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동 서비스’ 이달 서울 전역 확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만들어져
골목회의선 지역 문제 함께 해결
양씨에게 손길을 내민 것은 이형진 월계2동 주민센터 복지플래너(주무관)였다. 그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서비스를 통해 일주일에 두세 번 양씨의 집을 방문했다. 지난 1년간 전문의 진단에도 동행하고 매일 약물 복용 여부도 확인했다. 양씨는 얼마 전부터 혼자 병원에 갈 수 있을 만큼 병세가 호전됐다.
이 주무관은 “(찾동을 통해) 서류나 전산 시스템으로는 알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수혜자에게 신속하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일주일에 적어도 2~3명이 이 같은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찾동은 서울시가 2015년 7월부터 시행하는 복지 사업이다. 지하 단칸방에서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찾동 공무원 2300여 명이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취약계층을 발굴, 맞춤형 복지를 제공한다. 당시 80개 동(洞)에서 시작했던 찾동은 4년 만에 408개 동으로 확대됐다. 이달 안에 서울시 전체 424개 동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양씨처럼 찾동 플래너의 지원을 받은 이는 172만여 가구에 이른다. 대개는 긴급복지(18만 가구)나 기초생활보장(15만 가구), 민간 연계(125만 가구) 등의 형태로 지원됐다.
찾동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 같은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도 했다. 동작구 상도3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김동현 주무관은 올해 초 정모(50·여)씨를 만났다. 정씨는 전북 고창에서 초등학생인 딸과 서울로 올라왔다.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상경했고, 상도동의 한 고시원에 들어간 후 주민센터를 찾아온 것이다.
김 주무관은 긴급 사유라고 판단해 정씨의 사실이혼 절차부터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발 빠르게 진행했다. 또한 일주일에 두세 번 정씨가 머무는 고시원을 찾아 주거비용 지원, 나눔가게(반찬 지원) 등 복지 서비스를 늘렸다. 정씨는 현재 고시원을 떠나 다세대 주택으로 이주해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구로구 개봉3동에 사는 이모(62)씨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며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가 상태가 회복된 사례다. 이씨는 이혼 후 혼자 사는데 지난해 11월부터는 팔을 못 쓸 정도로 병세가 나빠졌다. 김성은 구로구 개봉3동 복지플래너는 “처음엔 (이씨가) 문도 안 열어주고 외면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호스피스 기관을 연결해주고 임종 직전까지 한 달에 한 번 여행을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씨는 지난 4월엔 파주로, 5월엔 서울숲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김 플래너는 “다음 여행을 기대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찾동의 성과가 쌓이면서 서울시는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찾동 2.0’을 선보였다. 동네 공무원과 주민이 지역 현안을 골목회의로 해결하는 ‘풀뿌리 자치’가 포함됐다. 회의는 모든 동주민센터 홈페이지에 개설된 ‘골목회의 제안코너’에서 신청할 수 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동주민센터와 이어주고, 주민 불편을 찾아내는 ‘시민찾동이’ 사업도 시작한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