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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의 아웃룩] 77세 박정자의 목소리, 여전히 맑고 힘 있는 비결

영국신사77 2019. 6. 15. 23:34

[김철중의 아웃룩] 77세 박정자의 목소리, 여전히 맑고 힘 있는 비결

입력 2019.06.12 03:14

연극배우 박정자 목소리 분석
77세 나이에도 갈라지거나 탁한 소리 없어
성대 탄력 있고 음향 풍부, 60세 성대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연극배우 박정자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낭랑하고, 분명하고, 목소리가 멀리까지 퍼지는 '음성 줄'이 길다. 지난달 공연한 낭독 콘서트 형태의 연극, '꿈속에선 다정했네'에서도 박정자표 울림은 크고 깊었다. 90분 내내 혼자 읽고, 말하고, 때론 부르짖음을 던지며 사도세자 부인 혜경궁 홍씨의 인생 역정을 목소리에 담아냈다. 어떤 이는 "공연 내내 눈을 감고 목소리만 감상했다"는 연극 '관람' 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박정자씨의 나이가 일흔일곱이라고 하면, 다들 "어쩜 그렇게 그 나이에도 목소리가 좋지?" 하며 놀란다. 이에 박정자 목소리를 의학적으로 분석하고, 목소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77세 박정자, 성대 건강은 60세

목소리 분석은 연세대 의대 최홍식(하나이비인후과전문병원 목소리클리닉 원장) 명예교수가 맡았다. 최 원장은 세계음성학회장을 역임한 국내 음성언어의학 개척자이자,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대학 정년퇴임식에는 그가 관리하고 치료한 성대(聲帶)를 가진 유명 성악가들이 참석해 보은의 축가를 불렀다. 성악가 지망생 중에는 최 교수의 성대 형태 분석에 따라 높은 음역대의 테너를 할지, 중저음의 바리톤을 할지를 정하기도 한다.

박정자씨는 성대의 모양과 맞부딪치는 움직임을 직접 들여다보는 후두내시경, 소리 내어 문장 읽기를 했을 때 탁성과 미성의 분포를 보는 목소리 음향검사, 발성에 필요한 호흡의 안정도를 측정하는 발성 지속 시간 검사, 한 음을 지속적으로 낼 때 공기 사용량 측정, 말하기 녹음을 통해 보는 발음과 조음의 정확도 검사 등을 했다.

음성언어의학 전문가인 연세대의대 이비인후과 최홍식 명예교수가 연극배우 박정자(사진 오른쪽)씨에게 후두 내시경을 하고 성대 모양과 움직임을 분석하며 성대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음성언어의학 전문가인 연세대의대 이비인후과 최홍식 명예교수가 연극배우 박정자(사진 오른쪽)씨에게 후두 내시경을 하고 성대 모양과 움직임을 분석하며 성대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77세임에도 목소리가 맑고 힘이 있는 박정자씨의 성대는 60세 정도로 젊다고 최 교수는 전했다. /김철중 기자
"과연!" 검사 결과를 분석한 최 교수의 첫 반응이었다. 문장 읽기에서 고령자에서 성대가 늘어져 나타나는 갈라지는 듯한 소리나 탁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최장 발성 지속 시간이 동년배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었다. 발성 시 호흡도 안정적이었다. 녹음된 대화 목소리 분석에서 발음과 조음은 명확했다. 공명을 내는 인두 상태가 좋고, 혀와 턱과 성대의 유기적인 놀림이 정확했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면 대개 식도와 위장 사이를 조여주는 괄약근이 약해져 그사이로 알게 모르게 위산이 역류한다. 위산으로 인한 자극은 인두까지 올라와 성대에도 영향을 미쳐 목소리가 탁해진다. 최 교수는 "내시경으로 보니, 위산 역류나 염증 없이 성대가 깨끗하다"며 "성대가 늘어져 휘는 현상이 없고, 탄력과 맞닿음 정도가 좋아 60세 정도의 성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 들어도 맑은 목소리 가지려면

