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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月 10만원 파격할인까지… 과외시장서도 "문송합니다"/이공계생의 절반에도 못미쳐

영국신사77 2020. 5. 18. 12:59

[NOW] 月 10만원 파격할인까지… 과외시장서도 "문송합니다"

 

입력 : 2017.01.31 03:03

[주로 가르치는 영어에서 찬밥]

- 취업도 힘든데…
멘토링 등 특별서비스 내걸어도 시급 6250원꼴, 최저임금 안 돼
이공계생의 절반에도 못미쳐

- 수요 줄고 공급 넘쳐
영어는 발음좋은 학원강사 찾아

"다른 선생님들도 마저 면접 보고 며칠 뒤에 결과 알려드릴게요."

서울대 영어교육과에 다니는 고모(여·27)씨는 최근 영어 과외 교사를 구하는 면접에 갔다가 진땀을 뺐다. 학생 어머니가 2시간 동안 '교육 철학이 뭐냐' '애가 숙제를 안 하면 어떻게 대처할 거냐' 등 수십 가지를 물었기 때문이다. 고씨는 "교사 임용 고사 면접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경쟁률 5대1을 뚫고 과외 아르바이트(알바)를 구한 고씨가 받은 보수는 주 2회 2시간씩 강의하고 월 30만원. 고씨가 7년 전 대학 신입생일 때 받은 월 40만원보다 줄었다. 고씨는 "문과생들은 요즘 과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서 이 정도라도 고맙게 받는다"고 했다.

[NOW] 月 10만원 파격할인까지… 과외시장서도
/김성규 기자
반면 같은 대학 컴퓨터공학과 배모(25)씨는 중·고생에게 주 1회 2시간씩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과외를 하고 월 40만원씩 받는다. 주 2회로 환산하면 80만원으로, 시간당 보수가 고씨의 거의 3배다. 배씨는 "말이 좋아 '코딩 과외'지 영어로 치면 ABC 같은 극히 초보적 내용을 가르치는 수준"이라며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영어나 수학 과외와 비교하면 누워서 떡 먹기"라고 했다. 그는 "이공계 인기가 올라가면서 '컴공과'라는 전공 덕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취업난을 겪고 있는 문과생들이 과외 시장에서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 문과생에게 과외를 받으려는 수요는 줄어든 반면, 좁은 취업문 때문에 취업에 실패하고 과외 시장에 남아있는 문과생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과생이 주로 가르치는 과목은 영어다. 그런데 영어가 2018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과외 시장의 큰손인 서울 강남 학부모들은 영어 과외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임모(여·56)씨는 "강남 중고생은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많은데, 스카이(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 영어 발음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학부모가 영어는 학원 보내고 수학 과외만 시킨다"고 말했다.

과외 자리를 구하려는 문과생들의 공급은 차고 넘칠 정도다. 명문대 영문과 졸업생 임모(여·27)씨는 "취업 준비하면서 생활비를 벌려고 과외를 찾고 있다"며 "예전에는 대학 졸업하면 과외도 그만뒀는데 요새는 안 그렇다"고 했다.

겨울방학을 맞아 각종 과외 중개 사이트에는 '파격 할인'을 내거는 문과생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수능 수학·영어 만점자라는 한 명문대 재학생은 '월 10만원만 받고 과외하겠다'고 했다. 1시간당 6250원(2시간씩 월 8회 기준)으로,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보다 낮은 금액으로 과외를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공계생은 여전히 콧대가 높다. 공대생 박모(26)씨는 "올림피아드 대비 과외처럼 1시간당 10만원이 넘는 곳만 골라서 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경력을 내세운 것이다. 
'과외하는 동안 술을 안 마시겠다' 
'언제든 카카오톡으로 멘토링해주겠다' 등 이색 조건을 내거는 문과생도 적지 않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김모(여·25)씨는 "가뜩이나 취직도 어려운데 과외마저도 이공계에 밀리니 속상하다"고 했다. 한 명문대 인문 계열 학생 조모(22)씨는 "요즘 과외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다른 알바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며 "명문대생인데 왜 과외 안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 터진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31/20170131001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