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부인은 빈민가에서 유치원 겸 학교를 운영한다. 처음에 몇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60명을 돌본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잘 따름)가 따로 없다. 이씨 부부는 25년 전 안락한 생활을 뒤로 한 채 생후 18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한국을 떠났다.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환자를 어루만졌다. 이 원장은 “한국 의사들이 와서 수술해주고, 주변에서 도와주고, 저 혼자가 아니라 도움받아서 하니 아름다운 세상이 됐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있는 것만으로 섬기고 사랑하고, 이런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을까. 그의 목표는 현지인이 꼬람똘라병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지인 부원장을 지명해 전수하고 있다. 독립이 되면 이 원장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제3국이나 방글라데시 다른 지역으로 갈 생각이다. 소망을 찾아서. 그는 “소망이 있으면 그 과정의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라며 “어디를 가더라도 소망을 일으켜 세워주고 싶다”고 한다. 한국 상황을 보고는 어쩌다 ‘소망을 잃은 나라’가 됐느냐고 걱정한다. 그의 버리는 삶 앞에서 숙연해진다. 투기 논란이 일던 상가건물 매각 차익을 기부하겠다고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청와대 전 대변인을 보니 이 원장의 ‘버리는 삶, 소망을 위한 기부’가 더욱 빛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