사도세자 부인 혜경궁 홍씨의 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낭독 콘서트 형태의 연극 '꿈속에선 다정했네'에서 박정자가 목소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도세자 부인 혜경궁 홍씨의 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낭독 콘서트 형태의 연극 '꿈속에선 다정했네'에서 박정자가 목소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화이트캣 시어터 컴파니 제공
박정자씨의 연극인 생활이 좋은 목소리를 갖게 했다는 게 최 교수의 분석이다. 우선 배우로서 체득한 복식 호흡이 발성을 안정적이게 하고 소리를 힘 있게 보낸다. 자동차를 안 쓰고 놔두면 엔진 효율이 떨어지듯, 성대도 그렇다. 성대를 너무 안 쓰면 단조로운 모노톤 목소리가 된다. 최 교수는 "성대는 현악기와 같아 평소에 다양한 음역대별로 목소리를 내고 갈고닦아야 녹슬지 않는다"고 했다.

고령이 되면 성대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 섬유가 줄어든다. 얼굴 피부에 주름이 생기듯 성대에도 잔주름이 생긴다. 탄력 잃은 성대는 양쪽 아귀가 딱 맞게 마찰하지 못해 다소 허스키하고 쉰 소리가 난다. 성대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액 분비도 감소한다. 진동이 고르지 않아 음향의 풍성함이 준다. 후두 연골에 칼슘이 축적되어 뼈처럼 되는 경화(硬化) 현상이 온다. 성대 유연성은 더 떨어져 높낮이 조절이 쉽지 않다.

그러기에 나이 들어도 맑고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지려면 연극배우처럼 살아야 한다. 고음 저음 섞어 가며 다양한 톤의 소리를 내고, 큰 소리도 적절히 질러야 한다. 가끔 노래방 가서 다양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권장된다.

나이 들면 목 주변 살들이 늘어져 젊었을 때보다 코골이가 심해진다. 침과 점막 점액 분비도 준다. 성대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코골이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고, 구강 건조를 줄여야 한다. 커피는 줄이고,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다. 위식도 역류나 인두 역류를 줄이려면 소식하고, 식사 후 바로 누워 지내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목소리 관리에 금연은 필수다. 최 교수는 "코 질환 등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았을 때 후두경으로 성대도 한번 들여다보는 성대 검진을 받는 게 좋다"며 "2주 이상 목소리가 탁하게 바뀌었다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언어학 전문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말할 때 발음이 새거나 탁음의 정도나 형태를 듣고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신경질환 여부를 잡아내기도 한다.

맑고 힘 있는 목소리는 전신 건강과 활력 지표다. 발성도 근육의 움직임이기에 전신 근육량이 적으면 목소리는 힘이 없어진다. 전신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폐 건강도 좋아야 안정적인 맑은 발성이 나온다. 박정자씨는 "연극을 하면서 내 목소리를 내가 들으면서 나의 말과 연기를 되짚어본다"며 "목소리에는 얼굴이나 표정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한 깊은 영혼과 정신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목소리에는 그 사람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담겨 있기에 사람의 인상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나이가 들어서도 성대를 관리하고 목소리 훈련을 하는 것이 활기찬 노년 생활을 이끈다"고 말했다.


◇나이 들어도 맑은 목소리 가지려면

1. 확실하게 천천히 이야기할 것

2. 지나치게 장시간 말하거나 무리하게 노래하지 말 것

3. 넓고 시끄러운 곳에서 큰 소리로 말하지 말고 마이크 쓰기

4. 목이 쉬거나, 피곤할 때는 음성 사용 자제

5. 극단적인 고음이나 저음을 내지 말 것

6. 금연하고 술·커피 등 탈수 유발 식품 과다 섭취 피할 것

7. 역류성 인두염 막기 위해 소식하기, 식후 바로 눕지 않기

8. 성대 점막 건조 줄이기 위해 물을 자주 조금씩 마시기

9. 코골이 개선하기

10. 목소리 이상해지면 병원서 성대 검진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1/2019061103983.html