인 교수로부터는 러시아 발레 음악을 너무 빠르게 친다고 야단맞고 프랑스인 교수로부터는 프랑스식 발레 음악의 맛을 느낄 수 없이 느리게 친다며 또 한 번 꾸중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수는 자신의 잣대를 버리고 옷을 맞추러 온 손님을 맞는 양복점 주인처럼 학생의 몸에 맞는 옷을 지어주는 테일러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생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아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연설이 끝나고 바르디 교수는 한국 학생에게 뭔가 열심히 들으며 적고 있었다. 누가 학생이고 선생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학생들이 알려주는 “좋아요,고마워요,잘했어요.” 이런 발음들을 알파벳으로 적으며 발음을 따라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스바라시라고 하면 되는데 한국말은 역시 어렵군요. 비밀을 알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 걸요”하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외국에서 캠프가 열리면 그 나라 언어로 칭찬해주는 것이 가장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엑설런트’라는 강한 뉘앙스의 영어보다 어눌한 발음의 ‘좋아요’가 훨씬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게 되고 학생들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음악 교육자의 비밀은 학생에 대한 한 없는 궁금증과 열린 마음이었던 모양이다. 그 과정이 이제 경주에서 확인될 것 같다.

                                                                                              고희경(예술의 전당 교육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