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한때 잘못을 저질렀지만, 처벌보다는 사회적 보살핌이 필요한 ‘6호 소녀’들 앞에 바리톤 조주태 변호사가 섰다. 교정선교단체인 기독교세진회(이사장 정지건) 50주년 기념음악회에서였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대구서부지청장 등을 역임한 조 변호사는 숱한 범죄인을 다뤄온 ‘호랑이 검사’였지만 이날만큼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하는 변호사’였다.
“광야 같은 세상 주만 의지하며 주의 인도하심 날 강건케 하시며…”(참 좋으신 주님·김기영 작)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동인 사무실에서 만난 조 변호사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찬송이라며 한 소절 불렀다. 그는 “바리톤 장유상씨로부터 2010년 소개받은 뒤 자주 부르는 곡이 됐다”며 “제 찬양을 듣고 은혜받아 눈물 흘리는 분을 볼 때 보람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 조 변호사는 성악가를 꿈꿨다. 경남 남해 창선교회 성인 찬양대에서도 곧잘 노래를 불렀고 교회에서 주최한 찬양경연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하지만 지방에서 성악가가 되기란 쉽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교수에게 레슨을 받아야 했지만,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성악가의 꿈을 접고 검사가 됐지만 밤새워 근무하기 일쑤였다. 찬양은 꿈도 못 꿨다. 2001년 전주지검 부장검사로 부임하며 출석한 호남교회에서 김선기 목사의 권유로 찬양대에 섰다. “달란트를 썩히면 안 된다”는 권유로 시작한 찬양이었지만 점차 은혜를 받아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사고 현장 속에 있던 그에게 하나님은 늘 평안을 주셨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재직할 때 국보 1호 숭례문에 큰불이 났다. 9시 뉴스를 본 후 잠을 청하려던 순간 사건을 접한 그는 본능적으로 출근복을 입었다. 그리고 절박한 마음을 담아 하나님께 기도했다. 문화재 방화사범 기록과 시내버스 CCTV를 전수 조사한 끝에 3일 만에 방화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 부장판사 석궁테러, 기아그룹 분식회계·비자금조성 사건 수사 등도 맡으며 조 변호사는 늘 “실체를 밝힐 지혜를 달라”며 하나님께 간구했다.
조 변호사는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6)는 말씀으로 매일 묵상한다. 어깨를 짓누르던 스트레스와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 말씀이었다.
조 변호사는 진주와 대구 순천에서 지청장을 맡았을 때 직접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무섭게만 보이는 검사가 직접 찬양을 한다니 이웃들의 반응이 좋았다. 당시 그는 “한때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님을 멀리했지만, 하나님을 위해 노래하는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고 간증했다. 입장료는 홀몸 어르신과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을 돕는 데 썼다.
검사복을 벗은 조 변호사는 기독교세진회의 일원으로 지금도 틈을 내 교도소를 찾아가 찬양하고 간증한다. 조 변호사는 “일대일로 피의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나 역시 한순간 방심으로 죄인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며 “죄악성에서 볼 때 피의자와 피고인 간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법 집행만으로는 재범을 막기가 어렵다”며 “사람의 인격을 변화시키는 것은 오직 성령과 말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20일 오후 6시 2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리는 국민일보크리스천리더스포럼에서 특송을 한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