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평등 사회에 헌신해 美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 86세 최고령 연방 대법관
이런 '진짜 진보'가 부럽다
권력가들은 그를 '마녀'라 부르지만, 20대에겐 '세상에서 가장 힙(hip)한 할머니'다. 암(癌)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팔굽혀펴기를 하루 스무 번씩 하는 86세 여인의 영상을 수백만 명이 봤고,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와 가방, 커피 잔이 불티나게 팔린다. 유명 코미디 프로 SNL은 키 155㎝ 할머니의 옹골진 표정과 말투를 흉내 내 미(美) 전역을 웃겼다. 타임지의 영향력 100인 중 '우상(icon)' 부문에 선정된 그가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을 땐 할리우드 배우부터 일반 시민까지 자기 갈비뼈를 주겠노라 나섰다. 별명이 '노터리어스(악명 높은) RBG'. 미 연방 대법원 최고령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얘기다.
록스타 뺨치는 긴즈버그의 인기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억압하는 모든 형식의 권력에 맞서 "나는 반대한다"를 외치기 때문이다. 그의 50년 법조 인생이 공정과 평등을 위해 싸운 삶이어서 밀레니얼 세대가 특히 열광한다. 그의 반대로 기혼 남성 공군에게만 주던 주택수당을 여성 공군도 받게 됐고, 그의 질타로 150년간 남자 생도만 받아온 버지니아 군사 학교가 여자 생도에게 문을 열었다. 남성 인권도 똑같이 중요했다. 사별한 아내 대신 아기를 키우는 남자에게 '보육은 엄마 몫'이란 이유로 보육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회보장법을 폭로했고, 노모(老母)를 부양하는 남자가 미혼이란 이유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법의 부당함을 설파해 모두 승소했다. "루스 (긴즈버그) 없이 진실도 없다"는 구호가 등장했다.
이런 전투적인 삶으로 미국 진보의 상징이 됐지만, 그의 면면은 한국의 진보 혹은 좌파 정치인들이 보여온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분노하거나 선동하지 않는다. "이기고 싶다면 고함치지 말라. 분노에 휩쓸리지 말라"고 충고하는 그는, 편견은 무지(無知)에서 나온다고 믿어 상대를 유치원생 가르치듯 이해시키고 설득해 나간다. "여성 얼굴이 박힌 지폐도 있는데 세상에 성차별이 어디 있느냐"고 비아냥대는 남성 판사들에겐 분노하는 대신 호소했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입니다."
진보 성향이지만 대법원의 정치 편향엔 단호히 반대한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사법부는 대응하는 기관이다. 특정한 어젠다나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다큐와 영화로도 나온 긴즈버그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입으론 정의와 평등을 외치면서 뒤로는 부(富)와 권력을 더 많이 갖기 위해 편법을 서슴지 않는 한국 진보가 부끄럽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만신창이로 짓밟은 정치 선동물 '백년 전쟁'을 공정하고 객관적이라 판결한 우리 대법원의 정 치 편향과 어리석음이 참담한 탓이다.
미국 청년들은 "지금처럼 정치가 쓰레기 같을 때 긴즈버그에게서 희망을 본다"며 암과 사투 중인 고령의 대법관을 응원한다. 결장암·폐암·췌장암을 앓으면서도 치료가 끝나면 곧장 대법원으로 복귀, "나는 살아 있다!"고 외치는 이 할머니는 그 '악명'으로 20대의 우상이 됐다. 우리에겐 왜 이렇듯 멋지고 유쾌한 진보가 없는가.
록스타 뺨치는 긴즈버그의 인기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억압하는 모든 형식의 권력에 맞서 "나는 반대한다"를 외치기 때문이다. 그의 50년 법조 인생이 공정과 평등을 위해 싸운 삶이어서 밀레니얼 세대가 특히 열광한다. 그의 반대로 기혼 남성 공군에게만 주던 주택수당을 여성 공군도 받게 됐고, 그의 질타로 150년간 남자 생도만 받아온 버지니아 군사 학교가 여자 생도에게 문을 열었다. 남성 인권도 똑같이 중요했다. 사별한 아내 대신 아기를 키우는 남자에게 '보육은 엄마 몫'이란 이유로 보육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회보장법을 폭로했고, 노모(老母)를 부양하는 남자가 미혼이란 이유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법의 부당함을 설파해 모두 승소했다. "루스 (긴즈버그) 없이 진실도 없다"는 구호가 등장했다.
이런 전투적인 삶으로 미국 진보의 상징이 됐지만, 그의 면면은 한국의 진보 혹은 좌파 정치인들이 보여온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분노하거나 선동하지 않는다. "이기고 싶다면 고함치지 말라. 분노에 휩쓸리지 말라"고 충고하는 그는, 편견은 무지(無知)에서 나온다고 믿어 상대를 유치원생 가르치듯 이해시키고 설득해 나간다. "여성 얼굴이 박힌 지폐도 있는데 세상에 성차별이 어디 있느냐"고 비아냥대는 남성 판사들에겐 분노하는 대신 호소했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입니다."
혐오, 진영 논리란 단어도 그의 사전엔 없다. 긴즈버그의 단짝은 연방 대법원에서 가장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남성 대법관이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생각이 정반대지만 긴즈버그는 그와 함께 오페라를 보고 밥을 먹으며 사회 이슈를 토론한다. "생각이 다른 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타협하며 간극을 좁혀 나가는 노력이 헌법 정신"이라 믿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이지만 대법원의 정치 편향엔 단호히 반대한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사법부는 대응하는 기관이다. 특정한 어젠다나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다큐와 영화로도 나온 긴즈버그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입으론 정의와 평등을 외치면서 뒤로는 부(富)와 권력을 더 많이 갖기 위해 편법을 서슴지 않는 한국 진보가 부끄럽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만신창이로 짓밟은 정치 선동물 '백년 전쟁'을 공정하고 객관적이라 판결한 우리 대법원의 정
미국 청년들은 "지금처럼 정치가 쓰레기 같을 때 긴즈버그에게서 희망을 본다"며 암과 사투 중인 고령의 대법관을 응원한다. 결장암·폐암·췌장암을 앓으면서도 치료가 끝나면 곧장 대법원으로 복귀, "나는 살아 있다!"고 외치는 이 할머니는 그 '악명'으로 20대의 우상이 됐다. 우리에겐 왜 이렇듯 멋지고 유쾌한 진보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