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비 전셋집 예물마련에 억! 억! 억! 혼수가 웬수?
이찬의 아버지는 한 인터넷 매체 인터뷰에서 “결혼 예물로 도금한 스테인리스 수저 한 벌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예물인데 은수저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으며 이민영의 어머니는 이찬 측이 마련한 신혼 아파트의 평수와 전셋집 문제를 거론해 혼수 갈등을 드러냈다.
대기업의 한 중견 간부는 “회식 때 두 사람의 이야기가 화제였다”면서 “서민들은 신혼 생활을 어렵게 시작하는 사람도 많은데 3억 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만족하지 않았다니 연예인이라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커플의 파경은 ‘물질 만능 결혼’이 번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
최근 조카의 혼사를 치른 한 로펌의 간부는 “유명 호텔 예식비에만 1억 원이 들었다”며 “좀 있는 집이다 싶으면 혼수에만 몇억 원씩 들어가는 게 예사다”고 말했다.
실제 혼수 파혼이 늘어나는 추세다. 결혼정보업체 ㈜좋은만남 선우 이웅진 사장은 “15쌍 중 1쌍 정도는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에 파혼하거나 신혼 기간에 이혼한다”면서 “혼수 문제의 비중이 30% 이상이다”고 말했다.
혼수 분란은 서로 기대치가 낮은 서민보다는 고소득 전문직 상류층일수록 심각하다고 커플 매니저들은 말한다. 이런 문화가 일부 상류층에 국한되지 않고 중산층에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딸의 혼사를 치른 한 50대 주부는 “신랑 측이 사돈의 팔촌 명단까지 건네주며 밍크코트, 브랜드 양복, 가구까지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보고 오만 정이 다 떨어져 파혼 직전까지 갔다.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로 사위에게 정이 안 가고 사돈댁은 아예 쳐다보기도 싫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결혼 2년 차인 한 회사원(37·여)은 “부모님이 혼수 장만을 하느라 진 빚 3000만 원을 남편 몰래 내가 갚고 있다”며 “혼수 때문에 시댁에 책잡힐까 봐 무리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혼수’라는 검색어를 치면 혼수 스트레스에 대한 상담이나 혼수로 파경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수없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초등학교 교사인 여자친구와 약혼하기 직전 혼수 문제가 불거져 5년간의 연애를 끝냈다”며 “수도권에 30평 아파트 전셋집도 마련하지 못한 남자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장모의 말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혼수 문제는 파경의 원인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혼을 많이 다루는 장세동(40) 변호사는 “고부 갈등 뒤에는 혼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혼수를 1억 원어치나 해가도 적다고 해서 1년 이내에 이혼한 사례가 적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이 혼수 문제를 들고 나오더라도 당사자인 신랑 신부가 현명하게 대처하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결혼하기 전에 혼수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하고 당사자들이 지혜를 발휘해 서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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